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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희망없는 가자지구의 장벽을 뛰어올라 새로운 희망이 된 웨딩 싱어 무함마드 앗사프의 이야기, 아이돌 (The Idol)

둘라 2016. 1. 26.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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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아이돌 (The Idol/Ya Tayer El Tayer, 2015)

제작: 바드르 자파르, 바샤르 마스리, 하미드 무크타르, 해롤드 판 라이어 

감독: 하니 아부 앗사드

스토리/극본: 하니 아부 앗사드/사미흐 조아비

출연: 타우피크 바르홈 (무함마드 앗사프 역/아역 카이스 앗탈라), 히바 앗탈라 (누르 역) 외...

언어: 아랍어

국가: 영국, 팔레스타인, 카타르, 네덜란드, UAE 합작





1. 줄거리

가자 지구에 사는 어린 소년 무함마드 앗사프는 누나 누르, 친구 아슈라프, 오스만과 함께 4인조 밴드를 결성하여 제대로 된 악기를 구입할 수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길거리 공연으로부터 시작해서 웨딩 싱어 밴드로 활동을 넓혀나가며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해 보겠다는 꿈을 키우게 된다. 그의 타고난 목소리와 음악적인 재능이 자신보다 낫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감이 없어 하는 동생 무함마드 앗사프에게 세상에 나가서 너의 목소리를 들려주라며 자신감을 일깨워주던 누이 누르가 쓰러지게되자 그는 누나의 수술자금을 마련해보겠다며 좌충우돌해보지만 어린 무함마드 앗사프에게 놓인 현실은 잔혹하기만 하다. 

그로부터 7년 후 학비 마련을 위해 택시 기사를 부업으로 삼고 있는 그에겐 자라오면서 많은 것이 파괴된 가자지구 내 삶 속에서 자신의 꿈을 살려볼 기회를 쉽게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중 누나의 투병생활 중에 알게된 친구의 격려에 힘을 얻어 때마침 들려온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에 참가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2. 하니 아부 앗사드 감독, 그리고 무함마드 앗사프

하니 아부 앗사드 감독은 이스라엘에 의해 철저하게 억압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사는 청년들의 삶과 선택을 소재로 한 영화 "파라다이스 나우 (2005)"와 "오마르 (2014)"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아랍 감독 (국적은 이스라엘이지만 감독 자신의 정체성은 아랍인이라고 밝힌 바 있음)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작품이 소개되며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영화 감독입니다. ([영화] 무너져가는 친구들과의 신뢰관계와 사랑 속에서 방황하는 남자, 오마르 (Omar) 참조) 오마르와 더불어 아이돌 역시 부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프리미어를 가졌을 정도로 높은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감독이죠.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무함마드 앗사프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아랍 버전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 시즌 2 (2013)가 배출한 최고의 주인공입니다. 가자지구 난민촌에 살던 웨딩 싱어 겸 택시기사를 겸한 이름없던 대학생이 그야말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듯한 과정을 거쳐 극적으로 응시할 자격을 얻게 되고, 그 이후로는 "평화의 로켓"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가 아닌 이스라엘에 의해 철저하게 억눌려져 있는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 난민촌 출신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에 있어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가진 스타가 되었으니 말이죠. 물론 아래서도 잠깐 언급하겠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어 나갔겠지만, 선곡된 곡들을 보면 그렇게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곡들을 선곡한 것도 있었죠. ([연예] 아랍 아이돌 2013이 배출한 영웅, 무함마드 앗사프[연예] "평화의 로켓" 무함마드 앗사프, 아랍 아이돌 시즌 2 최종우승! 참조) 영화에서도 에피소드를 잠깐 다루지만 그 압박감이 너무 커서 지금도 가끔은 아랍 아이돌에서 우승하지 않았으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는 합니다만...



3. 2005년, 그리고 2012년의 가자지구

전세계 언론의 이례적인 주목을 받은 아랍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최고의 영웅 무함마드 앗사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이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누나 누르와의 추억이 있는 2005년의 소년 시절, 그리고 아랍 아이돌 참가에 나서기 전인 2012년이 된 대학생 시절.


극적인 효과를 위해 무함마드 앗사프를 제외한 6남매 중 누나와의 이야기에만 집중했다는 하니 아부 앗사드 감독의 이야기처럼 누나 누르는 전반부에만 등장하지만, 전후반부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핵심 매개체로 그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합니다. 톰보이 기질의 누나 누르역을 연기한 소녀 히바 앗탈라는 영화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첫 선을 보인 토론토 국제영화제 현장에는 비자가 나오지 않아 참석할 수 없었다는 뒷 이야기가 있네요.


영화 속에서 콕 찝어 두 부분의 이야기만을 다룬 이유는 바로 그의 삶의 터전인 가자지구의 대조되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도, 악기구입도, 치료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배경이 되는 가자지구의 분위기는 상당히 따뜻하게 그려집니다. 이스라엘에 의해 10년 넘게 봉쇄되어 있는 와중에서도 이스라엘 정착민이 들이닥친다고 난리를 치지 않는 등 그나마 평온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성인이 되고 난 2012년의 가자지구는 전반부와 달리 황량하게 그려집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계속된 공습과 봉쇄로 가자지구가 많은 부분 파괴된 채 방치된 채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태에서도 각종 핑계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상당부분 초토회시켜 버리고 있지만요. 무너진 건물과 인프라는 복귀되지 못한 채 그대로 고립되어 있어 창살없는 감옥에서 겨우 살아있는 것 외엔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에 막혀 또다른 팔레스타인 지역인 서안이나 이스라엘로의 경로는 막혀있어 여러가지 제약과 맞부닥치게 되고, 어렸을 땐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었던 이집트와의 라파 국경도 성인이 되어서는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국경 사이에서 월경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하니 아부 앗사프 감독이지만, 라파 국경에 막혀있는 가자지구 청년의 월경기를 다룬 이번 영화에선 실제보다 단순하게 묘사한 월경 과정 자체보다 2012년, 그리고 그보다 악화되면 더 악화되었을 가자지구의 참상을 영상을 통해 선보입니다.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가자지구가 영화용 세트가 아닌 부분적으로나마 실제 가자지구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상업용 영화를 촬영한 것은 수십년만에 처음이라고 하네요. 다국적 합작영화라 가능한 부분도 있었겠습니다만...



이메 스포 아닌 스포가 실제로 벌어지고 널리 알려진 일이기에 참신한 스토리를 기대하기는 힘든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아쉬운 점은 주연을 맡은 타우피크 바르홈과 실제 주인공인 무함마드 앗사프의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노래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너무 거세달까요. 실제 주인공과 영화 속 주연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별도의 촬영없이 실제 아랍 아이돌 방송 영상과 자료 영상이 교차되는 엔딩에서 극대화됩니다. 안그래도 다른 느낌의 외모를 가진 주인공이었는데 그나마도 어색하게 교차되면서 부자연스럽게 다가오니까요. 하니 아부 앗사드 감독은 무함마드 앗사프에게 본인 역을 맡기고 싶어했지만, 그는 이제 막 가수로서 본격적인 이름을 알리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연기하는 건 거짓말하는 것 같아 못하겠다며 고사했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연기력이야 미지수지만, 적어도 본인이 연기를 했다면 자료영상과 교차되는 후반부가 좀더 자연스럽게 보였을 것 같으니까요. (하니 아부 앗사프 감독은 차기작이나 차차기작을 통해 그를 영화배우로도 데뷔시킬 의지가 여전히 있다고 하네요.)



4. 아이돌, 그리고 아랍어 원제 "야 따이르 엘따이르 ("يا طير الطاير")

영어 제목인 아이돌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아랍어 원제 "야 따이르 엘 따이르 (오! 날아가는 새여!)"는 극적으로 아랍 아이돌에 참가하게 된 무함마드 앗사프가 본선 진출을 확정지을 당시 부른 노래입니다. 



가자지구에서 온 유일한 참가자인 그가 부른 이 노래가 수백만 아랍 시청자들의 눈을 끌게 된 이유는 이 노래가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1967년 이전의 영토를 잃어버린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도, 여행객들도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내 고향, 내 땅에 정작 자신은 내쫓겨서 가지 못하고 새와 여행객을 부러워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참담한 현실을 말이죠. (비록 영어번역이긴 하지만 가사의 이미가 궁금하신 분은 클릭!)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란? 알자지라 방송이 실험해 보았습니다. 과연 모든 길은 예루살렘으로 통할까요?


아랍 아이돌의 기적과도 같은 성공을 통해 외교여권을 부여받은 지금의 그에게도 동네 양아치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버스 위를 뛰어다니고, 이미 마감된 아랍 아이돌에 신청해보고자 호텔벽을 뛰어넘어 올라야만 했던 유명해지기 전과 마찬가지로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아랍 아이돌 우승과 동시에 UN난민구호기구 (UNRWA)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청년대사에 지명되고 팔레스타인 정부로부터 외교 여권을 발급받아 자유롭게 다니고 있지만, 정작 그의 가족을 보러 가자지구의 난민캠프를 가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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