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GU/UAE2017. 5. 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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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에서 지인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마르야 아일랜드에 있는 일본 음식점 주마 아부다비를 찾았습니다. 


주마 아부다비는 이마라티들도 많이 온다고 알려진 유명한 일식당으로 브런치를 먹으러 몇 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문화] 브런치? 브런디? 가격대가 달라도 헤비한 두바이 금요일 브런치 비교체험 참조) 종류는 적지만 회가 맛있고 전체적인 음식맛이 좋은게 장점, 엔터테이너 할인 쿠폰이 적용되지 않고 동양인 입맛에는 살짝 맞지 않는 후식류가 단점이라면 단점인 곳입니다. 사전에 예약을 해야하며 48시간 전에 올 것인지 여부를 되묻는 곳이기도 하죠.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가 자리를 원했지만 창가에 자리가 없다며 준 자리에 앉으면서 창가를 보니 평소와 다른 식탁배열이 눈에 띄었습니다. 보통은 창가에 식탁이 떨어져서 놓여져 있는데, 이상하게도 창가 중간에 몇 개의 테이블을 뺀 채 몇 개의 식탁을 붙여 한 팀이 앉을 수 있도록 배열되어 있더군요.


(주마 아부다비의 원래 창가 자리 배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들어오는 손님을 정면에서 마주한 지인이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어디서 봤더라....? 초상화에서 많이 본 얼굴인데..."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아부다비 관공서를 비롯한 아부다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초상화의 주인공이라면....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흐얀 현 UAE 대통령 겸 아부다비 통치자 (왼쪽), UAE의 건국자 겸 초대 대통령이자 양 옆에 있는 두 남자의 아버지이며 UAE의 국부로 추앙받는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 (중앙), 그리고 셰이크 칼리파의 이복동생이자 우리에게 유명한 셰이크 만수르의 친형이기도 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군 총부사령관 (오른쪽)을 얘기합니다. 다시 말해 이 세 명 중 한 명이라는 얘긴데....


아버지는 2004년에 일찌감치 서거했고, 셰이크 칼리파는 2015년 1월 뇌졸증으로 쓰러진 이래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와병 중임을 감안하면 나타날 수 있는 사람은 셰이크 무함마드 한 명 뿐이긴 했지만.. 설마? 싶었습니다. 아픈 형을 대신하여 실질적으로 나라를 통치하는 그가 별다른 경호나 의전없이 일반 손님들처럼 자연스레 식당에 올까 싶었던 거죠. 


들어올 때는 UAE 전통의상을 입은 이마라티 남성 일행으로 보였을 정도로 티나지 않고 자연스러웠으나, 뒷모습만 본 상황에서 평소와 다르게 배열된 식탁에 앉은 7명의 이마라티 남성 손님이 식사 중에 유독 눈에 띄었던 건 DSLR을 든 사진사가 식사하는 일행을 가운데 앉아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열심히 촬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일행을 다시 유심히 봤더니.... 정말 그 초상화나 사진 속에서나 보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이 일행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헬기를 타고 병원 개원식에 왕림하여 레드 카펫을 밟았던 셰이크 만수르를 맞이하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나름 삼엄했던 경비와 의전 ([라스알카이마] 셰이크 만수르 왕림!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개원식 풍경 참조)과 올해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장소를 옮길 때마다 삼엄한 경비와 소지품 검사를 당했던 경험 ([아부다비] 알마르야 아일랜드에서 지켜 본 2017년 새해맞이 불꽃놀이 참조)과는 너무나도 상이한 상황. 식당 밖에서야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진 알 수 없지만 식당 안에서 볼 때야 식사하는 일행과 사진사 총 8명 외에 별도의 수행요원이나 경호요원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에 자리잡지 않고 오픈된 공간에서 자연스레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던 거죠. 이름만 같은 두바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의 경우 통치자면서도 셀레브리티여서 곳곳에서 열일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만, 그에 비해 아부다비 왕세제 셰이크 무함마드는 크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기도 하니까요.


일행도 별로 생색을 내지 않았지만, 나름 긴장해있는 식당 직원들 외에는 식사 중인 손님들 대부분이 누가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면서도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이나 총리가 일반인들처럼 조용히 식사를 즐기러 왔는데 주변이 시끌벅적하지도 않고 다른 손님들도 아는 척을 안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UAE는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한해 의전을 담당하는 부서가 별도 조직으로 존재하며, 아닐 것 같으면서도 상대의 급에 따라 다른 사람이 그를 맞이하러 나가는 등 격식을 엄격히 따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손님들은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자리잡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아부다비의 셰이크 무함마드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두바이의 셰이크 무함마드라면 또 다른 반응이 나올 것도 같은데 말이죠.) 우리나라 같았으면 선출직 고위 공무원들이 의전을 받는답시고 따라다니는 일행부터 시작해서 민폐까지 한바탕 대소동이 났을 것 같은데... 여기는 그냥 한 씨족이 몇 세기째 대를 이어 통치하고 있는 나라이기에 같은 지도자라고 해도 선출직 고위 공무원과는 그 위상 자체가 엄청나게 차이가 남에도 말이죠.


혹자는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퍼포먼스조차 오랫동안의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게 체화되지 않으면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어설픈 서민 코스프레로 각종 짤방을 양산하는 우리네 정치인들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말이죠.


들어올 때는 조용히 들어왔던 셰이크 무함마드 였지만, 나갈 때는 조용히 빠져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위 사진에 뒷통수만 보이는 이마라티 여성 손님을 시작으로 몇몇 여성 손님들이 함께 셀카를 찍고 얘기를 나누기 위해 다가가기 시작하면서 그 모습이 다른 손님들 눈에도 띄기 시작하더니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은 식사를 마치고 나갈 무렵엔 시끌벅적하진 않았지만 식당 입구를 막아설 정도로 이마라티들과 그 자녀들이 그를 둘러싸고 몰려들어 셀카를 찍거나 얘기를 나누면서 10분 이상 붙잡아뒀기 때문이죠. 저도 한번 다가가 볼까 했다가 포기;;;;





UAE는 씨족 사회에 기반을 둔 부족 국가이다 보니 통치자와 국민 간의 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의 수반과 국민의 관계와는 조금 다릅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선 중대한 발표 등을 할 때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며 운을 띄우는 것과 달리, 이 곳에선 "국민"이란 표현 대신 "형제 자매 여러분..."으로 운을 띄울 정도로 말이죠. 이런 사회구조를 반영하듯 이마라티들도 어르신을 만난 것 같은 반응들이었습니다.


서열 2위지만 사실상 UAE의 통치자가 자신이 떴음을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경호나 의전절차 없이 오픈된 공간에서 자연스레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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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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