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주재한 가운데 열린 주간 각료 회의에서 통과된 여러 안건 중 우리에게 가장 흥미로운 소식은 현재 사우디 내에서 히즈리력 (이슬람력) 기준인 모든 공식 절차와 거래의 기간 계산 기준을 양력으로 바꾸는 것을 승인했다는 점입니다.
아직 시행시기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슬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는 공식 및 법적 활동에서 이슬람력인 히즈리력을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논란을 일으켰던 사우디 관영통신 SPA가 기사 작성일을 히즈리력으로 표기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최근 들어서야 양력을 기준으로 삼는 사례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히즈리력과 양력을 병행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회계년도 (매년 1월 1일~12월 31일)와 "사우디 아라비아"라는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날인 내셔널 데이 (매년 9월 23일), 파운딩 데이 (매년 2월 22일), 플래그 데이 (매년 3월 11일)를 히즈리력이 아닌 양력으로 지정했던 점입니다. 학기, 계약, 이드 연휴 등 모든 사회활동의 기반이 히즈리력인 사우디에서는 이례적인 결정이었죠.
- 2015.01.03 - [GCC&GU/사우디] - [경제] 개정된 공휴일법에 따른 사우디의 공휴일 및 각종 휴가 제도
- 2022.02.22 - [GCC&GU/사우디] - [역사] 사우디의 국가 정체성을 재정의한 새 공휴일, 2월 22일 파운딩 데이
- 2023.03.01 - [GCC&GU/사우디] - [역사] 3월 11일 플래그 데이 지정으로 본 사우디 국기 변천사
사우디인들 사이에서야 히즈리력 사용이 익숙하다지만 우리와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여러가지로 불편하거나 혼란스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첫째, 신월 관측 결과에 따라 새로운 달의 시작일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히즈리력이라는 달력 자체가 생소하고,
둘째, 1년이 365일인 양력과 달리 히즈리력의 1년은 양력보다 11일에서 12일 짧은 354일, 혹은 355일이기에 손해보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사우디 정부의 이번 결정은 중동지역 본부를 사우디에 두지 않으면 차후 정부 계약 입찰 과정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해외 기업의 사우디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사우디가 유치하고 싶어하는 해외 기업들의 절대 대다수는 히즈리력이 여전히 낯설죠.
한편, 각료회의를 통과한 이번 안이 공식적으로 시행되어도 사우디의 양대 명절인 이드 알피뜨르 (히즈리력 10월 1~3일)와 알아드하 (히즈리력 12월 10~13일) 연휴 일정은 지금처럼 히즈리력으로 따지게 됩니다. 이는 이번 기간 계산 기준 변경안에 명시된 두 개의 예외조항 때문인데...
첫째, 히즈리력을 기준으로 기간을 계산하는 이슬람 샤리아와 관련된 모든 경우 => 히즈리력 적용
둘째, 기간이 히즈리력을 기준으로 계산된다는 것을 명시한 경우. => 히즈리력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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