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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쌀람!풋볼/사우디 리그

[인물] 20대 후반에 뒤늦게 빛을 본 알힐랄의 수트라이커 겸 전문 도발러, 알리 알불라이히

둘라 2024. 2. 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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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사우디의 아시안컵 16강전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사우디 선수는 단연 손흥민과 황희찬의 머리를 잡고, 목을 잡는 등의 도발로 주목을 받은 사우디 국대 수비수 알리 알블라이히였습니다.

 
사우디 리그를 보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저 XX 뭥미?" 싶은 선수지만, 사우디 리그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그는 여러가지 의미로 사우디, 아니 걸프지역 전체 선수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 말그대로 오모시로이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리그 전반에 대해 다룰 뿐, 선수에 대해선 따로 잘 다루지는 않음에도 언젠가 한 번쯤 포스팅해볼까... 생각하게 만든 선수였는데, 그게 하필 이런 일이 계기가 되는군요.

 
 

무명 선수에서 팀과 국대 주전 센터백으로!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난 커리어

알힐랄의 철벽 수비진을 이끄는 주전 센터백 듀오 중 한 명이자, 아시안컵 오만전에서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극장골을 터뜨리는 골 넣는 수비수로 맹활약 중인 알리 알블라이히는 사우디 리그 최고의 클럽인 알힐랄에서 뛰는 선수들 중 가장 이질적인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알리 알블라이히는 알힐랄 유스 진골, 혹은 1~2부 리그 클럽 유스 출신 성골 사우디 선수들을 영입하는 알힐랄 사우디 선수들 중 가장 낮은 4부 리그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알힐랄 이적과 함께 국대에도 승선한,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커리어와 플레이 스타일, 캐릭터를 보면 NBA에서 떠오르는 선수가 하나 있는데, 뒤늦게 NBA 무대에 진출해서 시카고 왕조의 악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데니스 로드먼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공교롭게도 평범한 선수였던 그 역시 25살에 NBA에 진출하여 2년 뒤인 27살에 이적한 시카고 불스에서 유명세를 탔었죠. 터프한 플레이와 상대에 대한 도발을 통한 멘탈 공격과 심리전에 능했다는 점에서도...

1989년생인 알리 하디 무함마드 알불라이히는 대부분의 1부 리그 선수들과 달리 10대 때 어느 유스 소속이었는지 조차 기록이 없으며, 20살이던 2010년 당시 3~4부 리그를 오가는 클럽인 알아말 (현재는 알부카이리야로 개명했으며, 23/24시즌에는 2부 리그로 승격)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연고지인 알부카이리야는 인구가 2만명 정도의 소도시입니다.) 그 때를 회상하는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처음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땐 월급이 불과 2,000리얄 (약 6~70만원) 밖에 안되었다고 하죠. 알아말에서 4시즌을 보낸 그는 14/15시즌에 2부 리그 클럽인 알나흐다로 이적했고, 한 시즌을 마친 후 15/16시즌에 1부 리그 알파티흐로 이적하며 비교적 늦은 25살에 1부 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선수가 됩니다. 네... 그가 알파티흐 이적 전 뛰었던 알아말과 알나흐다의 출전 기록은 명확하게 정리된 것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2017년 6월, 커리어의 전환점이 된 알힐랄 이적.

 
출신부터 하부 리그 소속이다 보니 국대는 커녕 연령별 국대와도 거리가 먼 그저그런 선수 중 하나로 끝날 것만 같았던 그의 커리어는 27세이던 2017년 6월, 오사마 알하우사위와 센터백 듀오로 활약했다가 퇴단한 곽태휘의 공백을 메울 센터백을 찾던 알힐랄이 영입에 나서면서 급변하게 됩니다. 자국 선수들의 경우 웬만큼 괜찮으면 일찌감치 재계약에 들어가는 리그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알파티흐가 두 시즌 뛴 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 것만 봐도 큰 존재감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죠.
 
 
알힐랄에서의 첫 시즌은 기존 선수들에 밀려 서브로 출전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센터백 최고참 오사마 알하우사위가 퇴단한 18/19시즌부터는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합니다. 시즌 시작 전인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28살의 나이에 생애 첫 사우디 국대에 차출되기 시작했으며, 알파티흐에서 뛰던 두 시즌 동안 불과 두 골을 넣는데 그쳤던 그가 18/19시즌부터는 이번 시즌까지 여섯 시즌 연속 최소 두 골 이상을 기록하는 수트라이커로 돌변했다는 점이죠.
 
그의 골은 많지는 않더라도 유독 결승골인 경우가 많은데, 올해 첫 경기였던 오만과의 아시안컵 조별예선 1차전 96분에 넣은 역전 결승골이나...

 

국대 차출 전 상대적으로 유독 상성이 안 좋은 알파이하와의 작년 마지막 리그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아시안컵에서의 세리머니는 리그에서의 세리머니를 스스로 오마주했던 것으로 알힐랄의 컬러가 푸른색이니 리그에선 푸른색 풍선을, 사우디 국대의 컬러가 녹색이니 녹색 풍선을 분 것이죠.

 

그는 알힐랄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18/19시즌의 다음 시즌인 19/20시즌부터는 장현수와 함께 알힐랄의 수비진을 책임지며 2개의 아챔 우승을 비롯한 많은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리며 갑툭튀로 시작된 전성기를 보내게 됩니다..

 
그런 덕인지 알리 알블라이히의 집에는 장현수 사진도 함께 걸려 있다고 하네요! 자기 사잔은 뒷모습이지만, 장현수 사진은 앞모습이라는게 킬포!


 

사우디 리그에서 찾기 힘든 똘끼충만한 전문 도발러

별 볼일 없는 선수였다가 20대 후반에 뒤늦게 이적한 알힐랄에서 수트라이커로서의 재능을 만개하고 있는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경고를 불사하는 거친 플레이에다 위에서의 세리머니에서도 보여지듯 상대팀 선수와 서포터즈들을 킹받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돌+아이 기질의 똘끼충만한 전문 도발러니까요..
 
그 덕에 다양한 짤방을 만들어내는 짤방 생성기이기도...!
 
맨유를 떠나 처음 사우디 리그에 와서는 알샤밥 소속으로 맞붙었었고, 이적 후 알힐랄에서 함께 뛰었으며, 지금은 알와흐다에서 뛰고 있는 공격수 오디온 이갈로는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에서 리오넬 메시를 도발하는 그를 보고 인스타 스토리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상대해 봤거나 같이 뛰어봤던 선수들 중 가장 미친 넘"

 

2020년대 들어 라이벌 팀이나 선수에 대한 본격적인 도발로 주목받게 된 그는 리그 내에서 근성하면 떠오르는 알잇티하드, 어그로에 능한 알나스르 선수단과 달리 그런 쪽으론 특별한 이미지가 없는 알힐랄 소속 선수이기에 더욱 눈에 띕니다. 
 
 

2021 아챔: 알나스르 경기장 센터에 깃발 꽂기 시전

2021년 10월 알나스르의 홈구장에서 열린 알나스르와 알힐랄의 아챔 4강전에서 1대2 역전승으로 알힐랄이 결승 진출을 확정짓게 되자 삘받은 그는 서포터즈의 응원 깃발을 들고 센터라인에 가 보란듯이 깃발을 피치 위에 꽂아 버렸습니다. 상대팀을 자극한 행위로 간주되어 AFC로부터 징계를 받았지만요

 
이날 경기에서 만회골을 넣었지만 팀의 패배를 곱씹어야만 했던 안데르송 탈리스카는 2년 뒤인 2023년 8월 킹 살만컵 결승전에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알힐랄을 꺾고 역전승을 거두자 알리 알블라이히가 2년 전에 했던 행동을 그대로 트롤링하기 시작했고,  

 
2년 전 사건의 주인공인 알리 알블라이히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그에게 덤벼들면서 양팀 선수단 간의 충돌로 비화된 바 있습니다. 전문 어그로와 전문 도발러의 맞짱이었달까요?

 
 

2022 FIFA 월드컵: 리오넬 메시 도발!

 
 
지난 FIFA월드컵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겨준 사우디와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알리 알블라이히는 적극적으로 리오넬 메시를 도발하면서 전세계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영어를 못해서 대화가 안 통하는데도 "(아랍어로....) 넌 우리를 이기지 못할거야!"라며 입을 터는 건 덤.

 
이 때의 일은 짤방 제조는 물론 여러가지 우스갯 소리를 남겼습니다.
 
1) 지난 여름 이적시장 기간 중 알힐랄이 리오넬 메시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동안, 많은 이들의 관심사는 과연 두 사람이 한 팀에서 재회하게 된다면? 이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그는...
"리오넬 메시가 같은 등번호 때문에라도 생각날 것 같긴 하지만, 그 때 일을 잊었길 바래야지 뭐. 기억한다면 날 팀에서 내보내려고 하지 않을까;;;;^^"?
 
2) 며칠 전 리야드 시즌 컵을 앞둔 리오넬 메시는 알힐랄 선수명단을 보고 아시안컵에 간 그를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을 것이다... 등등
 
 

사우디 리그: 메시와두 해봤으니...호날두와도!

 
월드컵에서 리오넬 메시를 도발했던 것처럼, 월드컵 후 사우디 리그, 특히 라이벌 팀인 알나스르로 이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그의 도발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연고 라이벌 알나스르 소속이니까요.

 

 
한 성깔하는 호날두가 얌전히 있지도 않지만요...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굳이 도발하다 불필요하게 퇴장당하기까지....! 빨리 나가라고 박수치며 조롱하는 호날두는 덤.

 

 

경기 도중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도발했던 그의 집에는 자신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장현수의 사진과 함께 보란듯이 두 선수와 도발하는 장면을 담은 대형 사진을 걸어놨다는군요!



뭐... 어제 경기에서 보였듯이 경기 중에만 주요 선수들을 상대로 도발과 멘탈 공격으로 심리전을 펼치는 돌+아이 기질이 다분하고, 종종 그로 인해 때로는 선을 넘는 그의 도발이나 심판의 성향에 따라 불필요한 경고나 퇴장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기 중에만 그런 성향을 보입니다. 손흥민을 열심히 도발했다가 경기 후에는 웃으며 헤어진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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