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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가랑비와 폭설이 반겨주었던 아랍땅에 첫 발을 내딛은지 벌써 20년....

둘라 2018. 1. 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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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 11일 아침 겨울왕국으로 변한 요르단 암만에서 찍은 첫 사진)



배치사정표를 신뢰하기 힘들었던 수능 첫 세대로 아랍어의 أ도 몰랐지만 하향 지원자들이 많아 운좋게 추가합격으로 얻어걸려 들어간 아랍어과 신입생이었던 94년 봄, 아랍지역에 대한 자료를 좀더 찾아보고자 방문했던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받았던 나름의 충격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영어 서적이야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몇 대에 걸쳐 쌓아놓은게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눈꼽만큼 있던 한국어 서적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수의, 그리고 전문서적에서 오타쿠 취향의 서적까지 다양한 깊이와 분야를 자랑하는 일본어 서적이 눈에 띄었거든요. (최근 번역청 설립 요청건이 화제였죠?)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다가 레포트지 10장짜리 얄팍한 레포트를 500여 페이지짜리 자료집으로 둔갑시키는 경험을 한 이후 현지에 직접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땅한 한국어 가이드북이 없기에 이집트와 달리 한국어판 세계를 간다로는 출판되지 않았던 일본 여행 가이드북 "地球の歩き方-ヨルダン/シリア/レバノン 지구를 걷는 법- 요르단/시리아/레바논"[각주:1] 원서 한 권을 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아랍생활의 첫 시작지였던 요르단에 어학연수를 떠났던 날로부터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보다도 더 작았던 요르단 암만의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내린 1998년 1월 10일 만난 요르단의 첫 인상은 아랍하면 떠오르는 미친듯이 강한 햇살 따위가 아니라 구름이 짙게 낀 하늘 아래 가랑비로 젖고 있는 활주로, 당시에는 라마단 기간 (1997년 12월 30일~1998년 1월 28일) 중이라며 도착비자 발급처와 환전소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조명을 꺼놓아 어둑하기만했던 을씨년스러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벽부터 저를 맞이해주었던 가랑비는 점점 비바람을 동반한 폭우로 거세지더니 밤새 폭설로 바뀌어 하룻밤 자고 일어난 세상은 바로 위 사진처럼 하얗게 변해 충격과 멘붕을 안겨주었습니다. 폭설로 인해 환전을 해야하는데도 도로가 막혀 환전을 하러 갈 수 없었으니까요. 시간이 한참 지난 21세기에도 눈속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차를 빼준다고 압둘라 요르단 국왕이 지나가다 차에서 내려 직접 사람들과 차를 끌어내는 영상이 화제가 될 정도니 어떨지 이해되시죠???



요르단에서의 어학 연수를 거쳐 두차례에 걸친 사우디 근무, 그리고 현재의 UAE 근무까지 20년의 세월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아랍국가에서 생활하게 될 줄은,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정보를 블로그와 SNS를 통해 공유하는 블로거가 될 줄은 첫 경험부터 비와 폭설로 멘붕당했던 20년 전 그 날에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다음에 있는 둘라뱅크 아카이브 (사실, 다음에 있던 오래된 자료를 날리기는 아깝지만, 그렇다고해서 한 곳에 옮기기는 더 번거롭다보니 아카이브 형태로 놔둔..)의 1985개 포스팅, 그리고 지금의 1019번째 티스토리 둘라의 아랍 이야기 포스팅은 바로 그렇게 쌓아온 둘라의 여적이고, 1994년 봄 국회도서관에서 받았던 "아랍지역에 대한 한국어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충격을 나름의 방식으로 자체 업그레이드하며 풀어나가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지금까지 남겨온 3000개를 넘긴 포스팅 중 가장 많이 회자되고 주목을 받었던 포스팅은 딱 하나 ([다큐] 푸대접을 자초한 UAE 방문, 그날 UAE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에 불과했을 정도로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치기도 힘든 일개 블로거일지라도 말이죠. 


아랍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부정적으로 책으로 엮기는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한 출판 기획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국내 도서시장에선 극히 화제성 이슈 (예전의 두바이 출판붐?), 혹은 단편적인 흥미유발형 주제를 담지않는 이상은 책으로 나오기도 쉽지 않고, 대중에게 사실과 정보를 전달해야할 언론 매체들은 각종 부정적인 내용으로 아랍 포비아를 유발하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그나마도 클릭질 유도, 혹은 여론 호도에 혈안이 되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팩트조차 체크하지 않고 왜곡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하여 부정확한 내용들을 소개하거나, 아니면 아예 기사화하지 않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대학 신입생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던 20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진 것 같진 않거든요. 블로그를 통해 가끔 비판 포스팅을 올리기도 했듯이 공식 매체는 아니어도 때로는 독점이나 다름없는 나름의 컨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다보니 더 눈에 띄게 드러난달까요.


둘라뱅크/둘라의 아랍 이야기의 현재 버전은

- 중요한 현안, 혹은 알아두면 좋지만 언론에선 다루지 않는 정보가 있으면 처음 듣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과거의 전개를 포함하여 소개하고,

-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관광지나 호텔 직접 방문하여 체험한 경험기를 관련 정보를 포함해서 소개하며,

- 걸프지역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소식과 함께 아챔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걸프지역 리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1. 당시에는 세 나라를 한 권에 담았으나, 2011년 이후 시리아 내전과 레바논의 불안안 치안상황으로 인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되면서 두 나라를 다루지 않는 대신 최신판은 "페트라 유적과 요르단"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페트라를 중심으로 한 요르단 가이드북을 내놓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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