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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사우디에서 18시간만에 잇달아 발생한 세 건의 자살폭탄테러와 그 여파

둘라 2016. 7. 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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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다 미영사관 자살폭탄테러범의 시신)

 

한 달간의 긴 라마단의 마지막 주를 맞이하여 터키, 방글라데시, 이라크 등지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테러가 잇달아 자행된 가운데 이슬람의 탄생지인 사우디에서도 7월 4일 새벽부터 18시간 만에 서로 다른 세 도시에서 세 건의 자살폭탄테러가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테러사건에 비해 인명피해는 많지 않았지만요. 최근 몇 년간 사우디 내에서도 간헐적으로 몇 건의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었지만, 하루도 채 안되어 서로 다른 목표물을 가진 세 건의 테러가 잇달아 발생한 것은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입니다.

 

1. 젯다 미영사관

그 시작은 하루의 단식 시작에 앞서 이를 마무리하는 수후르 시간 전인 새벽 2시 15분경 젯다에 있는 주사우디 미국 영사관 부근에서 일어난 자살폭탄테러 미수사건이었습니다. 미국 영사관 부근 병원의 주차장에서 한 차량의 수상한 동태를 의심한 보안요원들이 차량 운전자를 검문하려다 운전자가 자폭하면서 벌어졌습니다. 30대로 추정되는 파키스탄인 외국인 체류자 압둘라 깔자르 칸으로 밝혀진 테러범은 폭발로 몸이 찢겨진 채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그를 검문하려던 두 명의 보안요원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그쳤습니다. 사우디 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시도는 오랜만에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폭사한 젯다 테러범 압둘라 깔자르 칸)


오랜만에 벌어진 외국인/시설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미수사건이 조용히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하루의 단식이 끝나갈 무렵이자 라마단의 종료일과 이드 알피뜨르의 시작일을 확정짓는 달 관측 위원회가 이를 확정 발표하는 즈음 사우디 동부의 까티프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난데 이어, 성지 메디나에서도 자살폭탄테러가 잇달아 터졌습니다.

2. 까티프 시아파 모스크

사우디 시아파가 밀집한 지역인 까티프 지역의 한 모스크 인근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는 젯다에서 일어난 사건과 마찬가지로 테러범만 폭사하고 별도의 인명피해를 내지 않은 채 마무리되었습니다. 

(까티프 자살폭탄테러 사건 부근 현장)

 

3. 메디나 예언자 모스크

카티프에 이어 반대쪽에 위치한 성지 메디나에 있는 이슬람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모스크인 예언자 모스크 부근에서 일어난 자살폭탄테러는 하룻동안 발생한 자살폭탄테러 중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습니다. 모스크 근처 치안본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자살폭탄테러는 자폭과 동시에 폭사한 테러범 외에 두 명의 보안요원이 사망한 것으로 처음 알려졌으며, 사우디 내무부는 보안요원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메디나 자살폭탄테러로 즉사한 보안요원의 시신)

 

예언자 모스크는 사도 무함마드가 고향인 메카에서의 박해를 피해 메디나로 이주 (헤지라)한 후인 622년경 지어진 자택이었다가 사후 묻혀진 곳으로 이슬람 역사상 두번째로 지어진 모스크이자 평생에 최소 한 번은 수행해야 하는 의무인 성지 순례의 목적지인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에 이어 이슬람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모스크입니다. 사우디 국왕에게 양대 성지의 수호자라는 별칭이 붙는 것도 메카와 메디나에 무슬림들에게 있어 가장 성스러운 모스크인 그랜드 모스크와 예언자 모스크가 있기 때문이죠.

 

예언자 모스크 외곽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가 그나마 다행히 최소한의 희생자를 낸채 끝나고, 모스크 역시 바로 정상 상태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모스크로 진입하려던 테러범이 저지를 당하면서 들어가는데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테러범이 모스크 안에 들어가서 자폭했다면, 그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러가 발생한 시간은 하루의 단식을 마무리하는 마그립 예배와 이프타르 사이 시간대였기에 많은 무슬림들이 모스크를 찾았던데다 폭발한 장소가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모스크에서 정말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죠. 수십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있는 가운데서 터졌다면 피해는 상상만해도...ㅎㄷㄷ

(자살폭탄테러 발생 당시 예언자 모스크의 풍경)

 

사우디 역사상에도 손에 꼽을만한 성지 예언자 모스크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한 후 살만 국왕의 아들이자 무함마드 부왕세자의 이복형이기도 한 메디나 주지사 파이살 빈 살만 왕자는 바로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하여 이들을 위로하고

 

현장인 예언자 모스크를 찾아 상황을 수습한 뒤 예언자 모스크를 찾은 순례객들과 함께 예배를 올리면서 사태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했습니다.

 

아직까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집단이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오늘 잇달아 터진 세 건의 자살폭탄테러 사건은 다른 나라처럼 큰 피해를 내지는 않았음에도 사우디 내에서 최근 일어났던 폭탄테러 유형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분명 주목할만한 사건입니다. 

 

사우디 내에서 최근 간헐적으로 일어났던 자살폭탄테러는 자국 내 시아파, 또는 보안요원을 노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7월 4일의 연쇄 자살폭탄테러는 사우디 내에서 알까에다와의 전쟁 이후 10여년 가까이 일어나지 않았던 외국인/외국 시설을 상대로 한 테러가 다시 발생했고, 무엇보다 이슬람 사회에 충격적인 사실은 무슬림들에게 있어 성스러운 달인 라마단에 자신들이 가장 중요시 하는 성지를 목표로 한 테러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테러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테러사건의 타겟이었던 외국인에 대한 공격 및 종교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목적의 시아파 상대 테러와는 차원이 다른 성지에서의 테러. 사우디와 껄끄러운 관계인 이란의 외무장관마저 수니파와 시아파가 뭉치지 않는 한 계속 희생자로 남게될 것이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이집트의 무프티를 위시한 이웃 나라의 성직자들과 수많은 무슬림들이 즉각적으로 테러를 비난하며 성지를 공격하는 이는 무슬림이 아니라는 비판이 쏟아질 정도니까요. (링크 참조)

(영자 신문 아랍뉴스의 7월 5일자 1면)

 

성지 메디나에서 발생한 테러에 보안요원 4명만 사망했을 뿐 그 곳을 찾은 모든 성지순례객들은 무사했다며 사우디 정부는 자신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자랑하고 싶겠지만, 불과 채 하루도 안되어 외국인, 시아파 사우디인, 수니파/시아파 전세계 무슬림을 타겟으로 한 전방위적인 테러사건이 발생한 것은 대 테러와의 전쟁에 앞장서 왔다며 자평해 온 사우디 왕실 내에 왕위 승계와 관련된 여러가지 루머가 도는 상황에서 어떤 여파를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첫째, 사우디 왕실 내 대테러 전문가이자 내무부 장관 겸 왕세질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는 건재한가?

사우디 왕실 내에서 유일하게 암살미수사건을 직접 경험하기까지 했던 대테러 전문가이자 국내 테러사건 해결의 책임자인 내무부 장관이자 차기 왕위 계승자인 서열 2위 왕세질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의 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 새 내무장관에 무함마드 왕자 임명, 차세대 왕위 계승 선두주자로 나서! 참조)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는 최근 사우디 건국 이래 전례없는 국방과 경제를 손에 쥔채 왕위 승계를 위한 초고속 스파르타 속성 실전코스를 밟고 있는 서열 3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의 화려한 행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습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이 돌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외국 언론이 그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며 보도를 했고, 이 소식을 접한 무함마드 왕자는 자신은 건재하다며 이 보도에 격분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을 정도니까요. 그가 지금까지 그래왔듯 대테러 전쟁의 선두에 선다면 그의 건강에 대한 의혹을 불신시킬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둘째, 성지 메디나에 대한 공격은 부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에 대한 경고?

살만 국왕과 왕세질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의 불안한 건강상태와 관련하여 살만 국왕 즉위 이후 사우디 왕위 승계 서열을 뒤흔들어 놓으며 실세가 된 블루칩인 부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가 단기간 내 왕위 승계를 위한 밑작업 중이라는 소식이 비공식적인 루트로 여러 소식통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왕세제와 관련된 잇단 보도로 UAE 정부에 의해 차단된 반 걸프 왕정 성향의 사이트인 미들 이스트 아이즈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가 올 연말을 목표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의 국왕 등극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의 국왕 등극을 위한 밑작업 소식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그가 사우디의 핵심 종파이자 극단적인 보수화를 이끌고 있는 와하비즘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내는 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며 여성들의 운전허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다른 왕실 멤버들과 달리 한 명의 와이프만 두고 있는데다 서구의 씽크탱크로 부터 많은 조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조용하게 극단적이고 원리적인 성향의 와하비스트 성직자들을 하나둘씩 퇴출시키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사우디의 국방과 경제를 양 손에 쥐고 경제 개혁을 앞세운 비전 2030을 제창한 당사자인 그에게는 고령에다 종합병동인 건강상태에서 국왕이 되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전임자들과 달리 젋은데다 건강하기까지 한 그로서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뜻을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까요.  

 

사우디 내 와하비스트들은 보수화에서 벗어나 개방화를 추진해 온 왕권에 대해 성지 점거로 맞불을 놓은 전례가 있습니다. 1979년 11월 20일부터 2주간 압둘아지즈 국왕의 사우디 건국과정 중 동료였다가 결국 궤멸시켜 버린 이크완 지도자의 손자인 주하이만 알오타이비가 주도한 메카 그랜드 모스크 점거사건이 바로 그 사건입니다. (이크완에 대해서는 [역사] 사우디 통일전쟁과 건국의 또다른 주인공, 베두윈들의 종교적 민병대 이크완 참조)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에서 왕정과 와하비스트들의 갈등과 대립은 의외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애시당초 사우디 왕실인 알사우드 씨족이 종교적이라기 보다 세속적인 정권이고, 지방 일개호족이었던 알사우드 씨족이 지지세력을 넓히기 위해 이슬람의 원류로 돌아가기 위해 무력 지원이 필요했던 와하비스트와 정치적인 결탁과 유대관계를 통해 시작되었거든요. 종교적 정통성을 내세울 수 없는 알사우드 씨족으로서는 이를 확보하기 위해 와하비스트들이 필요하지만, 와하비스트들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자신들에게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여 오랫동안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놓고는 애증의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랜드 모스크 점거사건의 역사적 의의를 고려해 본다면, 예언자 모스크에 대한 공격 역시 일종의 무력시위이자 경고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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