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파판 16 판매금지로 본 GCC 국가에서의 한국, 한국어 컨텐츠 이용 가이드

 

전작으로부터 7년이 지난 2023년 6월 22일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16은 PS5 전용인데다 성인용 게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1주만에 전세계적으로 300만장을 팔아치우며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인기를 얻고 있는 대작 타이틀을 볼 수 없는 곳이 있으니... 바로 사우디와 UAE 등을 위시한 국가들입니다.

 

디스크 버전을 구매하고자 대형 게임 매장을 방문하면 게임 자체가 없고 (It's banned....)

 

UAE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방문해도 보이지 않으며,

 

UAE 아마존 사이트를 들어가도 볼 수 없습니다.

 

유일하게 보이는 거라곤 한정판 컨트롤러 뿐...

 

그나마 디스크판을 구매하고 싶으면 직구 사이트를 뒤져야 할 판입니다. 사이트에 따라 관세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으니 안그래도 비싼 실구매가는 훨씬 비싸지죠.

 

이렇게 이 동네에서 파판16을 구하기 힘들어진 이유는 파판 16이 시리즈 최초로 관련 당국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판매금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 5월 초 사우디 시청각 미디어 총관리청의 전자 게임 연령 분류 공식 계정의 공지를 통해 예고된 바 있습니다.

 

사우디보다 좀더 관대한 편인 UAE의 경우엔 전세계에서 보기 드문 21세 이상 등급을 신설해 파판16에 보다 더 성인용 게임인 사펑이나 GTA를 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처럼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파판 16은 아예 판매금지작에 이름을 올려버린 것이죠. 

 

사펑과 GTA도 파는 마당에 심의 기관에서 어떤 부분을 문제 삼았는지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LGBTQ와 관련된 성적인 부분을 문제삼았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2021년에 개봉한 마블의 이터널스는 사우디와 쿠웨이트에서는 개봉 불허, UAE에서는 특정 컷을 상영한 버전으로 상영한 바 있으며, 파판 16보다 1주 먼저 극장가에서 개봉했던 스파이더 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도 라이트이어와 마찬가지로 개봉 전 극장가에서 상영 예정적으로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몇 주전 결국 취소된 바 있으니 파판 16도 비슷한 케이스랄까요.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은근슬쩍 이런 내용을 묻어가려는 것에 민감해 한다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드 연휴 기간을 이용해 사이드 퀘스트와 몹토벌까지 챙기며 엔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게임 불감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탓에 게임을 시작했다가 끝을 못보고 중도포기해오곤 했었는데, 오랜만에 의욕적으로 끝을 봤고 해본 시리즈 중에선 탑3 안에 드는 게임이 되었습니다만...

 

UAE에서 공식 발매가 안되는 파판 16을 구해서 끝을 볼 수 있었던 건 한국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판으로 예약구매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제한이 걸려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들과는 달리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온라인 스토어 등은 한국 스토어 계정을 만들어 놓으면 해외에서도 그 계정을 통해 한국에서 팔리는 게임을 살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이 동네 매장이나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구입할 경우 한국어 자막 지원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반면, 한국어 지원 작품의 경우 한국 스토어에서 구매하면 한국어 지원은 확실하니까요.

 

콘솔은 여기에서 사도 한국어 메뉴 지원이나 한국 스토어 이용에 전혀 문제가 없으니, 이 동네에서 장기 거주하게 된 콘솔 게이머, 혹은 이 곳에 나와서 여가를 위해 새로 게임을 즐겨볼까 싶으신 분들이라면 일단 한국 계정만이라도 만들어 오시면 됩니다. 콘솔은.... 무게와 부피를 감안할 때 수화물로 붙이기에도 부담스럽잖아요?

 

이 나라에선 금지된 작품이지만 한국어로 제대로 즐겼던 파판 16 얘기가 나온 김에 이 동네에서 한국 컨텐츠를 보기 위한 OTT 사용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걸프 지역에서의 OTT 시청 가이드 (VPN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접속환경의 경우)

해외 생활을 하다보면 절실히 느끼게 되지만, 전세계에 한국 대중문화를 소개하는데 앞장선 것은 아니러니하게도 국내 OTT들이 못 잡아먹어 안달이 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위시한 해외 서비스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우디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2000년이나 지금이나 이 동네에서 위성방송이나 IPTV를 통해 볼 수 있는 한국 채널은 KBS월드와 아리랑TV뿐이고, 그나마도 KBS월드는 다른 패키지로 채널을 옮기면서 더 보기 힘들어지게 되었죠. 

 

요즘은 이 동네 지역 OTT에서도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한국 드라마 전용 섹션이 생겼을 정도임을 생각해 본다면, 한국 방송사업자들은 한류 확산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고 봐아죠. 

사우디 OTT 서비스인 샤히드에 있는 한국어 섹션. 당연히 컬렉션은 많지 않다...)

 

티빙이나 웨이브 등은 VPN 등을 통하지 않은 일반적인 시청 방법으로는 사이트에 로그인조차 안되거나 가입과 로그인은 되면서 시청권 구매도 가능하지만, 정작 컨텐츠를 볼 수 없으니까요. 우회적인 방법도 있겠지만, 모니터나 모바일보다 큰 TV 화면과 좋은 음질로 컨텐츠를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입장에선 한국, 혹은 한국어 컨텐츠를 보기 위해 외국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해야만 하는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 동네에서 사용할만한 서비스는 넷플릭스, 라쿠텐 비키,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최고는 넷플, 최악으로는 디플을 꼽습니다. 특히, 요즘은 넷플 의존에서 벗어나 디플이나 프라임 비디오 등과 해외 스트리밍 계약을 체결하는 작품들이 있던데, 이유야 있겠지만 작품을 위해서라면 이들과는 계약을 맺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구요?

 

 

최고: 넷플릭스

스트리밍권 등의 이유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컨텐츠를 볼 수는 없지만 (특히 JTBC 일부 프로그램- 아형, 최강야구 등-을 제외한 예능 취약), 자사 오리지날이나 스트리밍권을 가진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의 신작은 한국과 거의 동시에 공개되는 점이 강점.

중간에 보이는 모범택시는 시즌 2가 아닌 시즌 1.

 

 

중간: 애플TV, 라쿠텐 비키 

애플TV

애플TV 자체로는 한국어 작품이 거의 없지만, 스토어를 통해 한국 영화나 한국어 자막이 달린 외국 영화를 구매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이 동네 심의에 걸려 극장 상영시에 잘린 부분을 (이 동네 기준으론 무삭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 

 

라쿠텐 비키

한중일, 태국 등 아시아 컨텐츠에 특화된 라쿠텐 비키는 방영 시점이 조금 지체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사 투자작 등 넷플에서 볼 수 없는 신작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다른 업체들과 달리 라쿠텐 비키 독점으로 공개된 작품들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넷플에서 공개되어 볼 수 있음 (나의 아저씨, 낭만닥터 시즌 1, 2, 모범택시 시즌 1, 펜트하우스 등....이 이런 경우임) 

 

 

최최최악: 디즈니플러스

디플은 한국에서도 평가가 안좋지만, 이 동네에서 한국 컨텐츠를 보기엔 최악의 서비스.

 

첫째, 앱과 구독을 따로 해야 한다고?

넷플이나 유튜브 등이 하나의 앱을 설치하고 구독을 신청하면 해외 어디를 가든 제공되는 컨텐츠가 달라질 뿐 서비스 자체는 이용이 가능한 반면, 디플은 지역에 따라서는 별도의 앱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만으로 부족해 구독마저 별도로 해야 한다는 무슨 근자감에서 나왔는지 모를 상식 밖의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위에 보이는 디플앱은 이 동네용, 아래 보이는 디플앱은 한국용

 

한국 디플앱을 열면 지역 제한 에러 메시지가 나옵니다. VPN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것도 몇 번 하다보면 막혀 버립니다.

 

둘째, 한국 컨텐츠 스트리밍 계약 맺었다며? 언제 써먹을래?

그래서 (인도에서 만들었다는...) 이 동네 디플앱을 열면, 일단 거의 대부분의 컨텐츠에는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을 뿐더러 (아랍어와 영어, 일부 유럽어가 전부), 한국 컨텐츠를 보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자사 오리지날의 경우엔 바로바로 공개하지만...

 

스트리밍권을 산 컨텐츠들은 한국과 동시에 공개하는 넷플과 달리 몇 달이 지난 뒤에나 공개를 할까말까여서 세계적인 화제성을 얻기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합니다. 넷플에서 시즌 1, 2를 다 볼 수 있지만, 정작 디플과 계약을 맺은 낭만닥터 시즌3는 종영 후에도 공개가 안되고, 심지어 작년에 계약했다는 범죄도시2는 개봉한지 1년이 다 되어가고 3가 이 동네 극장가에서 상영 중인 지금에도 언제 공개를 할지 그야말로 인샤알라인 상황이니까요. 

영문 제목인 Dr Romantic으로 검색을 시도해보니....

 

참고로 OTT 자사 오리지널 작품들이 아닌 해외 스트리밍권이 계약된 최근 컨텐츠들의 이 동네 공개 현황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국내 방영과 동시에 넷플로 공개된 닥터 차정숙, 킹 더 랜드,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등은 UAE 탑10 안에도 들며 인기를 끈 반면 (심지어 비키에서 공개되고 몇 년 뒤에 넷플로 공개되었던 모범택시 시즌1도 탑10에 진입했었다는...), 이들 작품들과 비슷한 시기에 방영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 3나 악귀 등은 디플과의 스트리밍권 계약이 무색하게도.... 공개를 하지 않으니 주목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죠. 세계에도 널리 소개하겠다며 프라임 비디오와 계약을 맺었다는 서진이네 역시................

제목	현재 스트리밍권 (7월 2일 기준)	공개여부 (7월 2일 기준)
킹 더 랜드	넷플릭스	공개 (동시)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넷플릭스	공개 (동시)
닥터 차정숙	넷플릭스	공개 (동시)
어쩌다 마주친 그대	라쿠텐 비키	공개 (동시)
모범택시 시즌 1	라쿠텐 비키, 넷플릭스	공개 (비키 동시 공개 이후 넷플 공개)
모범택시 시즌 2	라쿠텐 비키	공개 (동시)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	라쿠텐 비키	공개 (동시)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 2	라쿠텐 비키, 넷플릭스	공개 (비키 동시 공개 이후 넷플 공개)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	디즈니플러스	미공개 (미정)
악귀	디즈니플러스	미공개 (미정)
범죄도시2	디즈니플러스	미공개 (미정)
서진이네	프라임 비디오	미공개 (미정)

 

OTT를 통해 이 동네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려면 넷플과 비키, 한국 영화나 한국어 자막이 달린 영화를 보려면 애플 TV 스토어를 이용하시는 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