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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두바이의 대형서점에서 만난 한국 역사서적 코너, 이것이 최선인가요?

둘라 2016. 6. 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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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신입생이었던 1994년 봄, 중동지역과 관련된 자료가 있을까 싶어 찾아갔던 국회 도서관에서 받았던 충격은 꽤나 오래 남았습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 내지는 위임 통치를 했던 지역이니만큼 영어로 된 자료야 당연히 많았지만, 손에 꼽을만큼 수가 적었던 한국어 자료에 비해 아랍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본어 자료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으니까요. 그때 개인적으로 받았던 충격은 둘라로 하여금 지금의 블로그나 SNS 활동을 통해 아랍에 대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 정도 지난 2014년 여름 모 기획출판 업체에서 블로그의 컨텐츠를 책으로 출판할 수 있도록 기획해 준다는 메일을 받았기에 문의메일을 보냈었는데, 얼마 후 받은 회신은 정말 안 열어보는게 더 나았다는 싶을 정도로 열받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차라리 블로그의 컨텐츠가 별로였다는 회신을 받았다면 기분이 덜 상했겠지만, 변명해봐야 구차해 보이기만 하는 저따위 회신을 보낼 거면 소위 말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가득한 아랍 관련 포스팅만 하는 블로그에다 출판기획을 해준다는 메일을 왜 보냈나 싶었을 정도로 말이죠. (심지어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강타하기 이전의 일;;;;;) 우리 경제에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무관심한 이 지역에 대한 인식은 여전함을 새삼 깨닫을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서두를 시작하는 이유는 평소에 자주 들르는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된 한중일 동북아 역사서적 코너에서 위에 언급한 회신 메일 이상의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50만권의 서적을 판매하면서 (책 찾기의 편의성은 약하지만....) UAE에서 가장 큰 서점인 두바이몰 내 일본 서적체인인 키노쿠니야의 역사 서적 코너의 한 켠에는 한중일 관련 서적만 모아놓은 곳이 있습니다. 주로 아랍관련 서적을 보러가다가 우연히 지나치게 되었었죠.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듯 다양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러 종류의 영어판 중국관련 서적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 다음이 한국 관련 서적 및 일본 관련 서적. 일본 관련 서적이야 몇 권 없어보이긴 해도 서점 뒤쪽으로 가면 일본어 원서코너가 별도 세션으로 따로 있는 만큼 논외로 칩니다. 중국 서적과 일본 서적 코너 사이에 한국 서적 (A-Z)이라는 태그가 달려있는 코너가 있는데...윙??????????





한국서적 (A-Z)라는 말이 무색할 정돌 차라리 없는게 낫다고 느껴질 정도로 달랑 두 종류의 책만 있습니다. 


그것도 한국 관련 역사 서적이라고도, 한국 역사를 대표한다라고도 보기 힘든 최근 한국 정치에서 논란이 되는 두 주인공,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이명박 전대통령에 대한 자뻑성 책만 말이죠. 아랍지역과 관련된 두 사람의 대표적인 업적?이라면 이명박은 오래전 현대건설을 파산에 이른 막대한 이라크 미수금의 단초를 제공한 바 있고,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 과정에서 유엔학교까지 파괴한 이스라엘에 대해 비난 성명만 가했을 뿐 별도의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아 아랍 언론에 비난을 받았던 바 있죠. 최근에는 예멘 알후씨 반군을 진압한다고 예멘에 들어간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이 아이들에게 행한 인권 유린을 빌미로 "불명예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가 이에 대한 사우디의 거센 항의로 사우디를 명단에서 빼면서 굴복한 바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불명예 국가 명단에서 사우디의 이름을 빼지 않으면 각종 UN 프로그램에 원조하고 있는 자금을 모두 빼내겠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에 굴복했다는 설이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거든요. 사우디가 UN에 납부하는 자금이 수억달러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보니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말은 협박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 이를 비판한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사무총장 케네스 로스가 올린 트윗은 평소 수십번의 리트윗이나 공감 표시가 달리는 그의 다른 트윗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공감과 리트윗 횟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의 트윗 캡처)


두 사람에 대한 논란을 깊이 다룰 필요는 없겠지만, 한국 역사서적 코너에 진열할만한 책이 두 사람에 대한 책 밖에 없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책은 많지는 않더라도 여러 서적이 진열되어 있는데 말이죠. 반만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나라에서 해외에 자신의 나라를 소개할 수 있는 책이 논란의 정치인에 대한 책 뿐이라뇨;;;


먼저 이 코너를 들렀던 지인의 정보에 따르면.... 


그.나.마.한.권.뿐.이.었.다.가 두.권.으.로.늘.어.난.거.였.다.는.군.요!





두바이의 대형 서점 역사서적 코너에서 만난 두 권의 책은 다른 지역, 특히 비루류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보다 단발성 이벤트에 더 급급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들 지역을 대할 때 평소엔 관심조차 없다가 특정 상황에 인한 특수가 발생한다거나, VIP의 방문 시점에 맞춰 온갖 호들갑을 떠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지역에 한국을 소개하는 것 역시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큼직한 이벤트성 행사에 급조한 듯한 인상을 많이 받게 되니까요.


지난해 11월말 두바이의 자아빌 파크에서 3일간 펼쳐졌던 K Food Fair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일 것 같습니다.



한국 음식 전시회라는 말이 무색하게 당국의 퍼밋을 받지 못했는지 음식을 판매하지 못하고 시식만 할 수 있었는데 공원 내에 정상 영업하는 식음료 매점보다 더 먹을 것이 없었던 것은 함정이고 (그나마도 음식을 준 부스는 한국에서 온 곳이 아니라 두바이 현지 호텔의 한국 식당이라는점;;;;), 타이틀에 걸려 있는 한국 음식 보다 아이돌 댄스나 게임 등 부대 행사가 주목을 더 받는 주객이 전도된 듯한 모습을 보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으니 말이죠. 어렵사리 마련한 기회였을텐데 공을 들인만큼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어필했었는지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요.


걸프 지역 소녀들을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의 인기도 이들 지역에 정상적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매체가 제가 사우디에 처음 체류했던 2000년이나 지금이나 KBS월드와 아직도 SD로 송출하는 아리랑TV 정도 밖에 없고 나머지 케이블 방송은 내수용 방송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바로바로 업데이트되는 유튜브나 해외 해적방송 사이트의 역할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KBS월드는 뮤직뱅크나 생방송으로 송출할 뿐 드라마나 예능 프로는 이미 다른 루트를 통해 퍼지고 난 2~3주 후에나 방송하고, 국내 포털 및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저작권을 문제로 애시당초 시청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나마 올해들어 아부다비에 한국문화원이 개원해서 지속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터전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아부다비]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중동지역 최초의 한국문화원, UAE 한국문화원 방문기 참조), 한 번하고 잊혀지기 쉬운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행사보다는 누구나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서적 유통 등 한국을 다양하게 알릴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를 꾸준하게 계속 확대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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