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 소득세를 도입하려던 오만 정부의 계획은 지난주 수요일에 있었던 국무회의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도입 시기가 불투명해졌습니다.
2022년 처음 발의되어 2년 간의 논의 끝에 지난 6월말 슈라 위원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초안에 따르면 2026년부터 오만 내 거주하는 고소득자들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고, 부과 대상과 세율에 대해서는 오만인과 외국인 거주자에게 차등 적용할 계획이었습니다.
- 오만인: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전체 소득에 대해 5%
- 오만 내 외국인 거주자: 연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5~9%
하지만, 오랜 논의 끝에 상정된 소득세법안을 검토한 국무회의 산하 재정경제위원회는 경제상황이 좋아지고, 소득세 과세로 야기되는 전반적인 영향에 대한 추가 분석이 끝날 때까지 도입시점을 연기할 것을 권고하며, 만장일치로 오만인과 외국인 거주자에 차등 과세하려던 개인소득세율을 5%로 낮추는 것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만 국립 통계정보센터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검토중인 소득세의 과세 대상자인 고소득자는 전체 인구의 약 4%를 차지하며, IMF는 이들로부터 징수할 세입이 오만 국가 총수입의 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개인 소득세 도입 시기를 연기하고, 언젠가 시행에 들어가더라도 소득세율을 5%로 낮추기로 한 국무회의 결정은 국가 전체 수입의 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는 소득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경우, 이웃 국가들에 비해 떨어지게 될 경쟁력으로 인해 잃을 것이 더 클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 때문입니다. 다른 GCC국가들, 특히 사우디와 UAE 등은 각종 세금을 도입하면서도 개인 소득세만큼은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누누히 밝히고 있으니까요.
일단 연기되었지만, 오만의 개인 소득세 부과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전통적으로 개인에게 직접세를 징수하지 않는 GCC 국가 중 최초로 개인 소득세 도입을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오만은 수입의 72%를 석유와 가스에서 창출할 정도로 자원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 세입을 다각화할 필요성도 있거든요.
걸프 국가와 세금
걸프국가는 기본적으로 씨족 국가의 확장형태고, 그 전통에 따라 씨족의 어르신/지도자가 갖고 있는 것을 씨족민에게 베푼다…라는 관계에서 시작했기에 우리에게 아주 당연한 것처럼 세금을 통한 정부와 국민의 계약 관계로 유지되는 일반적인 국가와는 다른 계약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라비아 반도 곳곳에서 발굴되는 석유와 천연가스로 인한 세입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고, 일반적인 나라들처럼 직접세를 걷지 않더라도 석유와 천연가스를 팔아 번 자금을 활용해 직간접적인 보조금을 지급, 혹은 차감하는 방식으로 수십년 동안 물가를 조절하며 통치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아니기에 국민들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아랍의 봄을 통해 국민들의 저항으로 비롯된 이웃 독재 공화국들의 몰락을 지켜본 걸프 왕정들은 상대적으로 저항은 없었지만, 자신들의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들의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국가에 직접세를 내지 않는 개인들에게야 좋지만, 국가 재정이란 관점에서 보면 국가의 수입이 전적으로 유가에 달려있어 예측이 불가능하고, 산업 발전 등 수입 다각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국가예산을 보조금으로 사실상 뿌려버리는 지출 방식은 분명 한계에 다달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보조금은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 않는 반면, 세입의 경우 고유가 시대라면 괜찮은데 2010년대 중반처럼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면 적자 재정의 폭이 커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석유와 가스의 시대가 언젠가는 끝이 날테구요.
그렇기에 월드뱅크나 IMF는 GCC 국가들에게 보조금을 폐지하고 각종 세금을 부과해서 세수 다각화를 꾀하라는 권고를 오랫동안 해왔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70% 이상의 수입을 석유와 천연가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오만이나, 국가 예산의 25%를 보조금으로 써버리고, 자국민의 복지 유지에 관심이 높은 의회의 반대로 줄이기도 쉽지 않은 쿠웨이트 등이 특히 위험한 상황이었죠.
표준 법인세 | 개인 소득세 | 부가가치세 (VAT) | |
사우디 | 20% | 0% | 15% |
UAE | 9% (DMTT 15%) | 0% | 5% |
카타르 | 10% | 0% | 0% (도입시 5%) |
쿠웨이트 | 15% | 0% | 0% (도입시 5%) |
오만 | 15% | 0% | 5% |
바레인 | 0% (DMTT 15%) | 0% | 10% |
VAT
건국이래 유지해 온 국가 계약 구조상 세금 도입은 자국민 정서상 저항감이 클 수 밖에 없는 방식이라 이들 국가들은 간접세부터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초 GCC 국가들은 2018년 1월 1일부터 5%의 VAT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지만, 합의한대로 2018년부터 도입한 곳은 UAE가 유일했습니다.
- 2017.02.13 - [GCC&GU/GCC&GU] - [경제] 여러 난제에도 2018년 1월 1일부터 GCC 6개국 공통으로 5%의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것!
- 2017.08.28 - [GCC&GU/UAE] - [경제] UAE,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VAT법령 공식 발표!
이러한 변화에 있어서 항상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은 UAE였습니다. UAE는 GCC 국가 중에서도 가장 유류대가 비싼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8월 1일부터 사실상의 유류대 인상 조치인 월별 변동 요금제를 채택하면서 유가 보조금 폐지에 앞장선 바 있습니다. 결국 1년 사이에 다른 국가들도 이를 도입하게 되었지만요.
- 2015.07.29 - [GCC&GU/UAE] - [경제] UAE, 8월 1일부터 휘발유 가격 인상과 함께 양날의 검이었던 유가 보조금 폐지에 앞장서다!
- 2016.08.30 - [GCC&GU/GCC&GU] - [경제] UAE의 유류가격 현실화 이후 1년... 모든 GCC 국가들의 유가 보조금 개혁으로 이어져!
그럼에도 세금 도입은 나라별로 사정 및 이해관계가 달라서 당초 합의와 달리 사우디처럼 5%의 VAT를 도입했다가 15%로 떡상시킨 경우도, 카타르나 쿠웨이트처럼 언젠가 도입은 할테지만 여전히 시행을 미루고 있습니다.
VAT가 정착되면서 일찌감치 도입한 UAE의 경우 도입 첫 해인 2018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가세 환급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내년부터는 세계 최초로 UAE 내에서 일반 매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에 대한 부가세 환급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며, 사우디는 2025년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부가세 환급제도 도입을 발표한 상황입니다.
법인세
직접세 중 법인세의 경우엔 개인이 아닌 법인에 부과하는 소득세이기에 상대적으로 과세부담이 적어 10%~20% 사이의 세율을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앞서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을 책정한 UAE나 부과하지 않는 바레인조차 내년부터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OECD 기준에 맞춘 국내 최소 추가세 (DMTT) 도입을 확정해 다국적 기업에게는 비슷한 환경이 조성되었죠.
개인 소득세
하지만, 전세계의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소득세 0%를 미끼로 내세워 온 이들 나라로서는 개인 소득세 도입 여부가 끊임없는 떡밥이었습니다. 이런저런 명목의 세금과 서비스비용이 추가되면서 개인 소득세도 도입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가, 그럴 계획이 없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가 잊혀질만 하면 한번씩 떠오르니까요. 이런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UAE 역시 개인 사업자에 대한 법인세는 징수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의 근로소득이나 개인 투자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징수할 계획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와중에 나온 오만의 개인 소득세 도입 검토 및 도입 보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세입을 다각화하고 있는 UAE 등과 달리 높은 석유 의존도를 여전히 낮추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검토라 볼 수 있으며, 이 떡밥은 앞으로도 계속 나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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