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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우디 국영TV에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 앵커의 출연, 본격적인 여성권익 강화의 신호탄?

둘라 2014. 8. 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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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영방송 채널 중 하나인 알이크바리야에 니깝이나 히잡을 전혀 걸치지 않은 여성 앵커가 출연하여 가열찬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니깝까지는 아니어도 히잡을 착용한 여성 앵커나 리포터들이 출연해 온 사우디로서는 그야말로 이례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사상 첫 맨언굴로 출연한 여성 앵커의 보도장면)


논란이 확산되자 살레 알무가일리프 사우디 라디오TV방송국 대변인은 그녀의 출연에 대해 알타와술 뉴스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영국에 있는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읽은 특파원으로 스튜디오가 사우디 내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우리나라의 가치관과 체계를 위반하지도 않았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사우디 내에서는 운전도 못하게 하는 여성들이 해외에서 매년 수백~수천명씩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운전도 못하는 사우디에서 두 명의 여성 파일럿을 배출한 바 있으며, 심지어 사우디는 올해부터 여성 기장들이 사우디 영공 내에서도 비행기를 몰 수 있도록 운항면허를 내주기까지 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사우디 국영 방송국 방송들 중에도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외국인 여성이 가끔 출연해 오기도 했었고, 방송국 대변인 말대로 사우디 밖에서 방송한 것이기에 문제가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영 방송국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 앵커를 출연시킨 그야말로 대박 방송사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랍사회의 금기에 도전해 온 알자지라도 아니고, 그야말로 보수적인 사우디 국영 방송국에서 국가와의 조율없이 스스로 금기에 도전하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을까요?



여론을 떠보기 위한 방송사고를 가장한 공개 테스트

이에 대해 하페즈라 불리는 한 사우디 블로거는 설득력있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여성 앵커의 출연은 방송사고를 가장한 하나의 실험이다!"라는 것입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사우디 국영방송 뉴스를 통해 (금기시되어 온)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사우디 여성이 출연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테스트라는 것이죠. 


방송사고를 가장한 공개 테스트라는 분석이 설득력있는 이유는 2010년대 들어 급신장하고 있는 사우디의 여권 신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사우디 역사상 최초로 여성들이 슈라 위원회에 진출하여 정책 입안에 기여하게 되었고, 다양한 분야에 여성들이 진출하게 되었으며, 내년 지방선거부터는 참정권 및 입후보권을 부여받았을 정도로 과거와 비할 바 없는 여권 신장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이러한 개혁도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성들에게 어느정도 수준까지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그것입니다. 최근 놀라보게 사우디 여성들의 권리가 강화되고 있는 사회 개혁에는 가장 근본적인 이동권의 제약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이동권을 제공할 수 있는 운전금지가 첫째이고, 비록 최근 법이 개정되어 사우디 국내에서는 남성들의 허락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해외 여행이나 여권 발급 등에 있어서는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마흐람 제도가 남아있는 것이 둘째입니다. 여성들에게 보다 많은 권리를 부여해줄 것을 요구하는 활동가들의 시각에서는 이 두 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여권 신장은 의미가 없는 것이기에 이를 해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보수적인 사우디인들에게는 지금의 여권 신장조차 불편하게 여기고 있어 사우디 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몇년째 지속되고 있는 중입니다. 여권 활동가들에게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그들의 주장에 지지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선 엄청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이죠.


이런 정황을 고려해보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사우디 여성 앵커의 출연이 본격적인 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람들의 반응을 떠보는 공개 테스트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과거에 비해 많이 느슨해진 여성들의 복장코드

히잡이나 니깝은 초경이 시작된 여성들이 의무적으로 착용해야만 합니다. 무슬림들에게 있어 초경을 시작한 여성은 임신이 가능한 완벽한 여성이 된 것임을 의미하기에 외간 남성들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히잡이나 니깝을 착용하면서부터 경기장 출입도 금지되는 등 바깥 세상으로부터 많이 멀어지게 됩니다. 얼마전 국내에서도 개봉한 사우디 영화 와즈다에서 와즈다가 히잡을 거의 쓰지 않고 나오는 이유이자, 영화 중간에 히잡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와즈다는 왜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바깥을 활보할까요?)


이러한 시각차를 반영하듯 사우디 내에서도 여성들의 니깝, 혹은 히잡 착용에 대한 적용방식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사우디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시인 젯다의 경우는 다른 지역에 비해 관대하게 봐주는 인식이 있어 단순히 새카만 히잡, 아바야, 니깝이 아닌 디자인과 미를 강조한 패셔너블한 의상들도 흔히 볼 수 있는 반면, 리야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종교경찰들도 더욱 꼼꼼하게 감시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국인 여성들에게도 엄격하게 복장코드를 강요했던 것에 비해서는 많이 느슨해지긴 했지만요.


이러한 일반적인 복장코드에도 불구하고 몇몇 특정 장소에서는 여성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복장코드를 허용하는 곳들이 있는데, 사우디 최고의 갑부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소유하고 있는 킹덤 홀딩스가 대표적인 곳입니다. 평소에도 여성들에 대한 운전금지해제를 주장하고, 자신이 직접 후원하여 탄생한 사우디 최초의 여성 파일럿을 직접 고용하여 개인 비행기의 기장으로 활용하는 등 여성들의 권익 향상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자신의 회사 사무실 내에서는 여성들이 히잡이나 니깝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아 여성들이 이를 착용하지 않고 근무할 수 있는 사우디 내 극히 보기드문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조: "Watch: Unveiled Saudi anchorwoman causes controversy" (Gulf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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