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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UAE

[국제] 이란 교민 피난과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 결정 사이에서 보는 2020년 3월의 한국, UAE, 이란 관계

둘라 2020. 4. 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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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외교부가 코로나 19와 관련해 한국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55개 국가 중 1차적으로 현지 상황이 시급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 중 14개국에 대해 600만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가장 주목을 받게 된 나라는 진단키트 외 코로나 19 진단을 위한 PCR 검사 기기와 소독기 등 1차 지원규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이 결정된 이란입니다.


이란은 코로나19 사태에 있어서 걸프 국가들이 이란 코로나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중동지역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입니다. (뭐.. 이란과는 가장 앙숙일 사우디조차도 공식 명칭을 두고도 굳이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라고 부르는 국내 수구세력들처럼 이란 코로나, 이란 페렴으로 부르지는 않습니다만...) 1월 19일 첫 사례가 보고된 한국보다 한 달 늦은 2월 18일 첫 사례가 보고된 이란은 전염병 확산에 필수요소가 모두 맞물려 그야말로 폭발적인 확진자수 증가와 이례적으로 높은 치사율 속의 재앙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블로그 포스팅 당시 (UAE 시간 4월 1일 저녁) 양국의 코로나 19 현황 > (출처: 링크)

국가명 

첫 확진자 발생일

확진자 수

현재 환자 수

완치자 수

사망자 수 

치사율 

이란

2월 18일

47,593명

29,084명 (중환자 3,871명)

15,473명

3,036명

6.38%

한국

1월 19일

9,887명

5,567명  (중환자 55명)

4,155명

165명

1.67%


이는 이란에서의 발원지로 알려지고 있는 콤이 시아파의 성지순례지라는 종교적 요인에 코로나 19 발생 초기임에도 미군의 거셈 술레이마니 암살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이익을 노린 강경 보수세력의 2월 21일 총선 강행이라는 정치적 요인이 결합되면서 성지순례하다 감염된 채 자신의 거주지에서 총선에 참가하면서 확진자가 이란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증하는 통제불능의 상태를 만든데다, 기존 합의를 파기한 미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제재로 인해 치료에 필요한 의료장비나 용품을 제때 수급하지 못하는 열악한 의료 환경이 맞물리면서 이란은 중동지역 내 코로나 바이러스의 최대 피해국이 되었습니다. 


(핫지 계획을 지금 잡지말고 보류하라는 사우디 성지순례부 장관의 3월 3일 TV 인터뷰 장면)


이란 성지순례를 다녀온 동부 시아파들에 의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된 사우디는 이란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3월초 우므라를 전격 중단시키고 모스크에서의 집단 예배를 금지시킨데 이어, 3월 31일에는 무함마드 살레 벤텐 사우디 성지순례부 장관이 알이크바리야 방송과의 TV 인터뷰를 통해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7월말로 예정된 올해 성지순례 계획을 미리 잡지말고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면서 우므라에 이어 핫지 중단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상황입니다.

2020/03/17 - [GCC/GU/GCC/GU] - [종교] 이슬람이 탄생한 사우디까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모스크를 걸어잠그는 걸프지역 국가들


코로나 19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이란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이 새삼 주목을 받게된 것은 코로나 사태가 이란에서 시작되기 직전에 즈음하여 그나마 나쁘지는 않았던 양국간의 관계가 미국으로 인해 한창 껄끄러워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계속된 요구에 결국 1월말 독자파병 형태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란에서 대놓고 이랬던게 불과 올해 2월 중하순의 일)


한국은 이란의 입장을 고려해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인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는 참여하지 않는 대신 이미 아덴만 일대에 나가 있던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현재보다 3.5배 넓힌다는 절충안이었음에도 이란이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한 와중에 3주 뒤인 2월 중순에는 삼성전자가 이란에서 갤럭시 스토어 서비스를 제한하면서 삼성을 포함해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한국 기업들을 퇴출시키겠다고 나설 정도였으니까요. 양국간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든지 한 달반만에 한국은 이란에 금주 내로 인도적 지원물품을 보낸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과연 그 4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UAE 정부의 협조 하에 진행된 이란 교민의 한국행

3월 19일 저녁 UAE 관영통신 WAM은 UAE가 이란으로부터 74명의 한국인과 6명의 이란인 등 총 80명의 이란 교민을 테헤란에서 피난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보도합니다. 18일밤 이란항공 전세기편으로 테헤란에서 두바이 알막툼 공항까지 나온 후 바로 대기하고 있던 아시아나 항공 전세기편으로 인천행. 



UAE 언론에 따르면 이번 이란 교민들의 한국행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왕세제와의 전화통화, 4일 뒤인 3월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외교국제협력부 장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간 코로나19 사태에서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조요청을 받아 UAE 민간항공청과 이란 관계당국의 협력 하에 무사히 치뤄질 수 있었다고 보도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UAE가 한국 정부의 요청에도 입국을 금지했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아예 모든 이들의 입출국을 금지시키고 공항을 걸어잠그기 전까진 한국인, 혹은 한국 경유한 사람들을 콕 찝어 입국제한을 걸지 않았던 건 덤.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2016년 40년 만에 직항 운항권을 따냈던 대한항공이 결국 운항권을 포기하면서 인천-테헤란 직항편도 없는 와중에 한국 정부가 그나마도 올해들어 호르무즈 해협 사태와 맞물려 관계가 험악해진 이란에게 교민 피난에 대한 협조요청을 직접하기 힘든 상황이다보니 양국 사이에 중재자가 필요한 상황 속에 굳이 이란과 가까운 카타르가 아닌, 이란과의 관계가 그리 평탄하지 않은 UAE를 어떻게 중재자로 영입하여 이란의 협조를 받아낼 수 있었을까요? 


일단, 한국과 UAE의 두 나라는 호르무즈 해협 분쟁에서는 미국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미국, 사우디 등 다른 관련국들과 달리 특이하게도 이란과의 관계에서 외교적으로 동맹이라 불릴 정도로 가까운 관계는 아닐지언정, 경제적으로는 꾸준하게 교류가 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가 강화되면서 교역규모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줄어들었지만 한국은 석유를 받아들이는 대신 상품과 제조기술 등을 이전하는 이란의 5대 교역국 중 하나였고, UAE는 두바이를 중심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가로지르는 교역선을 통해 정상적인 각종 제제로 수입루트가 막힌 이란의 아쉬운 곳을 긁어주는 관계이기에 두 나라 모두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란과 소통할 여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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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란 교민을 데려오기 위해 UAE를 중재자로 끌어들일 수 있었는가?

문재인 정부들어 한국과 UAE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원전은 수출했지만 그 속에 유사시 한국군 참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이면 군사계약까지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이명박 정부, 첫 방문에서 아부다비에서 세 시간 떨어진 바라카 원전에 자신이 직접 안가고 동생 셰이크 만수르를 내보낸 후 자신은 아부다비에서 기다리다 잠깐 만난 것으로 그치는 굴욕을 자초했던 박근혜 정부 때가 불과 몇 년 전이었음을 떠올린다면 현재의 양국간 관계는 언제그랬었냐는듯 그야말로 각별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아랍 국가와 그렇게 친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개인적으로 어쩌다보니 아랍지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1994년 이후 처음 봅니다만...)


그 시작은 아무래도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첫 UAE 방문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셰이크 무함마드의 부모님에 대한 예우와 선국순열에 대한 예우를 갖추면서 시작한 순방일정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성품과 맞물려 상대를 사로잡기엔 그야말로 최고의 일정이었다고 볼 수 있을테니까요. 그 결과 박 대통령의 첫 방문 당시 에미레이츠 팰리스에서 잠깐 만났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의 첫 방문에서는 자신의 거처인 바다궁까지 문 대통령 내외를 초청하는 파격적인 대접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2018/03/26 - [GCC/GU/UAE] - [리뷰] UAE에 방문한 두 한국 대통령을 맞이한 아부다비 왕세제가 보여준 푸대접과 환대 사이


(올해 2월 중순 아부다비 시내를 달리다 우연히 마주친 버스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전직 대통령들이 싸질러놓은 암초 더미 위에서 시작된 두 나라의 관계는 2020년을 양국간 상호교류의 해로 선언할만큼 가까워졌고, 이란에게 직접 요청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 어느때보다 각별해진 UAE를 중재자로 택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럼, UAE는 어떻게 친한 관계도 아닌 이란의 협조를 구할 수 있었을까?

외교적으로는 국경분쟁 등으로 서먹서먹하지만 지속적으로 경제적으로 교류하면서 이란에 큰 피해가 났을 땐 종종 인도적 지원을 해왔던 UAE는 자국민을 피난시키기 위해 2월말부터 이란 정부와 협의한 끝에 3월 2일 자국민을 UAE로 피난시키고 다음날인 3월 3일 이란에 7.5톤의 긴급 의료용품을 전달하려는 WHO를 도와주면서 물꼬를 트게 됩니다.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왕세제가 통화하기 불과 이틀 전에 말이죠.



그리고 UAE 정부는 2주 뒤인 3월 17일에는 1차 때보다 4배 이상 더 많은 32톤 이상의 의료 용품을 두 대의 수송기편에 실어 이란으로 보냅니다. 1차 지원 당시에는 이란과 가까운 관계인 두바이에서 보냈지만, 2차 지원은 국가적인 차원의 인도적인 지원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란과 껄끄러운 관계인 아부다비에서 실어 보냈죠. 바로 이란 교민이 테헤란을 떠나기 전날의 일.



아이러니하게도 UAE의 이란 지원은 정작 이란과 더 가까운 카타르보다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외교분쟁 속에서 이란과 가까워진 카타르는 정작 15일, 20일이 되어서야 1, 2차 의료용품을 이란에 실어보냈죠. (UAE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아랍국가답지 않게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스토리 텔링이기도 합니다만...) 미국의 제재로 필수물자 수급이 어려운 이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정 속에서 이란 교민을 두바이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들어 껄끄러워지긴 했지만, 한국과 이란의 관계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도 이란이 UAE의 요청을 받아들이는데 큰 부담이 없었을테구요.


(UAE는 특히 두바이를 중심으로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중국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개 표명해왔다.)


UAE가 코로나 19의 진원지로부터 자국민이 아닌 상황이 녹록치 않은 다른 나라 교민 대피를 지원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중국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보냈던 UAE 정부는 지난 2월 20일에는 187명의 예멘 유학생과 가족들을, 3월 5일에는 215명의 아랍인들을 중국 우한에서 대피시켜 준 바 있으니까요. 다만 앞선 두 차례의 경우 스스로 형제라고 얘기하는 아랍 무슬림들에 대한 지원이었다면, 우리는 무슬림 국가가 아님에도 지원해줌으로써 각별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죠. 


그렇게 한결 더 가까워진 UAE는 미국과 함께 우리 정부가 전세계 117개국으로부터 요청받은 방역물품 선별 지원 정책에서 최우선 순위국가가 되었고, 반미 강경파가 총선에서 승리해 우리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도 교민을 데러오는데 협조한 이란은 우리 정부가 자신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진행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줌과 동시에 연초부터 시작된 불편한 관계를 완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ADNOC 본사 건물에 올라온 "건강 조심하세요" 메시지. UAE는 랜드마크를 이용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세상에 알린다.)



결과적으로 이란 교민을 피난시키는 과정에서 

한국은 중동지역 코로나19 발원지인 이란에 있는 교민들을 피난시키며 자국민을 보호하면서 방역물품 지원시 우선 순위를 두겠다며 쉽지 않은 부탁을 들어준 UAE에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도 협조해준 이란에도 인도적인 지원을 진행하면서 불편해진 양국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UAE는 외교적으로는 껄끄러운 이란에 가장 먼저 의료용품을 지원하면서 재난 속에서는 함께 한다는 자신들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한편, 자신들이 만들어 낸 상황을 이용해 한국 정부를 도와주면서 미국과 동급의 대우를 받는 실리를 챙겼으며,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물자 수급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외교적으론 가깝지 않은 UAE에게 우선적으로 지원을 받고 그들의 협조요청을 받아들여 이란 교민을 한국으로 보내주면서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쉽사리 지원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한국 정부로부터 직접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주어 결국은 실리를 얻게 되었으니 세 나라에게 모두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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