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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사우디와 이란, 중국의 중재로 양국간 외교관계 복원 합의 발표!

둘라 2023. 3. 1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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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이란은 3월 10일 금요일 중국 북경에서 8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양국 간 긴장 관계를 해소하고 두 달 이내에 양국 대사관 재개관, 양국 외무장관 회동 등을 포함한 단절된 외교관계를 복원한다는데 합의한다는 사우디-이란-중국 3자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6년 1월 2일 사우디가 저명한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니므르 알니므르를 사형에 처한 것에 격분한 이란인 군중들이 사우디 대사관 (테레란)과 영사관 (메쉬하드)에 쇄도하여 방화 등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사우디는 그 대응조치로 이틀 뒤인 1월 4일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하며 이란인 무슬림 순례자들의 성지 방문을 제외한 이란과의 모든 관계를 끊었고, 자국민의 폭동을 비난했던 이란 당국은 1월 24일 폭동에 관련된 100여명의 이란인을 구속시킨 바 있습니다.

주 이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하는 이란 국민들

 

이 사건 이후 끊어졌던 양국 관계는 지난 2021년 초 바그다드에서 비공개 협상을 시작하며 관계 복원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고, 2년여 간에 걸쳐 지속된 협상 끝에 중국의 중재로 북경에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계속된 3개국 연속 회동 끝에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동 합의문은 이란의 최고위 보안 관료인 알리 샴카니와 사우디의 국가 안보 보좌관 무사이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이 합의했습니다. 

 

이슬람의 양대 종파인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의 갈등은 그 두 나라의 종교적 위상으로 인해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종교 분쟁으로들 보지만, 그보다는 종교 세력과 정치 세력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걸려있는 정치적인 분쟁입니다. 이란이 세속 왕정인 팔라비 왕조를 뒤엎고 만든 나라이기에 종교 지도자 라흐바르가 자신이 엄선한 후보들 중에서 선출된 대통령 보다 위에 있는 신정 국가인 반면, 사우디는 이름에서 보듯 어디까지나 종교 세력에게 정권을 내주고 싶지 않은, 이슬람의 종주국이지만 최고 성직자도 정부가 지명하는 사우드 씨족의 세속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정부에게 있어서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건국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여파로 불과 몇 달 후 발생한 그랜드 모스크 점거사건에서 당한 수모와 그 여파로 이어진 38년간의 사회적 암흑기는 종교 세력과의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무너지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죠. 전세계에 사우디를 원리주의자들의 꼴통 국가로 인식시키기에 만들며 사회를 사실상 지배하던 종교세력을 38년만에 억누른 사우디 정부가 각종 적폐를 풀어버리며 사우드 씨족의 통치 정당성과 국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애쓰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언제까지나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비전2030을 위해 야심차게 전 국토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사우디 입장에선 언제든지 테러를 감행할 수 있어 외부적 불안요소인 예멘의 알후씨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시마파 무장세력들의 지원자로 그들을 그나마 컨트롤할 수 있는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고, 경제 문제와 종교로 인한 사회 문제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 이란 입장에서도 굳이 사우디까지 신경쓸 상황이 못 되니까요. 미국이 오바마와 바이든의 민주당 집권기에 어정쩡한 스탠스로 간을 보고 있는 사이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 속에서도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싶었던 중국이 이 둘 사이에 끼어든건 덤.
 
이번 공동 합의문은 미국이 어떻게 해서든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나온 합의문으로, 공교롭게도 중국 역사상 최초로 주석 3 연임을 확정 지은 시진핑 주석의 연임이 확정된 날 발표된 것이어서 중국과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나름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둔 셈이 되었습니다. 미국도 이 소식을 보고받았다고는 하지만, 중동지역 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간 관계 수복 과정에서 사실상 패싱 된 셈이니까요.  

 

미국 패싱과 중국 영향력 걍화는 사실상 미국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사우디 정부는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정권 안정화 차원에서 미국하면 꺼뻑 죽는 친미를 넘어 숭미 국가였지만, 21세기 들어 이라크에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전 세계적인 사기와 함께 시작된 미국의 명분 없는 이라크 침공과 그 여파로 촉발된 ISIS 태동, 시리아 내전 등 일련의 사건으로 확산되며 아사리판이 된 중동 지역 내 문제에서 뒷수습대신 발을 빼고 되려 과거에 싸웠던 이란과 핵합의를 체결했다 번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자신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한 이들은 자신들의 막대한 자본을 활용해 미국이 스스로 비워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으며, 그 자리를 과거에는 우방 국가도 아니었던 중국이 메워가기 시작하면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중동지역 내 역학관계가 미묘하게 흘러가던 참이었습니다. 얘네들 관점에서 보면 자신들에 대해 인권과 정치체제 등에 우월감을 과시하며 자신들을 비판하는 미국이야말로 언제나 그래왔듯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었죠. 이런 과정 속에 사우디와 UAE는 과거 이분법적인 냉전 시대의 외교 기조에서 벗어나 앞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다자 외교를 자신들의 외교 기조로 삼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습니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지만 나름 가까운 사우디와 이란과의 핵협상을 잘 조율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이고 싶였겠지만, 정작 중국에게 기선을 내준 미국이 이번 합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두고보자며 애써 평가절하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실질적으로 패싱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합의를 중국이 아닌 미국이 이끌어냈어도 지금 같은 얘기를 굳이 할까요?

 
사우디는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도 필요하면 따를 수 있음울 보여줬고, 이란은 자신들과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서로 앙숙처럼 대응해왔던 사우디와 먼저 관계회복에 합의를 했으며, 무엇보다 미국 입장에선 가장 꼴보기 싫은 중국이 그 두 나라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아 합의를 이끌어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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