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몰 버진 메가스토어에서 K-POP 앨범을 구매중인 현지 여성팬들)
1. 유튜브를 통한 K-POP의 유입, 그리고 서인영과 나인 뮤지스의 아부다비 공연
언제부터라고 콕 찝어 얘기하긴 힘들다고 합니다만, 대체로 2000년대 후반 이후 유튜브 동영상을 버퍼링없이 재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터넷 속도가 향상됨과 동시에 걸프지역에도 10~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K-POP의 열기가 조금씩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공식적인 오프라인 채널은 없었지만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한 슈주의 팬클럽 Arab Elf 등 자생적인 팬클럽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팬들에 대한 조공은 물론이요 공원에서의 플래쉬 몹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에 대한 애정을 표출해 왔었습니다. 좀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전까지만 해도 여행지에 꼽지 않았을 한국행을 택하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가족들이 운영한다는 가게들을 다녀오는 일종의 성지순례를 다녀올 정도였으니까요. 2000년대까지 사업차 한국에 출장 온 남성들이 아랍 한국 관광객의 대세였다면, 2010년대 들어 젊은 여성 방문객들이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새로운 흐름과 결코 무관하진 않을 것입니다. 국내에는 알려지기 힘든 이러한 분위기가 낯설게만 느껴졌는지 2013년 KBS 월드 라디오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사연을 포스팅했다가 다음 뷰 어워드 "이 주의 글"에 선정되었던 적도 있었을 정도였죠. ([문화] 사우디에서 려욱에게 도시락을??? 걸프지역 소녀들에게 미치는 한류의 힘!참조) 이 주의 글에 선정된 건 그 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기도 한데....
걸프지역 팬들의 경우 자기네 나라까지는 바라지 않겠지만, 슈주나 빅뱅이 최소 UAE에서만 공연해도 비행기타고 넘어가서 보겠다는 팬들의 "진지한 궁서체"의 의지를 표출해왔지만, 막상 이들의 공연을 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UAE의 아부다비 해변에서 2011년 11월 9일과 10일에 걸쳐 FI 아부다비 그랑프리 기간 중 축하공연의 일환으로 서인영과 나인 뮤지스가 무료 콘서트에 출연했던 것이 한국 가수의 공식적인 첫 공연이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룹의 공연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많은 팬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K-Pop 공연은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라스 알카이마 동네 쇼핑몰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나 젠틀맨 등은 많은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요.
2. K-POP이 본격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2016년, KCON과 UAE 한국문화원 개원
K-Pop을 사랑하는 걸프 지역 팬들에게 있어서 2016년은 그야말로 의미있는 한 해가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실제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고 싶다는 많은 소녀들의 바램이 첫 공연으로부터 4년 반이 지난 2016년이 되어서야 실현되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3월 25일 아부다비 야스 아일랜드의 두 아레나에서 축하행사의 일환이 아닌 본격적인 첫 K-Pop 콘서트였던 KCON이 열렸거든요.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인근 국가의 팬들도 KCON을 보기 위해 아부다비를 찾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걸프지역 최초의 본격 K-POP 이벤트였으니까요.
한류를 아랍에 본격 소개하는 종합 이벤트이기도 했던 KCON은 아이돌 그룹을 사랑하는 이 지역 소녀들의 오랜 갈망을 풀어줬던 이벤트였던 것과 동시에, 많은 교민들에겐 K-Pop 아이돌 그룹이 이 지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가수들의 공연이 있다고 해서 오긴 했지만,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 있는 아이돌이 누군지, 무슨 노래인지도 모를 노래들을 한국어도 모를 것 같은 히잡 쓴 아랍팬들로부터 외국인 팬들이 잘도 따라 부르고 있었다고 하니 말이죠.
많은 팬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걸프 지역에서 처음 열린 대규모 K-Pop 콘서트 KCON 개최는 UAE를 위시한 걸프지역에 K-POP의 본격적인 진출을 알리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몇 주 뒤에 UAE 한국문화원이 문을 열면서 한국문화가 손에 닿을 곳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아부다비]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중동지역 최초의 한국문화원, UAE 한국문화원 방문기 참조) 2010년대 초반 유튜브가 걸프 지역에 K-Pop을 소개하는 매개체가 되었다면, 한국문화원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K-Pop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정기적으로 K-Pop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하여 아이돌 그룹의 춤을 배우고 싶은 팬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스누퍼 (2018년 4월/ 아즈만, 샤르자, 알아인)와 임팩트 (2019년 4월/ 두바이 2회, 알아인)와 같은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는 물론,
문화원답게 안녕바다와 같은 인디밴드 등을 초청하는 등 소규모 공연을 통해 K-POP을 종종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K-POP이 화제의 중심이 된 2018년, EXO와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in 두바이
2018년 새해 벽두의 두바이를 뒤흔든 건 바로 EXO였습니다. 로컬 이마라티와 중국팬들이 뭉쳐 EXO의 파워를 두바이 분수쇼의 첫 K-POP 레퍼토리로 추가하는 팬덤의 위력을 과시했기 때문입니다. 두바이 관광청이 이례적으로 프리미어 일정을 공개하고, EXO를 직접 초청하여 그 자리를 함께 했었으니 말이죠.
EXO는 부르즈 칼리파 앞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첫 공연을 보는 팬들의 반응은 무슨 콘서트장에 있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두바이] 두바이 분수쇼 배경음악 최초의 가요, EXO의 파워 첫 공개! 참조) 좀처럼 보기드문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고무된 다운타운 두바이는 종종 일정을 미리 예고해가며 파워를 틀어줬고, 심지어 반년 뒤에는 부르즈 칼리파 최초의 EXO쇼를 선보이기까지 했습니다.
EXO는 두바이 분수쇼 레퍼토리에 파워가 추가된지 3개월 뒤인 4월 6일 기획사 식구들인 SM패밀리와 함께 두바이의 대형 야외 공연장 오티즘 락스 아레나에서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를 통해 두바이로 돌아와 아레나를 가득 메운 15,000여명의 팬들을 열광시키며 K-POP을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그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 방문기간 중 문화교류행사의 일환으로 에이핑크와 린, 그 후 휘성의 미니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며 K-POP에 대한 기사가 언론매체에 종종 소개되는 등 UAE 내에서 큰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왜 UAE 로컬 이마라티들 사이에서도 K-POP을 위시한 한류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라는 주제의 연구자료가 기사화 될 정도였으니까요... (이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4. 세계적인 신드롬의 주인공 BTS를 앞세워 2019년 오프라인 매장 트렌드를 역행하는 K-POP!
2018년에 EXO의 파워와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로 K-POP이 화제의 중심에 선 이후 벽두부터 두바이를 찾은 모모랜드의 단독 콘서트로 2019년을 시작했지만, 정작 올해 가장 주목을 받는 아이돌은 이 곳에서도 단연 BTS입니다. 아미의 팬덤에 힘입어 BTS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서울 공연 영화가 비록 2019년 1월 26일 하루 뿐이었지만 UAE의 주요 극장에서 상영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버진 메가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K-POP 상품들이 올해들어 BTS를 중심으로 조금씩 공간을 넓혀가고 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BTS가 있거든요. 심지어 아부다비 야스몰의 버진 메가스토어에서는 한때나마 비공식이라는 타이틀이 걸린 BTS 책이 서적분야 베스트 셀러 1,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고,
이번에 나온 신보 페르소나의 경우 사전예약판매까지 실시했을 정도니 말이죠. 뭐.. 유통사의 사정으로 음반 발매일보다 1~2주 정도 늦게 판매되긴 했지만요.
게다가 계산대로 가는 길목에 손님들의 주머니를 다시 한번 가볍게 하려는 버진 메가스토어 특유의 계산대 앞 진열대에는 얼마 안되는 K-POP 상품 중 BTS 앨범과 책을 잘 보이는 곳에 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UAE 매장에 페르소나가 공식 발매된 후 두바이몰 버진 메가 스토어의 K-POP 코너는 그 전보다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위치를 바꿔놨고...
아마도 UAE 내에서 가장 큰 K-POP 코너를 갖춘 몰 오브 에미레이츠 버진 메가스토어는 무려 3개의 진열대를 K-POP 앨범에 할당한 가운데 이 중 한 개를 BTS 앨범만으로 가득 채우기도 했습니다. 스트리밍과 음원 시장 확대와 더불어 버진 메가스토어 내에서도 물리적인 매체인 음반과 DVD/블루레이 코너의 진열대가 하나둘씩 줄어들면서 점차 축소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이를 역주행하는 K-POP 코너의 확대는 그야말로 흥미로운 현상이랄 수 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코너였음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말이죠. 버진 메가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앨범은 한 장당 150디르함 내외로 거의 5만원에 육박하는 후덜덜한 가격이긴 합니다만...
UAE 내에서도 K-PO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두바이몰에 있는 두바이 아이스 링크를 지나가다 아이스 링크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가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나온지 얼마 안된 앨범 페르소나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아이스 링크에 울려퍼지고 있었으니까요!!!
UAE 내 K-POP 팬들은 이 곳에서 BTS나 EXO의 단독 콘서트가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두 그룹 모두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공연을 가지긴 했지만, 단독 콘서트가 아닌 KCON과 SM타운 라이브 출연진의 일부로만 공연했으니 말이죠. UAE 내에는 대규모의 공연장이 야외 공연장 밖에 없었지만, 오는 6월 코카콜라 아레나를 시작으로 아부다비와 두바이에도 17,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실내 공연장이 개장할 예정이기에 공연장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입니다. 이미 이 곳에서도 시장성은 확보된 듯한 두 그룹 중 과연 어느 그룹이 먼저 단독공연을 가질지 살짝 궁금해지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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