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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도적 혹은 무지, 족보 파괴에 이어 이제는 죽은 사람까지 소환해내는 스포츠 매체 기자들의 수준이하 소설...

둘라 2019. 1. 1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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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고 셰이크 라쉬드 빈 무함마드 알막툼 왕자의 장례식)



올해 7월이면 블로그를 통해 소위 스포츠 전문기자들도 어지간해선 거들떠보지 않는 걸프지역 축구소식을 전한지 1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우디 근무시절 남아도는 여유시간을 활용해 알나스르로 이적했던 이천수의 소식을 전하면서 시작한게 이렇게 꾸준하게 유지하게 될지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모 매체에 잠깐 글을 기고한 것 외에는 딱히 소득으로 연결된 것은 없지만, 종종 축구 커뮤니티 등에 레퍼런스로 인용되는 것을 보면서 나름 의미있는 일을 해오고 있다는 생각은 가끔 하게 됩니다. 그전까지는 직접 만날 일이 없던 축구선수들이나, 예상치 못한 분을 만나게 되는 일도 있기도 했었지만요.


하지만 10년이란 기간동안 관련 포스팅을 이어오면서 알게된 안타까운 사실 중 하나는 기본이 의심스러운 스포츠 기자들의 수준을 새삼 확인, 또 재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뭐.. 소위 말하는 정론지 기자들도 기레기 소리를 듣는 마당에 스포츠 기자는 오죽하겠나 싶긴 하지만 말이죠. 일일히 열거하자면 끝도 없고, 그래봐야 바뀔리가 없으니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몇가지 사례별로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1. 블로그 글을 갖다 붙여쓰는 것도 좋은데....

처음 이천수의 소식을 전하던 10여년 전 모 기자가 제 블로그에 있는 글을 몇 번 거의 그대로 기사화한 걸 본 이후로 딱히 인상을 남긴 기자가 없었는데, 지난달 카타르 월드컵 루사일 스타디움의 디자인 공개 소식을 전하는 모 신문의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생방송으로 디자인 공개 소식을 접한 후 블로그에 올린지 몇 시간만에 올라온 모 신문사 선임기자의 기사였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런 부분입니다. 블로그에 이렇게 썼던 부분이...


기사로는 이렇게 올라왔습니다.


이 부분의 심각한 문제는 갖다붙이는 것도 좋은데... 제가 잘못 썼던 부분을 그대로 따온 것과 더불어 오류 투성이 정보라는 점입니다. 당초 블로그에 건국의 아버지, 혹은 국부라고 썼던 부분을 건국자로 수정했지만, 기사는 블로그의 초안을 그대로 따왔죠. UAE의 경우 국부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을 Founding Father라고 부르는 반면, 카타르는 셰이크 자심 빈 무함마드 알싸니를 Founder로 부릅니다. 네.. 여기서 또 하나의 오류가 보이죠. 자심 빈 무함마드 알싸니 (1825~1913)라고 쓰거나 자심 알싸니라고 표기해야 하는데, 기사에서는 그의 아버지인 무함마드 알싸니 (1788~1878)라고 적은 점입니다. 오늘날의 카타르가 세워진 1878년 12월 18일은 무함마드 알싸니가 죽은 날이기도 한데 말이죠...죽자마자 환생해서 나라를 세웠을까요??? 덤으로 카타르의 수도는 계속 도하였습니다. 루사일은 오스만 터키 제국과 카타르 부족 사이의 갈등 사이에서 셰이크 자심이 사실상 쫓겨난 유배지인데 기사에서는 카타르 건국을 선포한 곳이 되었네요. 한국어로 된 글을 갖다 붙였는데 이렇게 오류 투성이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랄까요.



이와 더불어 설명충 기질이 다분해 기사체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 글의 특성상 기자들이 대충 붙복하면 눈에 띕니다. 같은 기사의 아랫부분처럼 말이죠...



상당히 비슷하죠??? 여기도 그대로 붙복한 것이 아니라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표현을 바꾼 것이 고스란히 잘못된 내용으로 바뀌어 있죠. 




2, 기자, 혹은 매체의 사심이 고스란히 반영된 사족, 혹은 왜곡된 정보로 인한 오보

이런 경우에 드러나는 스포츠 기사의 스타일은 보통 기사의 주인공이 되는 선수나 팀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들입니다. 기억나는 대표적인 사례가 K리그에서 고액 연봉자로 먹튀라고 욕먹었던 선수가 이적한 곳이 하필 UAE 2부 리그 팀 (사실은 1부 리그로 재승격해서 영입했는데, 그리고 그 선수는 이적 첫 시즌 리그 베스트 11에 오르죠.)이었다는 엉뚱한 사족을 달아 선수를 더 욕먹게 만들어 놓고 제 포스팅을 본 분들이 기자에게 오보라고 지적하자 정정보도 대신 그 부분만 쏙 삭제해버렸던 일이라던가... ([비평] 김정우가 UAE 2부리그로? 1부리그로 간 선수를 2부리그 선수로 만들어 사람들을 낚은 기자의 패기! 참조)  


사우디 알아흘리와 FC서울이 맞붙었던 2013년 아챔 8강 1차전 젯다 원정경기 당시 국내 스포츠 언론들은 FC서울의 이동거리를 길게 만들어서 알아흘리가 홈텃세를 부리고 있다며 요란하게 기사를 양산해가며 비난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쏙 빼먹고 얘기했죠. 양팀 모두에게 가까운 알아흘리의 당시 홈구장이 보수공사 관계로 경기를 펼칠 수 없는 상태라 알아흘리에게도 원정 경기 같은 홈경기, 즉 양팀 모두 이동거리가 길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요. ([ACL 8강 1차전] 지도로 보는 알아흘리 경기장은 어디? 두 팀 모두에게 않좋아! 참조)  



3. 있으나마나한 사족, 아는 사람이 보면 그야말로 무지의 극치.

1) 족보를 파괴하는 막장 소설

13/14시즌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가 UAE에서 고위각료들과 이를 자축하며 케익을 자르는 사진이 자극적인 클릭 유도용 제목과 국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바 있습니다. 그 일련의 기사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무지의 결정체는 바로 장인 어른을 형이라 부르는 막장 소설이었습니다. 셰이크 만수르 맨시티 구단주 겸 UAE 부총리 겸 대통령부 장관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 두바이 통치자 겸 UAE 부대통령 겸 총리의 사위인데, 기사에선 셰이크 무함마드를 셰이크 만수르의 형이자 아랍에미레이트의 정치인으로 소개했으니 말이죠. ([비평] 만수르 구단주의 위엄, 그리고 족보 파괴조차 서슴치 않는 미디어의 패기;;;; 참조) 


평소에는 국내에 있다보니 이쪽 동네에 관심이 없어서 그랬다치고... 회삿돈으로 출장나왔으면 좀더 관심있게 다룰까 싶었지만, 아시안컵 취재차 여기까지 나와있으면서도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안되어 있는건 마찬가지라는 점이 몇몇 기사에서 눈에 띄네요. 어쩌다 눈에 띈 기사 모두 다 그런 기사였다는게 함정;;;;


2) 알아인이 음주가 가능한 휴양도시? 

알아인 숙소와 관련된 모 매체의 기사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족은 "알아인은 UAE가 전략적으로 휴양 도시로 키우고 있다. 음주가 가능하다." 이 두 문장입니다. 이 두 문장이 없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문단인데, 현지에 출장나와서까지 그리 길지도 않은 두 문장을 이렇게 틀리게 써 끼워넣기도 쉽지 않을텐데 말이죠. 


첫 문장. 현 아부다비 통치자들의 고향인 알아인은 오아시스 덕분에 아부다비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자연이 상대적으로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만, 휴양도시로 키우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알아인에 잠시 체류했던 지인도 공감했는데... 알아인에 휴양도시로 여겨질만큼 고급 리조트지가 많은 것도 아니고 (호텔 다 끌어모아야 18개), 그렇다고 대대적인 리조트지 개발이 예정된 곳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대대적인 호텔건설붐이 일어나고 있는 라스 알카이마가 UAE 내 휴양 중심의 관광 토후국으로 크고 있습니다만...


두번째 문장. 기자도 분명 대표팀따라 술마시기 좋은 두바이에서 왔을텐데 알아인에서 음주가 가능하다고 굳이 사족을 달 필요가 없죠. UAE 내에서 음주에 가장 엄격한 곳은 거의 대부분의 호텔에서조차 술을 팔지 않는 샤르자입니다. 되려 음주가 가능한 알아인 내에서도 호텔 정책에 따라 알아인의 대표적인 로컬 호텔체인인 아일라 호텔 계열에선 술을 안 팔기도 하는 걸요...   


3) 타임슬립물? 성주신? 3년 4개월 전에 죽은 왕자가 어떻게 초대를???

상대팀을 몹쓸 팀으로 만들고 국뽕에 취하는 것도 정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첫 두 문장만 빼면 사실과는 거리가 먼 타임슬립물 급의 사족. 이 사족의 주인공이자 기사 속 NAS스포츠컴플렉스의 주인인 라시드 빈 모하메드 알막툼은 두바이의 왕세자로 차기 통치자가 아니라 2015년 9월 18일 갑작스레 사망해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사람입니다. 포스팅 제일 위 사진 속 2015년 9월 19일의 운구행렬에 보여지는 빨간 포대기에 담겨진 시신의 주인공이죠.


(왼쪽이 셰이크 함단 빈 무함마드 알막툼 현 두바이 왕세자, 오른쪽이 고 셰이크 라쉬드 빈 무함마드 알막툼 왕자)


한때 세계에서 섹시한 남자 중 한 명으로 꼽혔고, 스포츠를 워낙 좋아해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직접 두 개의 금메달을 딴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라쉬드 빈 무함마드 알막툼 왕자는 2008년 2월 1일 아버지에 의해 왕세자 자리를 박탈 당했고, 동생인 함단 빈 무함마드 알막툼 현 왕세자가 이를 물려받은 바 있습니다. 두바이 정부가 왕세자 교체사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항간에는 놀기 좋아하는 특유의 성정 때문에 통치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다는 아버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위키리크스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셰이크 라쉬드가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수행원 한 명을 살해한 것이 왕위 계승권을 박탈당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심장마비로만 밝혀진 그의 사인 역시 약물 및 알콜 과다복용이 원인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아버지 무함마드를 빼닮아 스포츠와 시를 사랑하는 건실한 청년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현 왕세자이자 동생 셰이크 함단과는 그야말로 비교가 되었죠.


그런데... 2008년 2월에 차기 통치자가 될 기회를 박탈당하고 2015년 9월에 죽은 사람의 초대를 받아야만 NAS스포츠 컴플렉스를 이용할 수 있다굽쇼??? 스포츠 단지를 죽어서도 지키는 성주신인건가;;;


제발 좀... 회사의 이익이 걸려 있는 국내 기사처럼 정치적 이해관계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찾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는 단순한 기본 사실 정도는 확인하고 기사를 썼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일개 듣보잡 블로거도 할 수 있는 일을 영향력 있는 매체의 기자라는 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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