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월말 뜬금포로 터진 라스 알카이마의 "게임 지역" (이라 쓰고 카지노로 읽는...)을 포함한 초대형 복합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 발표는 라스 알카이마 뿐만 아니라 UAE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리조트 업체인 시저스 팰리스가 두바이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법적인 이유로 카지노 없이 들어왔고, 두바이에 리조트 개발을 발표한 MGM 역시 몇 년째 뜸만 들이고 있는 사이에 라스 알카이마가 또다른 업체인 윈 리조트와 손잡고 (부르고 싶어도 공식적으론 부를 수 없었던 카지노란 이름 대신) "게임 지역"을 라스 알카이마 토후국 자체법으로 허가해서 들여오겠다는 발표였으니까요.
마르잔 아일랜드와 윈 리조트의 윈 마르잔 아일랜드 리조트 발표의 여파는 두가지 의미로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첫번째로 카지노 리조트 건설 발표와 동시에 마르잔 아일랜드를 포함한 라스 알카이마 외곽의 알자지라 알함라, 미나 알아랍 일대에 다양한 디벨로퍼들이 뛰어들어 주거단지와 호텔 및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를 잇달아 내놓는 등 라스 알카이마 내에 부동산 개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윈 마르잔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기폭제가 되어 UAE 정부 차원에서 사행성 게임를 합법화하기 위한 규제기관이 신설되었다는 점입니다. 사행성을 금지하는 종교적인 이유로 "추첨", "게임 지역"이란 표현으로 에둘러 불러야했던 "복권", "카지노" 등 상업용 게임의 명칭을 공식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사행성 게임을 의미하는 겜블링이란 단어까지는 차마 쓸 수 없었는지 그대신 상업용 게임 (Commercial Gaming)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만요.
카지노, 복권 등의 사행성 게임을 합법화하고 규제하기 위해 UAE 정부가 신설한 정부기관인 상업게임규제청 (The General Commercial Gaming Regulatory Authority/ 이하 GCGRA)은 설립 공표 후 자세한 역할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 7월 복권 운영 업체 선정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섯개 업체에 라이센스를 발급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UAE 정부가 그리고 있는 밑그림이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종교적으로 금기시해왔던 사행성 게임의 합법화는 최근들어 다양한 문화적, 인종적 배경을 가진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거주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UAE 정부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샤리아 색채를 뺀 사회전반에 걸친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아랍 국가임에도 과격할 정도로 진보적인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죠.
아무래도 종교적인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는 사행성 게임에 대한 UAE 정부의 규정은 단순합니다.
"GCGRA로부터 유효한 라이센스를 취득한 업체와 개인만이 UAE 내에서 합법적으로 상업용 게임과 관련된 사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으며, 이는 "상업용 게임과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 운영업체, 개인, 써드 파티 업체 모두에게 적용된다. 당국의 라이센스를 받지 않은 상업용 게임을 운영하는 업체나 참가자는 모두 불법 행위로 간주한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GCGRA가 어떤 라이센스를 발급하는 권한이 있는지를 알면, UAE가 어떤 종류의 게임을 도입하고 운영할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GCGRA가 관장하는 상업용 게임 라이센스는 다섯가지 카테고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권 (Lottery)
UAE 복권이라는 이름으로 단일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며, 올해 1월부터 심사에 들어가 지난 7월 기존에 유사한 게임을 제공하고 있던 마흐푸즈와 에미레이츠 드로우 대신 아부다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더 게임스 (The Games LLC)라는 업체에 라이센스를 발급했습니다. 하지만, 경력이 없는 업체를 선정한 탓에 UAE 복권이 언제 시작할지는 아직 공개된 일정이 없습니다.
단, 공항 면세점에서 운영하는 빅 티켓 (아부다비 공항)과 밀레니엄 밀리어네어 (두바이 공항), 두바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두바이 드림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아 예외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공항 면세점은 사행성을 논하기엔 상대적으로 참가비 (아부다비 1회 500디르함/두바이 1회 1000디르함)가 미친듯이 비싸고, 두바이 드림은 참가비를 모아 옷이나 악세서리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 역할을 겸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네요.
오프라인 게임 시설 (Land-based gaming facilities)
한마디로 관광 및 고용 창출 등 추가적인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오프라인 카지노가 있는 복합 리조트를 의미하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토후국 당 한 곳에만 발행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지난 10월 윈 마르잔 아일랜드가 UAE 역사상 최초로 연장 가능한 15년짜리 카지노 운영 라이센스를 취득해 2027년 1분기 개장을 목표로 리조트 건설을 진행 중이며, 두바이에 리조트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 MGM이 두바이가 아닌 아부다비에 라이센스 취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GCGRA는 내년에나 발급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게임 관련 업체 (gaming-related vendors),
이는 로또 기계나 슬롯 머신 같은 사행성 게임과 관련된 장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에게 발급하는 라이센스로 현재 세 업체가 라이센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크랫 (Aristocrat): 카지노 슬롯 머신 등의 게임 기계와 온라인 게임 공급 업체. 윈 마르잔 아일랜드 등에 공급하겠죠.
스마트플레이 인터내셔널 (Smartplay International): 미국의 파워볼과 메가밀리온, 영국 국립 복권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복권 운영업체로 이미 복권 사업자 라이센스를 취득한 더 게임스와 협업 형태로 UAE 복권이 곧 공개될 수도 있겠군요.
페이바이 (Payby): UAE의 핀테크 플랫폼으로 윈 마르잔 아일랜드, 더 게임스처럼 GCGRA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은 상업용 게임 사업자들을 위한 디지털 지갑, 안전한 지불 및 고급 사기 탐지 시스템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파이낸셜 서비스를 제공...
인터넷 게임 (Internet gaming) 및 스포츠 베팅 (Sports wagering)
온라인을 통한 상업용 게임이나 스포츠 토토 같은 게임도 GCGRA의 라이센스 발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 향후 도입될 것으로 보이나, 다른 카테고리와 달리 라이센스를 발급받은 곳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는 향후에나 확인될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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