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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UAE

[인물] 코로나 시대에 존재감을 드러낸 잠룡,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나흐얀 UAE 국가안보보좌관

둘라 2022. 3. 30.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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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국에 있었을 때 한 행사에서 뵈었던 한 미국인 교수님은 아랍의 봄 당시 아랍의 공화국들은 뒤집어진 반면, 사우디를 위시한 왕정 국가들은 무사히 살아남았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었습니다.

"어차피 집권층에서 해 먹는 건 같은데 국민들의 인식 속에 공화국들의 집권층들은 자기네들끼리만 해 먹었지만, 왕정 국가들의 로열 패밀리들은 자기네들끼리 해먹을 건 해 먹더라도 자국민들에게 베푸는 것이 있어서 반발을 무마할 수 있었다. 가령, UAE의 셰이크 칼리파 같은 경우 국가 자산, 아버지인 셰이크 자이드의 유산을 포함한 알나흐얀 씨족의 자산, 본인의 자산 등 크게 세 개의 자금원을 갖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를 통치자금으로 활용해 자국민들에게 저리 대출을 빙자한 사실상의 증여, 자국민들을 상대로 무료 주택을 세워 제공하고 주택 개보수 비용 제공 등의 방식으로 베풀고 있기에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반발을 막을 수 있었다...."라고 말이죠.

직접세로 엮인 일반적인 국가와 국민의 계약 관계에선 이해하기 힘든 문화지만, 여전히 씨족 국가 시스템이 남아있는 이 동네에선 돈 많고 힘 있는 씨족의 어르신이 베푼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면도 있습니다. 정부가 씨족 사회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국가 정체성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에게 베푼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보조금도 줄이고, 자국민 고용정책을 추진하는 이유가 되겠습니다만...

몇 년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는 이 이야기에서 괜스레 궁금했던 점은... 과연 셰이크 자이드의 유산을 포함한 알나흐얀 씨족의 자산을 관리한 아들은 누구였을까? 였습니다. 워낙 이 동네 지도층 내부의 깊숙한 사정은 잘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 이후 그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알나흐얀 씨족 내 한 셰이크가 급부상하게 됩니다. 그가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우선 UAE의 국부 셰이크 자이드의 자녀를 살펴봅니다.

셰이크 자이드는 여덟번 결혼해 30명의 자녀 (19남 11녀)를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더 될 수도...), 굳이 다 살펴볼 필요도 없이 알나흐얀 씨족 내 최대 세력인 국모 파티마 빈트 무바라크 알께트비의 자녀까지만 놓고 봅니다. 대략 이정도까지가 현 UAE의 실세들이니까요. 태생이 유목생활을 하던 부계 사회였기에 여러 부인들 중 아들을 많이 나은 부인과 그 아들들이 걸프 왕정국가의 실세가 됩니다.

우리에게도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셰이크 만수르가 포함된 이 명단을 쭈욱 살펴면 조금은 색다른 노트가 달려있는 한 명이 눈에 띕니다.

국부 셰이크 자이드의 아들인데... 실력있는 주짓수 수련생? 금융업 종사?


이복형인 셰이크 칼리파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실질적으로 아부다비를 통치하는 아부다비 왕세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현 UAE 대통령 겸 아부다비 통치자)의 친동생이자, 우리에겐 맨시티 구단주와 부의 상징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흐얀의 친형,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나흐얀 UAE 국가안보보좌관 (National Security Advisor)이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입니다.

오랫동안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를 소개한 외신 기사들을 보면 "국가 안보 이익과 UAE의 불투명한 기업 부문을 아우르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의 핵심 측근"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워낙 조용해서 겉으로 티나게 드러나진 않지만, 어디에든 자리잡고 있어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을 듣고 있는 그는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2020년대 들어 배후에 있던 자신을 조금씩 드러내며 스스로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요?

주짓수 수련생에서 아랍 격투 스포츠의 대부로!

우리나라에서 그의 이름을 가장 먼저 들어본 사람들은 아마도 주짓수나 MMA 등의 팬들일 것입니다.
1993년 미국 유학 중 관전한 UFC에 꽂힌 그는 당시 압도적인 우승을 이어갔던 호이스 그레이시에 빠져 주짓수 수련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벤이라는 가명으로 UAE 통치자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남들보다 모범적인 자세로 수련했다는 사실에서 그의 관종끼 없는 성격의 일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쩌다보니 왕세제 시절 셰이크 무함마드와 셰이크 만수르를 눈 앞에서 직접 마주친 적이 한번씩 있었는데, 그들 역시 관종끼 없는 조용한 사람들이더군요. 석유와 가스가 넘쳐나는 아부다비와 외국의 관심이 필요한 두바이의 성격 자체가 다른 만큼 이들에게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와 왕세자 셰이크 함단 같은 셀럽 기질은 없어 보였습니다.) 셰이크 타흐눈은 취미삼아 잠깐 수련받고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어렵다는 블랙벨트를 5년 간의 수련 끝에 2000년에 수여받았다고 하죠.


주짓수를 수련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아부다비에 격투스포츠 훈련을 위한 아부다비 컴뱃 클럽 (ADCC)을 설립해서 세계 유명 주짓수, 레슬링, MMA, 유도, 삼보, 무에타이 등의 지도자들을 고용하면서 노기 서브미션 레슬링 대회를 출범시키는 등 UAE에 주짓수를 포함한 격투 스포츠 확산에 기반을 닦았고, 2010년에는 UFC의 지분을 일부 매입하기도 했죠. 본인 역시 수련을 계속하여 블랙벨트를 받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실전을 소화할 수 있는 엘리트 수준의 주짓수 플레이어라고 할 정도.


현역 플레이어와 맞붙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선수로 뛰지는 못했던 그는 그대신 격투기에 재능 있는 어린이들을 양아들로 삼아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해준 끝에 파이살 알께트비와 핫산 알루마이씨 등을 UAE를 대표하는 격투기 선수로 육성해 냅니다.

어린 파이살 알께트비와 소년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셰이크 타흐눈


주짓수에 대한 그의 헌신은 친형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를 매료시키기에 이르렀으며, 셰이크 무함마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주짓수를 포함한 격투 스포츠 대회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아부다비 왕세제 셰이크 무함마드의 격려를 받고 있는 파이살 알께트비


주짓수를 넘어 격투 스포츠에 대한 그의 애정은 코로나 창궐과 함께 공식적인 대회가 열리지 못했던 2020~2021년에 UFC를 아부다비로 유치하여 파이트 아일랜드라는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UAE, 특히 아부다비를 중동-북아프리카 내 MMA의 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닦기도 했죠.

아부다비 정부와 민간 부문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그가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고 최고의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다름아닌 비즈니스로 1996년부터 셰이크 자이드가 사망한 2004년까지 대통령 특별부를 맡아 알나흐얀 씨족의 광범위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맡았습니다.

셰이크 자이드의 다른 자녀들은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아부다비 투자청 (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 셰이크 칼리파 => 셰이크 무함마드),
최고 석유 위원회 (Supreme Petrol Council/ 셰이크 칼리파 => 셰이크 무함마드),
아부다비 투자 위원회 (Abu Dhabi Investment Council/ 셰이크 무함마드),
무바달라 (Mubadala/ 셰이크 무함마드),
에미레이츠 투자청 (Emirates Investment Authority/ 셰이크 만수르) 등등..

현재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는 네 개 금융/지주 그룹입니다. 우리나라의 재벌들과 달리 사명에 연관성이 없기에 은행인 FAB 외에는 UAE에 거주하는 일반인들에게도 낯선 회사들이지만, 이들의 계열사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생수에서 원전 운영사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커버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이름 퍼스트 아부다비 뱅크 로얄 그룹 인터내셔널 홀딩 컴패니 아부다비 개발 홀딩 컴패니
상장여부 상장 비상장 상장 상장
설립 (취임) 년도 1979 (1992) 1990년대 1998 2018
홈페이지 https://www.bankfab.com/en-ae/personal http://www.royalgroupuae.com/ https://ihcuae.com/ https://adq.ae/


1. FAB- UAE를 대표하는 메가 뱅크

셰이크 자이드는 1992년 알나흐얀 씨족이 최대 주주로 있던 전신 FGB (퍼스트 걸프 뱅크) 회장으로 셰이크 타흐눈을 앉힙니다. 후에 셰이크 만수르 등 다른 형제들이 FGB 회장을 맡다가 결국 FGB 회장으로 복귀한 후 지금까지 회장이자 비상임이사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2016년 FGB보다 훨씬 큰 NBAD (내셔널 뱅크 오브 아부다비)와의 합병을 성사시켜 2017년 4월 UAE 최초의 메가뱅크인 FAB를 출범시킵니다.

UAE에서 가장 큰 은행이자 중동 및 UAE 내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FAB는 불과 몇주 전인 3월 초 아부다비 내 다른 은행인 ADCB (아부다비 상업 은행)과의 합병설이 돌아 양측에서 이를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런 합병설이 돈 이상 언제 두 은행이 합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죠.


2. 로얄 그룹- 셰이크 타흐눈의 첫 그룹이자 지주사의 시작

비상장 그룹답게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은 로얄 그룹은 1990년대에 설립되어 미디어, 무역, 금융, 부동산, 제조, 건설, 정보기술, 교육,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호스피탈리티 등 광범위한 분야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로얄 그룹의 대표적인 사업은 바로 아부다비 내 림 아일랜드 개발.

로얄 그룹은 최근 자회사인 키메라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러시아가 스푸트니크 V 백신으로 가난한 국가들의 환심을 사려고 했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러시아가 레바논 등 가난한 국가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겠다고 약속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의 독점 공급권을 갖고 있다며 두바이 알막툼 씨족의 존재감 없는 인물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투자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두 배 이상 비싸게 되팔이 했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

3. IHC (인터내셔널 홀딩 컴패니)- 알파 다비와 함께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중추

1998년에 설립된 인터내셔널 홀딩 컴패니는 로얄 그룹 계열사에서 파생된 지주회사입니다. 두 회사의 본사는 같은 건물에 입주해있죠. IHC는 자본, 디지털/정보통신, 부동산 및 건설, F&B 및 유통, 농업, 산업, 유틸리티, 헬스케어, 레저 및 리테일 등 9개 분야에 100개 이상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금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계열사로는
아부다비, 두바이 주식시장 및 나스닥 두바이에서 거래하는 중개 회사 인터내셔널 시큐리티
림 아일랜드의 마리나 스퀘어, 시티 오브 라이츠 등을 만든 부동산 개발업체 타무
수산물 공급 및 수출업체 아스막과 양계장 알아즈반 치킨, 식품 및 생필품 유통업체 지 스토어
각종 업무용 차량 리스 전문 업체 이지리스, 자산관리업체 엘티잠 그룹
코로나 시대에 급성장한 타무 헬스케어와 퓨어헬스
주짓수 트레이닝을 전담으로 하는 팜 스포츠
미용실 베다싱 뷰티 라운지, 극장 로얄 시네마
모체인 로얄그룹에서 인수한 방산기업 트러스트 인터내셔널 그룹 등등등 이름만 들어서는 전혀 매치가 안 되는 다방면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2020년대 들어서는 수많은 계열사 중 하나인 알파 다비 홀딩 (ADH)를 앞세워 적극적인 인수와 지분 확대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더욱 광범위하게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군소 건설 관련 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던 알파 다비 홀딩은 올해 들어 지분을 29.8%로 끌어올리며 아부다비 최대 디벨로퍼인 알다르 (Aldar)의 최대 주주가 되었으며 (우호세력인 IHC의 지분을 포함하면 40%를 상회),
앰뷸런스 운영업체인 RPM (Response Plus Medical) 인수
세인트 레지스 사아디야트 아일랜드와 알와쓰바 럭셔리 컬렉션 등 리조트 인수

호스피탈리티 업체인 에티하드 인터내셔널 호스피탈리티 (Etihad International Hospitality)와 커피 전문점인 르누아르 카페 (Le Noir) 인수
등등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을 계열사로 편입하거나 대주주인 파트너사로 외연을 확장시켜 덩치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창사 이후 아부다비에서만 사업을 해왔던 디벨로퍼 알다르 (Aldar)는 IHC 산하에 편입된 이후 처음으로 아부다비를 벗어난 라스 알카이마 시장에 진출하여 라스 알카이마의 디벨로퍼로부터 쇼핑몰인 알함라몰과 마르잔 아일랜드에 있는 릭소스 바브 알바흐르와 더블트리 바이 힐튼 리조트를 인수했고, 마르잔 아일랜드에 신규 커뮤니티 프로젝트 런칭을 준비하며 더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확장이 IHC의 기업가치가 지난 5년 사이에 최소 28,000% 이상 급등하게 된 배경입니다. 단기간 내 폭발적인 외형 확대는 당연히 여러가지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습니다만...

4. ADQ (아부다비 개발 홀딩 컴패니)- 아부다비 내 핵심 인프라를 총괄

적극적인 투자자이자 신뢰할만한 아부다비 정부의 파트너로 아부다비 경제 다각화를 위한 핵심 분야를 투자한다며 2018년에 설립된 ADQ는 아부다비 인프라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업체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아부다비의 수도와 전기 분야를 관장하는 따까 (TAQA)
아랍권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바라카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ENEC
아부다비 하수 서비스를 담당하는 아부다비 하수처리 서비스 (Abu Dhabi Sewerage Services)
아부다비 공공 의료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SEHA
검사 시설에서 복합 의료 서비스 솔루션 제공업체로 급성장한 퓨어헬스
제약 회사인 파막스 (Pharmax)와 바이오콘 (Biocon)
의료보험회사인 다만 (Daman)
항만 회사인 아부다비 항만 그룹과 철도 회사인 에티하드 레일
아부다비 공항공사와 저가 항공사인 위즈 에어 아부다비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특송 회사 아라맥스
알아인 생수로 유명한 아그디아 (Agthia)
세계적인 곡물 기업인 루이 드레퓌스 (Luis Dreyfus Company)
중동지역 거주자들에겐 친숙한 슈퍼마켓 룰루 그룹
아부다비 주식시장 ADX
아부다비의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부다비 미디어, 투포54, 이미지 내이션 아부다비
아부다비 국립 전시 센터 및 전시장과 맞붙어 있는 알로프트 아부다비, 캐피탈 게이트 타워를 소유한 ADNEC 등등등...

이 많은 포트폴리오를 한 줄로 정리하면 에티하드를 타고 아부다비에 도착해서 이용하게 되는 각종 인프라 및 많은 서비스가 그의 산하에 있는 회사다고 보시면 됩니다.

셰이크 타흐눈이 회장을 맡고 있는 4개 금융, 지주회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분야까지 관여할 정도로 너무나도 광범위합니다. IHC, ADQ, 알파 다비 등 상장된 3개 지주사와 계열의 투자사를 동원해 코로나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시기에 적극적인 인수 합병을 통해 외형을 키워 그중 일부 계열사를 아부다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셰이크 타흐눈은 전방위적인 계열사 확장 속에서도 포스트 팬데믹을 대비하여 헬스케어와 국가안보 측면에서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이 흐름 속에 단기간에 코로나 검사 랩에서 대형 병원, 연구소, 의료장비, 의료보험사를 잇달아 인수하여 UAE 최대 의료기업으로 확장한 퓨어헬스 (PureHealth)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퓨어헬스의 경우 대주주인 ADQ 외에 셰이크 타흐눈 산하의 업체인 IHC, 알파 다비 홀딩 등 우호적인 계열사들이 참여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여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이 동네에나 어울리는) 방식으로 여러 업체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은 후 외주 계약이 필요할 경우 계열사 중에 해당 업종의 업체가 있으면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워 상장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아부다비 주식시장의 우량주들. 시총 4위까지의 업체가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관계인가 싶겠지만, 위에서 설명드린대로 에티살라트를 제외하면 셰이크 타흐눈이 직간접적으로 거느리고 있는 업체들이라는거죠. 물론 아부다비 주식시장도 그의 밑에 있습니다만....

3월 29일 아부다비 주식시장 종가 기준 아부다비 주식시장의 시총 5대 기업


여기에 2018년에 설립했지만 코로나 시기에 이름을 알린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G42를 통해 중국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데, G42는 UAE 내에서 사용 가능한 무료 VoiP 앱으로 한때 인기를 얻었지만 사찰용 스파이 앱이란 의심을 받은 끝에 앱 스토어와 구글 스토어에서 나란히 퇴출된 토톡 (ToTok)으로 악명을 날린 반면, 계열사인 G42 헬스케어를 통해 중국에서 개발 중이던 코로나 백신 시노팜의 3상 임상실험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고 중국보다 먼저 사용승인을 내면서 코로나 발생 초기 비교적 빠른 속도로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인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하야트 백스라는 이름으로 UAE에서 시노팜 백신을 생산하기에 이르렀죠.

블룸버그가 2022년 12월 6일자 기사를 통해 소개한 알나흐얀 씨족의 부를 다룬 기사를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문도 많아 어디까지나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셰이크 타흐눈이 움직이는 부의 규모가 얼마나 어마무시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셰이크 타흐눈 휘하의 지주사들은 2020년대들어 본격적인 인수합병과 IPO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덩치 불리기를 이어가고 있죠.

이미지를 클릭하면 블룸버그 기사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대 들어 UAE의 민감한 외교 현장에 등장하며 높아지는 존재감

2004년 11월 아버지 셰이크 자이드의 사망과 함께 없어진 대통령 특별부에서의 업무가 끝난 이후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관장할 뿐 정치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었던 그는 2013년 3월 장관급 국가안보보좌차관으로 공직을 맡게 되었고,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의 신임 속에 2016년 2월 14일 국가안보최고회의 의장에게 직보하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됩니다.

그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2016년을 전후로 UAE는 사우디와 엮여 이웃 나라와의 분쟁에 개입하게 됩니다. 2015년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가 주도한 예멘 침공에 참전한 상황이었으며, 2017년에는 큰형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가 주도한 카타르와의 외교분쟁이 그것입니다. 실용적이고 탐구적이며 분석적인 사람으로 알려진 그는 예멘 침공이 한창이던 2016년에 UAE 고위인사 중 최초로 UAE군이 이 침공에서 승리하지 못한 채 결국 철군하게 될 것을 예견했다고 하죠.

그와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의 관계를 감안하면 UAE가 분리주의 세력인 반정부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와도 손을 잡고 소코트라 군도, 페림(마뉴) 섬 등에 항만과 기지를 건설하며 아덴만, 아라비아해, 그리고 홍해 바브알만데브 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양 수송로를 확보에 나서며 사우디와 조금은 다른 노선을 취하게 된 것도 결국은 승리는 불가능하고 거센 비판만 받는 예멘 침공에서 소정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출구전략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위에서 언급했던 토톡 앱과 프로젝트 레이븐으로 알려진 각종 사찰 의혹, 우회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시리아에 가해진 경제제재조치 위반, 도날드 트럼프 정권에 대한 로비 등 아라비아 반도 밖의 대외 관계에 있어서는 스파이 셰이크라는 평가와 함께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각종 논란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던 그가 외교 현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UAE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국가들과 본격적으로 관개를 개선하기 시작한 2020년 8월 이후였습니다.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가 직접 참석하기 불편한 자리에 그를 대신해 셰이크 타흐눈을 파견하며 자연스레 그의 존재감이 부상하게 된 것이죠.

1. 이스라엘과의 극적인 관계 재선

2020년 8월 13일 중동 지정학을 뒤흔든 아브라함 협정이 미국에서 체결된 후 며칠 뒤 요시 코헨 당시 모사드 국장을 만난 그는 약 2주 반 뒤인 8월 31일 제러드 쿠슈너 당시 백악관 수석 고문이 이끄는 미국-이스라엘 사절단의 아부다비 첫 방문 시 마이르 반 샤바트 이스라엘 국가 안보 고문을 맞이했었고


2021년 12월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의 첫 UAE 방문시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와의 회동에 참석한 배석자를 보면...


그의 위치가 바로 셰이크 무함마드 다음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외교분쟁 후 카타르와의 관계 개선

2021년 1월 알울라 선언을 통해 2017년부터 시작된 카타르 외교분쟁이 종식되고 사우디를 시작으로 화해무드에 접어들었지만, 카타르 외교분쟁을 주도한 UAE는 관계 개선에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동참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카타르와의 관계 개선을 주도한 이상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에게는 선택할 옵션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알울라 선언 이후 거의 9개월이 지난 2021년 8월 26일 카타르에 사절단을 보내게 되는데, 그 사절단을 이끈 사람이 셰이크 압둘라 외교국제협력부 장관이 아닌 셰이크 타흐눈 국가 안보보좌관이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가긴 아직은 껄끄럽지만, 카타르 통치자 셰이크 타밈에게 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의 성의를 보여줄 수 있는 급이 되는 대리인으로 셰이크 타흐눈을 보내게 된 것이었죠.


그로부터 3주 뒤 카타르 외교분쟁의 당사자인 사우디, UAE, 카타르가 이제 우린 화해했어요! 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이례적인 사복 차림의 인증샷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인증샷 속에서도 카타르 통치자 셰이크 타밈 (1980년생),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1985년생)와 함께 셰이크 타흐눈 국가 안보보좌관 (1969년생)이 등장하게 된 것이죠. UAE 정부의 공식 내각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는 국가 안보보좌관이지만, 이웃 나라의 통치자, 그리고 실세와 사적인 자리에서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존재감을 보여준 사진. 이 둘의 또래인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의 장남 셰이크 칼리드 (1982년생)가 있지만, 아직은 저 자리에 낄 급이 안된다는 거죠.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세 명의 사복 인증샷

3. 본격적인 이란과의 관계 개선 시작?!

작년 12월 셰이크 타흐눈은 UAE 고위관리로는 이례적으로 이란을 방문해 알리 샴카니 국가최고안보위원회 사무총장과


에브라히미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만나 공식 회동을 가졌습니다.


UAE는 아부다비와 라스 알카이마가 호르무즈 해협을 놓고 이란과 국경 분쟁은 있지만, 전통적으로 이란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우호적입니다. 특히 두바이는 경제적으로 이란과 양으로 음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죠.


오늘 (3월 29일) 두바이 엑스포장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담에 연설자로 참석한 안와르 가르가쉬 UAE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이란과의 기능적이고 실질적인 관계 수립이 중동지역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역설한 점에서도 셰이크 타흐눈의 이란 방문은 이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근 UAE가 보이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피아를 구별하지 않고 알까에다, 탈레반 등과도 우호관계를 맺으면서 역내에서 존재감을 키운 카타르 외교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듯하죠. 알자지라와 카타르가 자금을 후원하는 영국 매체들을 앞세워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광역 어그로를 시전해 외교분쟁을 촉발시켰던 언론정책까지 따라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그런데 말입니다....
포스팅에 첨부한 그의 모습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장소와 자리에 상관없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네요? 실내에 있던, 공식 석상에서 외국 관료와 만날 때도.... (심지어는 장례식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참석하죠)

아랍의 고위급 인사 중에서도 유독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는 그의 맨얼굴을 찾기는 어려운데, 맨 얼굴이 드러난 흔치 않은 사진을 보면 부자연스러운 눈매로 인해 선글라스를 상시 착용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으면 아버지인 셰이크 자이드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형제들 중에서 그를 가장 많이 닮기도 했습니다만...

1999년에 찍힌 사진

아부다비의 차차기 통치자??? 배후의 실세???

2014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 셰이크 칼리파 아부다비 통치자가 어쨌거나 살아있기에 차기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의 뒤를 이을 차차기를 생각할 시점은 아니지만, 아부다비 내에서 막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던 셰이크 타흐눈이 외교에서도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언젠가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가 통치자에 오른 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도 주목할 부문입니다. 친형제를 차기로 둔다면 8살 어린 친동생 셰이크 타흐눈이나 오랫동안 대통령실을 이끌어 온 셰이크 만수르가, 세대교체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장남인 셰이크 칼리드가 유력 후보라고 하죠. 아부다비 토후국 내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셰이크 칼리드는 얼마 전 아부다비 자연사 박물관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바 있습니다.

셰이크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제의 장남 셰이크 칼리드 빈 무함마드 알나흐얀. 흰 턱수염까지 나이가 꽤 들어보이지만 1982년생이라는 것이 함정.

현시점에서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영향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셰이크 타흐눈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긴 합니다만...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나흐얀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The Abu Dhabi royal at the nexus of UAE business and national security (Financial Times/ 2021.01.25)
Sheikh Tahnoon bin Zayed is UAE’s new royal troubleshooter — and maybe next big boss (The Print/ 2021.10.24)
<인물史> 셰이크 타눈 알 나얀 - 아랍 주짓수의 초석 (네이버 블로그)

셰이크 타흐눈을 중심으로 한 아부다의 통치가문 알나흐얀 씨족이 축적한 부가 궁금하신 분들은...
Secretive Gulf Family's $300 Billion Fortune Is About More Than Oil (Bloomberg/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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