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캐나다의 건축 디자인 회사인 문 월드 리조트 (Moon World Resort)가 두바이에 이름 그대로 달을 형상화한 초거대 리조트인 문 리조트 (Moon Resort)의 디자인을 업데이트하여 다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바 있습니다. 문 월드 리조트측은 현재 부르즈 칼리파 자리에 자신들의 리조트를 대체한 다운타운 두바이의 풍경사진을 올려 관심도 살짝 끌었죠...
문 월드 리조트사는 인류 역사상 딱 12명만이 밟아 본, 현실적으로는 막대한 돈을 들여야만 겨우 갈 수 있을까말까한 진짜 달 대신, 달의 미니어처를 만들어 가성비있는 달 간접 체험을 제공하는 초호화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후보지를 물색하다 두바이에 제안을 한 것이었습니다. 건설비용 5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로 2023년부터 시작해서 2027~8년경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군요.
공개된 디자인 시안에 따르면 전체 높이 224미터의 문 리조트는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설 디스크 형태의 포디움과 호텔 등이 들어설 구형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제 달 크기의 1/75,000 사이즈로 짓게 될 구형 건물의 외관은 달의 표면을 형상화하며...
건물의 디자인 시안에서 보여지듯 객실내 모든 방에는 전통적인 개념의 창이 없는 대신, SF 영화에서 본 것처럼 대형 스크린을 활용해 투숙객의 취향에 맞는 뷰를 제공하게 됩니다.
문 월드 리조트가 공개한 리조트 내부의 디자인 시안은 보다 미래지향적입니다. 대안 우주여행 리조트라는 컨셉에도 맞지만, 무엇보다 햇빛이 넘쳐나는 이 도시 속에 세워지는 건물임에도 건물 자체에 외부에서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하니까요.
단면도에 텅 빈 것처럼 보이는 달 미니어처의 상단부에는 약 40,000제곱미터 규모의 달 표면과 달 식민지를 만들어 저중력 상태의 달을 간접 체험하는 90분짜리 유료 투어 공간이 들어서게 됩니다. 달 체험 투어비로 500달러를 생각하고 있다는 군요. 비싸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문 월드 리조트측은 현시점에서 책정된 우주여행 비용인 45만달러에 비하면 약 0.1% 밖에 안되는 500달러의 투어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우주여행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평생 만져보기 힘든 돈을 내고 우주선을 타지 않아도 차타고 와서 우주체험을 할 수 있잖아요?
주거공간이 들어설 부분의 빈 공간을 활용해 인공 달 표면으로 올라가는 초고속 셔틀을 설치해 긴급 메디컬 체크, 보안 스크리닝, 각종 브리핑을 받고 타게 만들어 진짜로 달에 가는 듯한 체험을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도착하면 월면차를 타고 달표면을 간접체험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문 월드 리조트의 창업자 중 한 명인 헨더슨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라스베가스도 자신들이 리조트 부지로 고려해오고 있는 후보지이지만, 이 리조트 자체가 단순하게 각진 건물 위주로 개발되고 있는 현재의 라스베가스에 들어서기엔 너무 파격적이기에 라스베가스보다는 이런 쪽에서 좀더 자유로운 중국이나 UAE를 첫번째 후보지로 고려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의 미국은 공상가보다 회계사의 목소리가 강해 과감한 시도를 하는데 주저하기 때문에 이런 건물을 짓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군요. 그런 점에서 보면 UAE 중에서도 일찌감치 관광업에 눈을 뜬 두바이는 다채로운 이유와 핑계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관종 기질이 다분한 곳이긴 합니다. 두바이에 매료된 사람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만들어 내고 싶어하니까요.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일을 벌일 상황은 아닌지라...
이 소식이 지난 9월 해외 주요 언론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이후 아부다비에 이를 유치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진다며 두바이 대신 아부다비에 짓는 것이 아닐까...라는 설도 있었지만, 문 월드 리조트측에서는 한 달 뒤인 10월, 팜 주메이라 초입에 위치한 두바이 펄 지역에 자신들의 첫 리조트를 짓고 싶다는 의향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바 있습니다.
사실 이런 파격적인 디자인과 컨셉은 아무래도 아부다비보다는 두바이에 어울리기도 하죠. 각종 파격적인 디자인의 건물과 글로벌 빌리지처럼 전 세계에 유명하다 싶은 먹거리 입을거리 볼거리를 다 끌어와 재해석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온 두바이에 달이 추가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바가 없으니까요. 이미 무함마드 빈 라쉬드 우주센터를 통해 각종 위성과 화성 탐사선의 성공적인 운용, 조만간 달 탐사 로버를 쏘아올리며 본격적인 우주 진출에 한 발씩 다가가고 있으니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문 리조트까지는 아니어도 우주선 내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파격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호텔 및 레지던스는 이미 두바이에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두바이 펄????
문 월드 리조트가 자신들의 야망을 실현할 부지로 맘 속에 찜한 "두바이 펄" 프로젝트는 거대하게 시작했다가 두바이 경제 위기 속에 좌초되며 부침을 겪은 엉망징창 그 잡채였습니다.
옴닉스 그룹이 2200만 평방 피트의 부지 위에 300미터 높이의 73층짜리 건물 네 동과 부대 건물을 조성해 1,490채의 아파트, 5성급 호텔 일곱개, 60개 이상의 식당, 1,600석 규모의 극장이 들어서는 다목적 단지로 조성하겠다며 2002년에 발표한 야심찬 프로젝트로 당시 건설 붐이었던 UAE에서도 초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2009년 착공에 들어가자마자 찾아온 두바이 경제 위기 속에 공사가 중단되면서 좌초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를 발표했던 옴닉스 그룹이 철수하고 아부다비의 알파힘 그룹이 이 프로젝트를 이어받으며 부활하는 듯 했지만, 2011년 당초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DIFC 인베스트먼트가 1,400만달러만 투자하고 발을 빼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시공사에 기성 지급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았으니까요.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던 프로젝트는 홍콩의 대형 부동산 그룹을 끌어들여 또다른 부활을 노렸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현실은... 팜 주메이라로 들어서는 원형 고가도로에 "두바이 펄"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진입로가 차지하고 있는 차선만 좁아질 뿐,
10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채 짓다만 건물만 흉측하게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두바이 정부가 "취소 통보"를 내리고 철거업체를 선정해 며칠 전부터 이 건물들을 철거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UAE의 초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발표 20년 만에 결국 취소가 공식화되었죠.
두바이 펄은 두바이 앞바다에 세계지도를 형상화 한 인공섬을 지으며 주목을 받았다가 경제위기의 직격타를 맞고 잊혀진 인공 제도 더 월드가 아난타라 월드 리조트 두바이 개장을 시작으로 일부 섬들이 새로운 리조트 개장을 준비하면서 부활하기 시작한 것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철거가 완료된 후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두바이 펄측은 애시당초 투자자 확보에 실패했고, 이 곳에 문 두바이를 짓고 싶어하는 문 월드 리조트 역시 문 리조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우주를 간접체험 할 수 있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두바이 연간 관광객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프로젝트라며 홍보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추산한 5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하니까요.
과연 20년만에 취소가 확정되고 미개발지로 남은 이 곳에 야심찬 달 모양의 리조트가 과연 들어서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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