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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도하 1일차 (3) 남태희와 이정수의 카타르 리그 14/15시즌 첫 코리안 더비, 레퀴야와 알사드의 셰이크 자심컵 결승전 직관기

둘라 2014. 8. 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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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야와 엘자이쉬의 홈구장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



랜드마크 쇼핑몰에서 경기가 펼쳐질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탄 둘라. 둘라는 택시기사 때문에 다시 헤메게 되는데....




3. 셰이크 자심컵 결승전 직관기

1)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이라구요!!! 칼리파 스타디움이 아닌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

택시기사에게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으로 가자고 얘기했더니, 자꾸 택시기사는 엉뚱하게 칼리파 스타디움을 얘기합니다. 기사가 아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들 역시 어딘지 모르는 모양. 


이미 호텔을 찾는 과정에서 택시기사 때문에 헤매면서 일단 맘을 비우게 된 둘라는 어차피 도하에 온 첫 날이기에 도하 시내도 구경할 겸 그냥 헤메보자 맘먹고 택시기사가 가는 곳으로 가 봤습니다.


기사가 헷갈려했던 이유는 현재 도하에는 칼리파란 이름을 쓰는 두 개의 경기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카타르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칼리파 스타디움은 도하 스포츠 시티 단지 안에 있는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카타르에서 가장 큰 다목적 종합 경기장으로 1976년 개장하여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을 위해 2005년 리노베이션을 마친 바 있고,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68,030석으로 증축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레퀴야의 홈구장인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 (정식 명칭은 압둘라 빈 나세르 빈 칼리파 스타디움)은 레퀴야가 소유한 9000석 규모의 경기장으로 2013년 2월 개장하였으며, 현재는 레퀴야와 엘자이쉬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아무래도 택시기사에게는 칼리파 스타디움이 더 친숙했었나 봅니다. 일단 먼저 도착한 곳은 칼리파 스타디움. 현재 칼리파 스타디움은 공사에 들어가 개미 한마리도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이런 일을 계속 겪고 있는 것은 현재 카타르 도처도처가 건설현장일 정도로 새로운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택시기사들도 최근 생긴 건물이거나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가 아니면 위치를 모르는 경우를 종종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랜드마크 쇼핑몰을 일찌감치 나왔기에 경기장에 늦게 도착할 일은 없지만, 이러다간 한없이 해멜 것 같아 와이파이도 안 잡히는 길거리에서 UAE로밍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하여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을 찾으니 레퀴야 스포츠 클럽이 지도에 검색되네요. 그걸 본 택시 기사는 그제서야 위치를 알고 저를 데려다주었습니다. 진작 레퀴야 스포츠 클럽이라고 이야기할 껄.... 경기장 접속을 위해 로밍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는 데이터 사용한도 초과로 더 이상 와이파이 없는 곳에서 인터넷을 쓸 수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결국 알아인으로 가 충전할 때까지 모바일 인터넷 접속은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만 가능했습니다;;;;) 만약 택시기사가 그러고도 몰랐으면, 도하 거리를 헤메고 있었을지도;;;;


(길이 안막힐 경우 두 경기장 사이는 차로 20분 거리!)


알고보니 칼리파 스타디움과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은 정말 정반대에 위치한 곳이었더군요.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 인근에는 핸드볼 경기장이 있고 무언가를 짓고 있는 레퀴야의 컴파운드가 있었습니다. 이 컴파운드는 레퀴야 구단이 아닌 소유주인 국내치안군 (ISF)의 컴파운드인 것 같더군요.



2) 엉뚱한 장소에서 헤멘 끝에 겨우 도착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 둘러보기

경기장 인근에 도착하니 택시기사가 묻습니다. 여기가 좀 외진 곳이라 경기 끝나고 호텔로 돌아갈 택시를 찾기 힘들텐데 어떻하겠느냐구요. 네가 부르면 올께...라는 의미와 손님을 확보하려는 멘트임이 분명해 보였지만, 가는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걱정말라며 이를 거절했습니다. 사실 또 길 헤멜까 겁났던 탓도 있죠.


길을 헤메서 엉뚱한 곳을 다녀왔어도 여유있게 도착한 탓에 티켓을 받기 위해 남태희 선수와 약속한 시간도 있고 해서 경기장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입장을 기다리는 관중들의 줄을 보니 마냥 썰렁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특이하게 경기장 모퉁이마다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출입구로도 활용할 수 있겠더군요. 



(눈 앞에 보이는 쪽이 본부석 방향)



(눈 앞에 보이는 쪽이 일반석 방향)



일반석 입구쪽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다보니 크지 않은 경기장 탓에 발걸음은 어느덧 본부석 입구 쪽으로 향했고, 따로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때마침 입구에서 남태희 선수가 보여 자연스레 응원 온 일행과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남태희 선수의 훈련복을 보면서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래저래 철저한 보안이 이뤄진 탓에 한참을 걸려 표를 구해 본부석 쪽으로 입장해서 경기장을 둘러 보았습니다.



(왼쪽엔 레퀴야 구단기로 빈자리를 메우고...)



정작 경기가 시작될 쯤에는 좀더 많은 관객들이 입장하긴 했지만, 올해 슈퍼컵 형태로 결승전만 치뤄졌음에도 원래 셰이크 자심컵 자체가 큰 비중이 있는 대회는 아니었기에 카타르 축협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9천석의 경기장을 채우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더운 날씨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휴가를 떠난 탓도 있겠지만요. 도하의 교통체증은 택시기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명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제가 다니면서는 교통체증을 거의 겪어보질 못했거든요. 택시기사들 역시 신기할 정도로 도로가 한산하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말이죠. 



(오른쪽엔 알사드기로 자리를 살짝 메운...)



(왼쪽이 레퀴야 서포터즈, 오른쪽이 알사드 서포터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부석쪽의 VIP석은 제가 가본 몇 개 안되는 경기장 중에는 가장 좋았습니다! 무슨 경기장용 의자가 아니라 고급 극장용 의자를 갖다놓은 기분이랄까요? 가죽에다 컵홀더까지 갖추고 푹신한데다 튼튼하기까지 했으니 말이죠.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일행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렇게 기다린 끝에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3) 한증막 속에서 펼쳐진 레퀴야와 알사드의 셰이크 자심컵 결승전 직관기

앞서 얘기했던 남태희 선수의 훈련복을 봤을 때 놀랐던 이유는 바로 등번호 때문이었습니다. 입단 후 지난 시즌까지 달았던 25번 대신 너무나도 생소한 91번을 달고 있었거든요. 


(중앙의 등번호 91번 보이시나요!!!)



SNS 친구인 남태희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레퀴야를 응원하러 왔지만, 이날 경기는 14/15시즌 최초의 코리안 더비이기도 했습니다. 카타르 리그에서 가장 오래 활약하고 있는 알사드의 이정수 선수 역시 선발로 출전했으니까요. 참고로 리그에서의 첫 코리안 더비는 남태희와 조영철, 한국영이 맞붙은 레퀴야와 카타르의 리그 개막전. 



(선전을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있는 남태희와 이정수 선수. 이정수 선수는 왼손에 부상이 있는지 붕대를 감고 뛰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레퀴야 감독 부임 이후 첫 공식전을 치루게 된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은 경기가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서서 경기를 지켜보더니 시합 내내 들락날락 거리며 선수들을 지휘했습니다.



(경기를 서서 지켜보다가...)



(벤치로 돌아와서 쉬다가...)



경기의 선제골은 알라이얀에서 또다시 단기 임대 온 로드리고 타바타의 몫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하반기에 단기 임대왔던 그는 올시즌에도 전반기 6개월간만 단기 임대로 왔습니다.



(이정수는 일찌감치 세리머니를 한 후 자신의 자리로 휘리릭!!!)



레퀴야가 바로 실점을 만회한 채 전반 20분이 되자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 처음 선보였던 워터 브레이크가 진행되었습니다. 뜨거운 날씨의 경기로 카타르 월드컵 개최시기에 대한 논란이 있는 카타르에서도 이번 시즌부터 전후반에 각각 한번씩 워터 브레이크 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셰이크 자심컵 결승전 뿐만 아니라 지난주 개막한 리그에서도 시행하더군요. 브레이크가 걸리는 시간은 경기 시작시간에 따라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물 줘! 물 줘! 1)



(카타르 리그 지난 시즌 MVP 나디르 벨하지와 그와 경합을 벌였던 2인의 최종 후보 중 한명이었던 남태희의 뒷모습)



많지 않은 관중수에도 나름 시끄러웠던 응원 소리는 경기장 내 전광판에 기도시간임을 알리는 화면이 나옴과 동시에 바로 조용해졌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쌀라 브레이크 (기도시간 중 휴식. 한 번에 30분씩)가 일제히 시행되는 사우디 리그는 아예 예배시간을 피해 경기를 펼치는 반면 카타르나 UAE 리그는 예배시간에 상관없이 경기를 펼치지만 대신 응원을 중단시키는 차이가 있었네요. 이런 이유로 인해 사우디 리그의 경기시간이 다섯번째 예배 시간이 끝난 뒤에 가장 늦게 시작하죠. 간혹 오후 이른 시간의 낮경기도 펼쳐지지만요. 



(지금은 기도시간입니다. 응원을 잠시 그만!!!!)



전반 초반 한 골씩을 주고 받으며 균형을 맞춘 양팀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하프타임 이벤트. 가만히 있어도 뜨거운 날씨에 뭘 뒤집어 쓰고 미니 축구를 하네요!?





이 와중에 알사드가 광저우에서 영입해 온 무리퀴가 몸을 푸는 모습이 보입니다. 빡빡이가 된 그는 해외 전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정도로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결장할 것이란 예상에도 불구하고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레퀴야의 치코 플로레스는 팀합류 전이어서 아예 결장했죠.)





날씨가 대체 얼마나 뜨거웠냐구요???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데도 땀을 훔친 손이 흥건히 젖어있을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대형 야외 한증막에 앉아있는 기분이랄까요??? 카타르는 현재 월드컵 유치 시 공약했던 대로 관중석까지 시원한 경기장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그 개발 초기의 프로토 타입을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야외 응원을 실시하며 실제로 적용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 바 있습니다. ([월드컵] 카타르, 2022 월드컵을 위한 야외 냉방지역 테스트 진행 중! 참조)



(손을 완전히 적신 둘라의 육수;;;;)



후반 워터 브레이크가 시작할 때까지도 1대1 균형은 깨지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물 줘! 물 줘! 2)



(물 줘! 물 줘! 3)



이런 대형 찜질방 안에서 이 부채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심스럽지만, 부채를 들고 와 연신 부채질을 하며 경기를 지켜보던 외국인 관중들도 있고....



(더워! 더워!)



팽팽하던 균형이 레퀴야의 역전골로 깨지자 알사드는 무리퀴와 또 한 명의 선수를 동시에 교체합니다.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던 무리퀴의 카타르 무대 데뷔전이 된 셈입니다.



(이 사우나 속에서 한번 뛰어볼까???)



경기를 뒤집기 위해 공세적인 선수교체를 한 알사드는 이정수를 무리퀴로 교체투입하는 초강수를 둡니다.



(그래. 맛뵈기로 잠깐 뛰어봐. 난 들어가서 쉴란다!)



몸상태가 별로라던 무리퀴. 그러나 지난 시즌 아챔 득점왕에 빛나는 클래스는 어딜가지 않았습니다. 투입된지 얼마되지 않아 키커로 나선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동점골을 터뜨리더니....



추가로 헤딩슛으로 역전골을 넣어버리면서 뒤지던 경기를 뒤집어 버리네요???? 레퀴야는 이를 다시 뒤집지 못하고 알사드에게 우승을 안겨줍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내내 과도한 의욕에 넘쳐 오버 플레이로 팀플레이를 시원하게 말아드신 탐욕의 블라드미르 바이스는 경기가 끝난 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더니만....


(탐욕의 블라드미르 바이스와 유스프 음사크니의 이기적인 플레이에 열받은 남태희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바로 들어가버렸고, 결과적으로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등번호 91번을 단 남태희의 마지막 모습)



심판에게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이어진 징계 위원회에서 3주 출장정지와 5만 리얄의 벌금형을 받아 같이 징계를 받은 선수들 중 가장 쎈 징계를 받았죠. 덕분에 외국인 선수 3명만 경기에 출전시킬 수 있는 외국인 출전제한 제도가 도입된 이번 시즌 초반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이 누구를 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셀프로 만들어 버린 셈이 되었지만요...



(그러게 마인드 컨트롤 좀 하지... 경기 말아드시고, 징계 비벼먹고..)



그리고 이어진 시상식과 알사드의 우승 세리머니





4) 경기가 끝난 후, 그리고 다사다난했던 도하에서의 첫 날 마무리

남태희 선수를 응원 온 일행과 함께 경기 끝나고 나온 남태희 선수를 만나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식당으로 가기 전 역시 경기를 마치고 나온 이정수 선수에게 악수를 청하고 인사만 살짝 나눌 수 있었네요.


워낙 늦게 자는 편이라 시차적응은 자동적으로 되었지만 거의 하루 반을 제대로 못자고 배가 고팠던 터라 사진을 함께 찍거나 사인을 받을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채 남태희 선수 일행들과 새로운 등번호 91번의 의미 등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SNS 상에서가 아닌 실제로 만나 얘기를 나눠보는 건 처음이기도 했습니다. 


메뉴는 빌라지오몰 맞은 편에 있는 식당에서의 양고기. 도하에 계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양고기 집이 있는데, 남태희 선수가 좋아하는 양고기 집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 날따라 살짝 태웠다며 아쉬워했지만, 비교적 한산하고 맛난 식당이더군요. 역시 양고기는 아랍에서 먹어야 짱!!!


(같은 메뉴를 먹었는데 식사 때 찍어둔 것이 없어 조영철 선수 인스타그램에서 퍼옴;;;;)


식사를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눈 후 남태희 선수는 저를 호텔 근처까지 데려다주고는 헤어졌습니다. 전에 사우디에서 일했을 때 모시던 사장님의 차와 같은 기종 (물론 신형이었지만...)의 차량이라 왠지 더 낯익더군요. 그리고 시작부터 다사다난했던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던 전 들어오자마자 씻고 도하 여행의 첫 날을 마무리했습니다.



뒷이야기. 

1) 남태희 선수의 설명에 따르자면 작년에 문을 연 새 경기장의 관중석이 9천석 밖에 안되는 이유는 그야말로 임시 경기장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월드컵을 위해 멋들어지게 지을 신축할 경기장이 완공되면 폐쇄될 예정이라는군요.

2) 남태희 선수는 제가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리그 시작 전날 자신의 등번호가 91번이 아닌 10번으로 급변경 확정되었다고 알려줬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남태희 선수가 91번을 달고 뛴 유일한 경기를 직관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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