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2연속 이드 9일 연휴의 시작과 함께 아부다비에 새로 문을 연 메리어트 다운타운 아부다비에서 묵은지 3일째 저녁 호텔에 돌아오니 지난 2일과는 달랐습니다. 로비에서 들리던 음악도 들리지 않고,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는 음료수 중 주류만큼은 주문할 수 없다고 하는데다, 혹시나싶어 간 바에는 아래와 같은 안내문이 붙여진채 휴업 중이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들어간 방의 침대 위에는 깨끗한 상태였던 지난 2일과 달리 두 장의 수건을 예배드리는 사람의 형상으로 잘 말려진채 앙증맞게 올려져 있었습니다.


이 기묘한 분위기에 대한 의문은 방에 있던 또 하나의 편지봉투 속에 담겨있던 안내문을 읽으면서 해결되었습니다.



9월 11일 와크파트 아라파 (아라파 데이. 히즈라력 12월 9일.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공식 성지순례 (히즈라력 12월 8~9일)의 두번째 날이자 절정인 아라파 산 일대에 모이는 날로 이드 알아드하 연휴는 이 날부터 시작합니다. 아라파 산은 사도 무함마드가 자신의 마지막 성지순례에 동행한 무슬림들에게 마지막 설교를 한 높이 70미터의 화강암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를 맞이하여 아부다비 관광문화청의 규정에 따라 10일 저녁 6시반부터 11일 7시반까지 결혼식을 제외한 각종 유흥, 파티가 금지되고, 주류도 판매하지 않으며, 음악도 틀 수 없게 되었으니 양해해 바란다는 안내문.


(성지순례를 위해 아라파 산에 모인 무슬림들)


바로 드라이 나이트였던 것입니다.


술은 고사하고 극장마저 없을 정도로 아직까지는 드라이하다 못해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삭막한 사우디 생활경험이 더 많은 둘라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인 드라이 나이트는 이슬람의 경건한 축일을 맞이하여 정부 지침에 따라 평소에 주류를 취급하던 UAE와 카타르 등지의 호텔이나 바 등지에서 음악을 포함한 각종 유흥과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날입니다. 평소에는 외국인 거주자 및 관광객들의 문화를 존중하여 사고를 치지않는 선에서 음주를 허용하고 파티와 클러빙을 인정하지만 (뭐... 어디까지나 사고치지 않았을 때의 얘기고, 술 먹고 사고치면 심신미약 등의 이유로 관대하게 봐주는 우리나라와 달리 얄짤없는 가중 처벌을 받게 됩니다.), 어디까지나 이슬람 국가이니만큼 최소한 무슬림들에게 경건한 날에 한해서는 외국인들도 그들의 문화를 인정해주는만큼 평소의 음주와 유흥을 자제해달라는 날입니다.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날보다는 허용하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요.


1. UAE

금욕을 강조하는 라마단이 대표적인 드라이 나이트 기간이기는 합니다만, 호텔이나 바의 성격에 따라 한 달 내내 완전히 휴업하는 경우도 있고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곳도 있더군요. 그 외에 드라이 나이트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날로는 이번에 경험한 아라파 데이 (이드 알아드하 연휴의 시작. 공식 성지순례가 한창이니 경건하게 보내라는 의미), 무함마드 탄신일 (공공부문 및 민간부문 공통 공휴일)과 이스라왈 미라즈 (무함마드 승천일, 공공부문 및 민간부문 공휴일)이 있습니다. (참고로 이슬람력의 축일은 매년 10~11일씩 앞당겨집니다.) 


2. 카타르

2022년 월드컵 준비로 외국인 거주자들의 급증하면서 자국민의 비중이 10프로대로 떨어지게 되자 자국민들이 지켜온 보수적인 문화를 외국인 거주자들도 어느 정도는 따라줘야 한다며 주류 판매에 대한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카타르의 경우엔 기존의 라마단 기간과 무함마드 탄신일 (공휴일 아님) 외에 2015년부터는 이드 알아드하 연휴기간도 드라이 나이트로 추가시켜 주류 판매를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각주:1] 에미르 타밈이 즉위한 이후 좀더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듯.

  1. "Qatar hotels told not to sell alcohol in run-up to Eid Al Adha" http://dohanews.co/qatar-hotels-told-not-to-sell-alcohol-in-run-up-to-eid-al-adh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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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