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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두바이몰 일본서점 키노쿠니야 내 중동관련 일본서적 코너를 보면서...

둘라 2018. 8. 2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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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몰 내에는 두바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큰 대형서점 키노쿠니야가 있습니다. 예전엔 두바이 분수쇼를 볼 수 있는 명당 중 하나였던 서점 내 카페까지 있을 정도로 초대형 서점이었지만, 지금은 원래 있던 장소에서 메트로 링크 앞으로 축소이전했기에 옛모습을 기억하는 저에겐 여전히 어색하긴 하지만요.


키노쿠니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1927년 동경 신주쿠에서 문을 열어 세계 여러 나라에도 체인점을 두고 있는 일본의 대형 서점 체인인 키노쿠니야쇼텐 (紀伊國屋書店)의 중동지역의 유일한 체인점입니다. 일본서점이다 보니 일본서적 원서코너가 따로 있고, 일본문화 관련 문방구나 심지어는 프라모델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두바이에 있어 더욱 그렇겠지만, 일본서적 원서코너 중 중동서 (中東書)라는 이름으로 중동서적 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비록 일부분이기는 해도 기본적인 아랍어책부터 시작해서 이슬람으로 한정해도 종교부터 도시설계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의 책들, 번역서부터 만화, 여행 가이드북 등 전문서적에서 오타쿠 취향의 책까지 다양한 주제와 방식의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코너에서 예전에 본 책 중에는 두바이와 아부다비 곳곳에 있는 초고층 건물만 사진으로 담은 책도 있었죠.



키노쿠니야의 중동서 코너에 꽂혀있는 다양한 일본책들에 감탄하면서 대학 신입생이었던 24년 전 봄의 어느날 국회도서관에서 받았던 충격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중동지역에 대한 정보를 찾겠다며 학교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을 거쳐 갔었던 국회도서관. 다른 곳에서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는 한국어 책들만 조회가 되어 몰랐었는데, 국회도서관에서는 한국어로 키워드를 입력했는데도 한국어 책들과 같이 검색되다 보니 수적으로나 종류로나 비교가 않될 정도로 더욱 많게만 느껴졌던 일본어 원서는 일본어를 배운지 한두달 밖에 않된 초심자라 원서를 읽어볼 엄두를 내지는 못했음에도 꽤나 충격적이었거든요.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과 지역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애증을 맺고 있는 영어서적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당연했겠지만,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였던 일본어 원서가 그렇게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었으니까요.


그때 받았던 충격은 다른 경험이 겹쳐지며 중동지역과 관련된 잡다구리한 정보를 다루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가 된 시작점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모 출판기획 에이전시에 블로그 내용을 소재로 출판기획이 가능한지 문의했다가 몇 주 뒤에서야 "관심을 갖고 문의해주셔서 감사하지만 한국 출판시장에서는 중동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여전히 부정적이어서 어려울 것 같다"는 뻔한 회신을 받았던 나쁜 기억도 떠오르네요. 제 블로그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나치게 종교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는 블로그인데도 말이죠. 국내에서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특별한 화제성이나 출판하는 측의 의도가 없는 한 관련서적 출판이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입니다. 모 출판기획 에이전시에서 말했던 것처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분야라면 더더욱 말이죠. 이는 여전히 한국어로 된 아랍관련 서적의 대부분이 수요가 보장된 각종 교재 등 아랍어 관련 책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도 언론에서도 좋은 의미로든 안좋은한 의미로든 특별하게 화제가 되지 않는 이상 좀처럼 다루지 않을 정도로 (그나마 클릭질 유도를 위해 팩트확인조차 않한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나오지 않으면 다행이죠;;;;), 처음 충격을 받았던 2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 속에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왜곡된 중동관련 정보들이 유통되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됩니다. SNS가 대중화되기 이전엔 그나마 없었는데, 누구나 정보를 가공해낼 수 있는 지금은 그럴싸한 레퍼런스까지 곁들이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파하지만, 실제로는 어처구니 없는 음모론을 설파하는 특정 종교세력과 예멘 난민 문제로 더욱 확산된 이슬람포비아를 확신시키려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악의적으로 가공된 가짜정보들이 범람하는 모습을 말이죠.


키노쿠니야 중동서 코너는 이런 현실 속에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도, 개인적으로 이득을 않겨 주는 것도 아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꾸준하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지난한 길을 걷게 만든 이유이자 원동력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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