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사진으로 그 의미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을 슈퍼 주니어의 첫 사우디 콘서트가 이틀간 젯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K-Pop을 넘어 아시아권 가수로는 처음 사우디에서 슈퍼 쇼 7로 단독 공연을 펼친 슈퍼 주니어의 12일 콘서트는 올해 처음 열린 젯다 시즌 기간 중 예정된 모든 이벤트를 통틀어 최초의 서버다운을 야기한 끝에 최단시간인 3시간 만에 매진된 기록을 세운 바 있으며 ([문화] 예매 사이트 서버다운으로 화답한 아랍 엘프의 오랜 숙원을 이룬 사우디 최초의 K-POP 콘서트, 슈주의 Super Show 7s! 참조), 이틑날 열린 스트레이 키즈, 슈퍼 주니어 유닛 그룹인 D&E, 그리고 규현의 소집해제 이후 첫 복귀 무대가 된 K.R.Y. 공연은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살짝 아쉬웠지만 K-POP 축제라는 제목으로 현지 방송인 MBC4채널을 통해 위성과 유튜브로 공연 실황이 생중계되기도 했습니다.
네... 개인적으로 사우디와 인연을 맺은지 19년이 되어가는데, 무려 사우디에서 열린 K-POP 콘서트를 TV 생중계로 지켜보는 날이 다 올 줄은 몰랐네요!!!
(스트레이 키즈의 공연)
(슈퍼주니어 D&E, K.R.Y. 공연)
그동안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사우디 내 아랍 엘프들은 초대형 옥외 광고를 통해 슈퍼 주니어의 첫 젯다 방문을 환영하는 메세지를 보낼 정도였습니다. ([문화] 세계 최대 곡면 스크린을 장식한 아랍 엘프의 슈주 환영 영상! 참조)
그리고... 아랍 엘프들의 오랜 숙원을 해소한 슈주 첫 콘서트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인 14일 사우디 엔터테인먼트청은 리야드 시즌의 일환으로 오는 10월 11일 리야드의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BTS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투어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아랍 엘프에 이어 아미까지 소리질럿!!!을 외치게 만들었습니다.
사우디 내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 젯다 시즌처럼 지역명+시즌을 붙인 지역별 축제 프로그램인 사우디 시즌을 올해 2월말 처음 도입한 사우디는 41일간의 젯다 시즌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어 가는데 이어 10월 11일부터 12월 15일까지 60여일에 걸친 리야드 시즌을 개최한다고 발표한 것이 불과 하루 전인 13일이었고, 축제 기간만 공개한 바로 그 다음날 리야드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첫 이벤트로 무려 BTS 스타디움 투어 개최를 전격 공개한 것입니다. 젯다 시즌의 개막을 알린 첫 이벤트가 WWE Super Showdown 점을 감안한다면, 젯다보다 훨씬 보수적인 분위기의 리야드 시즌 개막 이벤트가 BTS 이벤트가 되었다는 사실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우디라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콘서트가 작년까지 제대로 열릴 수 없었고 지역 내 엔터테인먼트의 천국인 UAE에서도 2011년부터 SM타운 라이브가 열렸던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열린 대형 단독 공연이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불과 100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슈퍼 주니어의 단독 콘서트 (7월 12일), K-POP 콘서트 실황 생중계 (7월 13일)에 이은 BTS의 스타디움 투어 (10월 11일)로 이어지는 대형 K-POP 이벤트가 잇달아 펼쳐지게 되었다는건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다못해 두바이에서라도 단콘을 열면 비행기타고라도 갈테니 제발 열어만 달라고 노래를 불렀던 사우디 팬들이 이제는 옆 나라에서 비행기타고 올 팬들을 맞이하게 된 웃지못할 상황. 물리적 매체를 이용한 음반시장이 침체되어 진열대가 축소되고 있는 와중에도 K-POP 진열대는 없다가도 생겨날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고는 있다고는 해도, 사우디에서 굵직굵직하게 터뜨릴 줄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문화] 슈주에서 BTS까지, UAE를 위시한 걸프지역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K-POP의 인기! 참조)
그런데 말입니다... 이 동네에선 대체 왜???
경직된 이슬람만 떠올리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이 동네, 특히 여전히 니깝과 히잡, 쑵 등 전통의상을 기본적으로 입고 사는 걸프지역 문화에 낯선 대부분의 우리 입장에선 이런 반응이 익숙하지 않겠지만, 한국어 공부 및 한국 방문으로도 이어지는 K-POP을 위시한 한국문화에 대한 젊은 여성층의 사랑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잡은 상황이며, 심지어 지난 해에는 이 지역 여성들의 관점에서 이 현상을 연구한 한 박사과정생의 리서치 자료가 발표되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UAE 대학 (United Arab Emirates University)의 박사과정생 우르와 무함마드 타릭 (Urwa Mohammad Tariq)이 쓴 "Say Hello to Hallyu Emirati Nation"는 UAE 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러한 트렌드를 현지인의 시각에서 연구한 첫 리서치 자료로 지난해 8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한 한류 학술대회에서 소개된 바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자신이 대학에 들어가고 보니 주위 모든 친구들의 주요 화제거리가 K-POP이나 한국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이어서 왜 주위 사람들이 한류에 빠져들게 되었을까를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녀는 한국 예능과 K-POP 그룹으로 대표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빠져들다보면 음식과 패션으로 빠져들게 되고, 여기서 좀더 빠져들면 노래와 컨텐츠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 공부로 이어지게 된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기타] 중동지역에 진출한 에뛰드 하우스, 두바이몰점 공식 개점! 참조) 요즘 애들은 아랍어를 못쓴다고 걱정하는 와중에도 독학으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UAE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녀의 모교인 UAE 대학에는 한국어 과정이 개설되어 있기도 합니다. (링크) 그럼 왜 UAE 여성들은 한국문화에 빠져들게 될까요? 그 계기과 과정은 비단 UAE 뿐만 아니라 사우디를 포함한 한국 문화에 빠진 대부분의 걸프지역 여성들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1. 상대적으로 깨끗한 언어와 컨텐츠
부모 세대들은 서구 문화중에서도 특히 헐리우드와 발리우드 문화에 친숙해 있습니다. 성인이 되지 않아 그나마도 자유로운 활동이 쉽지 않은 어린 세대에게 함께 컨텐츠를 보는 부모의 관심이 이어지는 건 당연할 수 밖에 없는데, 한국 드라마는 다른 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깨끗해서 거리감없이 와닿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로맨틱 드라마에서 로맨스를 다룰 때 서구 문화에선 보기 힘든 "소박한" "충직한" "귀여운" "부끄러운" 등의 (우리가 보기에도) 오글거리는 반응들이 이들에겐 확 꽂히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하네요. 게다가 우리가 보기엔 너무 질질 끈다고 볼 수 있는 특유의 여백과 느린 화면전환이 (언어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라도) 캐릭터의 감정과 느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한국 드라마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2. 가족 중심의 드라마
한국의 많은 이들에겐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랍의 가족문화는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의 가족문화보다 정서적으로 가정을 중시해 온 한국의 가족문화와 유사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 지역도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핵가족화되어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선 몇 십년전까지 이어온 대가족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죠. 약 한 세대정도 차이랄까요?) 한국 드라마에서 다루는 가족들간의 갈등, 사회계층 별 차이, 삼각 관계 등이 아랍 시청자들에게 생각 외로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낸다고 합니다. 요즘은 현지 채널에서 아랍어 더없이 응답하라 1988을 방영 중이더군요. 막장 드라마도 많긴 하지만... 아시다시피 사촌간의 혼인 및 일부다처제인 이 지역에서도 가족간에 막장스러운 요소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 더 낯설지 않게 여겨질수도요...!
3. 소녀 감성 취향 저격
한국의 컨텐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어필하게 되는 데 주된 요소로는 캐릭터들의 외모를 꼽고 있습니다. UAE 여성 팬들은 한국 문화 컨텐츠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이나 여자들을 볼 때마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참신하다"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는군요. (뭐.. 투박하고 수염많은 이 동네 남자들이나 많은 가리고 다니는 여자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취향을 저격할 수 밖에요.) 그리고 이들에겐 한국어 구어체 대사들의 억양히 상대적으로 유혹적이고 부드러운데다 말도 비교적 느린 편이어서 이를 시간을 투자해 들으면서 이해하는덴 별 관심이 없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를 역으로 말하자면 UAE와 걸프 지역에서의 한류 트렌드가 가지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주 소비층이 젋은 여성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
4. 지루한 로컬 방송 프로그램들
일반적인 UAE인이나 아랍인들이 즐겨보는 현지 채널의 연예 프로그램들은 어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라마단 기간 처럼 가족들과 함께 봐야 하는 라마단 특집 프로그램들은 봐도 가족들 때문에 마지못해 함께 볼 뿐, 자발적으로 보기는 싫다고 하네요. "너무 과장되거나" "우울하거나" "비현실적인" 드라마에 "특색"도 "재미"도 없는 서구 프로그램의 모방 리얼리티쇼들은 이들을 현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주된 요소라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야 TV 밖에 볼 수 없었으니 달리 방법도 없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등을 통해 거칠고 자극적인 서구 프로그램도, 재미라곤 1도 없는 로컬 프로그램을 굳이 보지 않아도 이를 대신해서 예쁘장한 남녀 연예인들이 출연해 소녀 감성을 확확 자극하는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에, 집단 군무를 화려하게 펼치는 아이돌 그룹이 출연하는 한국 예능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호기심에서라도 빠질 수 밖에요... 한류가 확산되면서 더 오래전부터 아니메나 망가 등을 통해 일본 예능을 접해왔던 이 지역의 주요 소비자층이 그 관심을 한국 예능과 문화로 돌리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K-POP을 즐기는 팬들의 80% 정도는 그 전엔 일본 예능에 빠져들었던 소비자일 것으로 추산할 정도라고 하죠.
이러한 한류 컨텐츠의 경쟁력 외에도 UAE를 위시한 걸프 지역 여성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는 지역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5. 집, 그리고 인터넷 속도 향상
이동 및 대외 활동에 제약이 많은 어린 여성일수록 또래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거실에선 부모님들이 헐리우드나 발리우드, 혹은 로컬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동안 자신의 방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다른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고, 이를 파고들 수 있는 여유가 많다는 점입니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대도시를 제외하면 동영상 스트리밍을 제대로 즐기기 힘든 곳이 많았지만, 인터넷 및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고, 통신망 속도도 향상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감상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없어진 것이 되려 한국문화 파고들기에 빠져드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KBS World가 이 지역에서 한국방송을 접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이지만 (한국 방송 후 2~3주 뒤에나 편성했던 예전에 비하면 생방송, 혹은 하루나 일주일 텀을 두고 편성하는 방송 시점은 많이 빨라졌죠), 컨텐츠 사업자가 세계시장 진출보다 내수시장에 집착하고 있는 사이 (이 지역에 독점 중계권을 판 것도 아니면서 방송채널은 고사하고 인터넷 시청마저 왜 차단시키는지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불법 컨텐츠라 할 수 있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나 다양한 스트리밍 사이트가 K-POP을 위시한 한국문화 확산의 결정적인 주인공이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플랫폼을 구축하지도 않았던 컨텐츠 사업자가 공들인 것 없이 날로 먹은 인기라고 보죠. 최근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최신 드라마들이 아랍어 자막과 함께 방영되어 좋더군요. 제일 위 사진 속 문구인 "14년 동안 내 방에서 오빠들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라는 문구가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결정적인 문구인 셈입니다.
6. 그리고 팬덤의 구심점이 된 SNS
그리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자신의 방 안에서 콘텐츠 시청에 빠진 아랍 여성 한류팬들을 단순한 오타쿠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팬덤으로 뭉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든 건 바로 트위터가 중심이 된 SNS의 위력입니다. 집에선 식구들과 다른 컨텐츠를 즐기다보니 자신이 빠진 새로운 문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없는 반면, SNS 상에선 굳이 방 안에서 접속하고만 있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예능과 스타, 아이돌 그룹 등에 대한 이야기와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동지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SNS를 통해 결집한 팬덤은 온라인 주문을 통한 도시락 조공 같은 초보적인 행동에서부터 두바이 분수쇼 최초의 K-POP 레퍼토리 추가, 부르즈 칼리파 최초의 LED쇼 상영, 세계 최대 곡면 스크린 최초의 홍보 영상을 선보인 EXO 팬덤, 그리고 첫 콘서트 개최 소식에 공지보다 이틀 앞서 기습적으로 열린 티켓팅 시작과 동시에 사이트 서버를 다운시키며 시즌 내 펼쳐진 모든 이벤트를 통틀어 최단 시간 완판 기록을 세우며 콘서트 소식을 열심히 트윗으로 공유한 아랍 엘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자신들의 팬심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팬심의 발현이 결국 콘서트 개최가 요원할 것만 같았던 사우디에 불과 석 달만에 슈퍼 주니어의 단독 콘서트와 BTS 스타디움 투어 개최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처:
UAEU PhD student studies Korean entertainment impact on young Emiratis (UA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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