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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사우디 종교경찰을 떠올리게 하는 정치검찰

둘라 2019. 10. 2.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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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8월 영국인 남편-사우디인 부인의 부부를 이상한 관계로 오해하여 슈퍼에서 주차장까지 쫓아가 결국 사람들 앞에서 구타해버린 이 영상은 당시 종교를 등에 업고 엄청난 권력을 과시했던 사우디 종교경찰의 오만방자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자국민에 대한 각종 악행이 일상화되면서 엔간한 일에는 눈하나 꿈쩍않던 이들조차 영국인을 구타한 것이 세간에 알려지자 결국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가해자를 좌천시키며 수습에 나설 정도였습니다만... ([사회] 사우디 권선징악위원회, 영국인-사우디인 부부 폭행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현장요원 징계 및 부부에게 공식 사과! 참조)

 

 

사우디를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면 잊지 못할 단어 중 하나일 "무따와"가 바로 사우디 종교경찰을 일컫는 말입니다. 무따와는 특별한 제복 없이 일상복을 입고 사우디 사회 곳곳을 누비면서 사람들의 비종교적인 행위를 적발해왔었습니다. 예배시간에 가게 문을 닫지 않고 영업하는 매장을 적발해서 영업정지를 내리고, 외국인 여성들의 복장에 맘에 안들면 지적질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연애행각을 벌이는 커플을 적발해 낸다던가 등등...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사우디인들 조차 상대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었습니다. 

 

이란 이슬람 혁명과 그랜드 모스크 점거 사건에 자극받은 사우디 내 강경 보수 성직자들이 목소리를 드높이게 되면서 지난 38년간 일선에서 사우디 사회의 앞뒤로 꽉막힌 강경 보수화를 이끌었던 선봉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권선징악위원회 산하의 종교경찰은 종교세력의 입지 강화와 함께 자신들에게 부여된 무소불위의 권력에 취해 시간이 갈수록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각종 위법행위로 위에서 언급한 무고한 일반인 구타와 더불어 부적절한 구금, 무리한 추격전 등을 펼쳐 일반인 사상자가 발생시키는 등... 온갖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집단이 되었습니다. 이는 종교가 정치세력의 약점을 잡고 모든 것의 위에 오른 사회에서 사우디 내에 이들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청소년 세대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온건화의 길을 걷던 일반 사우디 시민들의 반발을 자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을 경계하기 위해 압둘라 전 사우디 국왕은 온건한 성향의 성직자를 위원회 회장으로 임명하고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면서 그들의 태도를 개혁해 보려고 했지만, 이미 현장을 누비던 일선의 고참 경찰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이를 계속 추진하기에 그는 너무나도 늙었고, 그의 건강이 허락하질 않았으니까요.

 

종교경찰을 약화시키려는 정부의 1차 시도가 무위로 끝나면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권력은 살만 국왕이 취임한 후 이들의 횡포를 더이상 간과할 수 없었던 정부가 내린 기습 칙령에 의해 결국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정부의 방침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는 강경 보수 종교 세력들을 차례로 무력화시킨 후 온건 이슬람 국가를 자처하기 시적한 사우디 정부의 태도는 지난주 건국 89주년 기념일 신문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하여 종교경찰의 만행을 자성하는 이례적인 모습으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사회] 사우디 현대사의 볼드모트, 그리고 종교경찰의 흥망으로 본 사우디 사회의 격변사!! 참조) 이에 덧붙여 사우디 정부는 며칠 뒤 대대적인 문호개방과 함께 이들이 적임자일 것만 같은 규정을 발표했음에도, 이 규정의 담당자로 적임자라 할 수 있는 종교 경찰이 아닌 일반 경찰에게 부여하고 말았죠. ([정보] 사우디, 관광비자 발급에 발맞춰 "공공장소 예절 규정" 시행 발표! 참조)

 

최근 나라를 몇 주째 뒤흔들며 국민들의 시위를 자초한 우리나라 정치검찰을 보면서 여러가지 의미로 사우디 종교경찰이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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