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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사우디

[사회] 금주 국가 사우디 내 첫 주류 판매점이 리야드에 개점 준비 중!?

둘라 2024. 1. 2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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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개점 관계자와 관련 문건을 통해 사우디가 수도 리야드에 비무슬림 외교관들을 위한 첫번째 주류 판매점 개점을 준비 중이라고 독점 보도했습니다. (원문 Exclusive: Saudi Arabia prepares to open first alcohol store for diplomats)

 

로이터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모바일 앱에 등록해 외교부로부터 클리어런스 코드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술을 구입할 수 있으며, 구매에 대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월별 할당량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하네요.

 

이번 조치가 실제로 행해질 경우 1980년대 이후 38년간 초보수적인 원리주의 종교세력이 지배하던 암흑기를 벗어나 이들을 굴복시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 하에 관광과 비즈니스를 개방하려는 사우디에 남아있던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하는 첫 단추가 될 전망입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 하에 관용적인 이슬람 국가가 준비하는 비전 2030을 앞세워 본격적인 사회 개방이 시작된 2018년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있던 종교적인 악습 등을 잇달아 철폐해 온 사우디에 있어서 음주 허용은 비무슬림 관광객과 거주자를 본격적으로 유치하려는 사우디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걸림돌이었습니다. 

 

얘네들 관점에서 보면 "(하다못해 UAE나 바레인 같은 옆 나라를 가도 마실 수 있으니...) 음주가 금지된 나라를 여행하거나 사는 것도 해볼만 하잖아???"라고 말하고 하지만, 글쎄요.... 현실은 사우디인들이 향락을 즐기러 바레인이나 UAE를 다녀올 정도죠...

 

그렇다보니 대도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네옴이나 홍해 관광지의 관계자들이 자신들이 운영할 지역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음주를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가 철회하는 일들이 종종 있어 왔습니다. 얼마전 문을 연 세인트 레지스 레드 씨 리조트는 시그내처 칵테일인 블러디 메리의 로컬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며 바텐더 모집 공고를 냈다가 철회한 적도 있었고, 몇 달 전엔 공항 면세점에서 환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주류 판매 허용 여부를 검토하다 취소했던 점을 돌이켜보면, 다름 아닌 수도 리야드에 주류 판매점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식은 의외이기도 합니다. 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잡으면서 개방의 중심지가 항구 도시 젯다에서 보수적이었던 리야드로 바뀌었으니 새삼스럽지는 않겠지만요.

 

로이터가 입수한 주류 판매점 개점 관련 문건과 관계자에 따르면 대사관과 외교관이 거주하는 지역인 리야드 외교 지구 (디플로마틱 쿼터)에 들어설 첫 주류 판매점이 수주 내에 개점할 예정이며, 비무슬림에게만 판매가 "엄격히 제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외교관이 아닌 일반 비무슬림 외노자가 주류 판매점을 통해 술을 구입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까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우디가 금주국가가 된 사연

사우디는 술을 금지한 이슬람의 종주국임에도 현재의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 건국된 이후 술의 존재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를 견지해오다가 1951년 11월 16일 저녁 젯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엄격한 금주국가가 되었습니다. 

 

시릴 우스만 당시 영국 부영사가 자신의 집에서 연 파티에 손님으로 참석했던 압둘아지즈 국왕의 아들 중 한 명인 미샤리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자 (당시 19세)가 이미 만취한 자신에게 술을 따라줄 것을 거부한 그에게 격분해 집을 나갔고, 잠시 후 총을 들고 돌아와 파티가 열리던 집 안으로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으며, 이 와중에 시릴 우스만 부영사는 총격으로 부터 자신의 부인을 몸으로 막다가 미샤리 왕자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시릴 우스만 영국 부영사는 1929년부터 엔지니어로 사우디에서 거주하면서 알게 된 사우디 로컬 지인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당시 비무슬림들에 한해 반입이 허용되었던 술과 함께 여흥을 제공하면서 쌓아온 두터운 친분과 인맥으로 부영사까지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우디를 금주국가로 만든 장본인, 미샤리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자

 

시릴 우스만 부영사는 사망 다음날 젯다의 비무슬림 묘지에 묻혔고, 그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 부영사의 아내는 압둘아지즈 국왕으로부터 보상을 받고 조용히 젯다를 떠났으며, 미샤리 왕자는 왕족 신분으로 인해 사형을 피해 종신형을 선고받고 십여년 정도 투옥되었다가 사우드 국왕 통치 기간에 석방되었다고 합니다. (60년대에 석방되어 2000년에 사망) 원한 관계도 아니었던 것이 세 사람은 사건 발생 불과 며칠 전에 함께 만났었다고 하죠.

 

이 사건을 계기로 압둘아지즈 국왕은 1952년 왕국 전체에 금주령을 내리고, 적발 시 수십~수백대의 태형, 추방형, 벌금형, 징역형 등의 다양한 처벌이 가해질 수 있는 엄격한 처벌 규정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다만, 최근 잇달은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태형은 대부분 징역형으로 대체된 바 있습니다. 

 

 

금주국가에서의 술, 그리고 사건사고

술을 구하는 데는 거의 제약이 없는 UAE와 사우디와 비슷한 보수적 성향이지만 제한적으로 음주를 허용하는 카타르와 달리, 애시당초 금주국가인 사우디에서 술은 외교 우편이나 암시장을 통해 암암리에 구할 수 있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수요일 국영 언론을 통해 외교적 위탁수하물 중 주류 수입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가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국제커뮤니케이션센터 (Centre of International Communication)는 외교 사절단이 받은 주류 및 관련 제품의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었다고 밝혔으며, 로이터 통신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 새로운 절차는 비무슬림 국가 대사관의 모든 외교관이 지정된 할당량에 따라 이러한 제품을 반입할 수 있도록 계속 허용하고 보장할 것"이라고만 밝혔을 뿐, 로이터가 개점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한 주류 판매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우디 뉴스를 접하다 보면 공식적인 루트로 일반 외노자들이 술을 구입할 수 없음에도 무리하게 술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는 다양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곤 합니다. 바레인에서 육로로 사우디를 넘어오는 데 몸에 양주병을 묶고 솜 등으로 빈 공간을 채워 전통의상인 쑵을 입은 뚱뚱한 사람처럼 행세하고 들어오려다 적발되었다던가, UAE에서 육로를 통해 사우디에 입국하는 트럭에 콜라 라벨을 덧씌운 하이네켄 박스를 대량으로 반입하려다 적발된다든가 따위의 소식들이 말이죠.

 

공교롭게도 제 사우디 외노자 생활 2기의 막판이었던 2011년 연말 즈음에도 한국인과 관련된 음주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블로그에 소개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아예 사우디 내에서 직접 만든 싸대기라는 이름의 독주가 암암리에 유통되어 왔었습니다. 당국의 감시를 피해 가내 수공업으로 몰래 만들기에 품질차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싸대기는 한국인도 스트레이트로 잘 안 마실 정도의 독주로 잘 만든 경우 숙취마저 없이 개운하지만, 잘못 만든 걸 마실 경우엔 술이 아닌 메틸 알콜을 들이키는 셈이라 속을 버리거나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들이 생기곤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19년 전 블로그를 개설하고 썼던 첫 글이 술에 대한 단상이었다는 것은 함정..... (지금 다시 보니 시작은 미약했군요;;;;;)

 

과연, 사우디는 어떤 단계를 걸쳐 음주를 허용하고 관련 규정을 갖추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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