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에서 가장 컸던 호화 여객선이 있었습니다. 길이 293.5m, 폭 32m, 높이 52.1m, 7만톤급의 원양 정기선으로 비운의 타이타닉보다는 약간 작은 크기에다 많은 승객을 싣지 않았지만, 적재량은 훨씬 많으면서도 최고 속력 34노트 (시속 63km)로 1969년 5월 2일 영국의 사우스햄턴에서 취역 이후 전세계를 누비던 호화 여객선.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에는 새로 페인트칠까지 하면서 3천여명의 병력과 650명의 선원을 태운 수송선으로 참전했고,



1990년 3월 1일에는 40여년 간의 긴 여정 중 딱 한번 마산항 제3부두에 입항해 하루 정박한 적이 있으며 (백지연 아나운서가 보도했던 당시 뉴스 링크),


(MBC 뉴스데스크 영상 캡처)


1995년 9월 11일에는 뉴욕으로 항해하는 도중 시속 209km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 루이스로 인해 바다 한 가운데서 "눈 앞에 도버 백악절벽이 나타난 것 같았다"는 최고 높이 29m의 대파도 속에서도 



피해를 어떻게해서든 줄여보기 위해 기수를 꺾지 않고 파도 속으로 강행 돌파해 침몰을 면한 전설적인 기록을 갖고있는 여객선이기도 합니다.



취역 이후 총 250만명의 승객을 태우고 대서양을 806회 횡단하면서 총 9백만 킬로미터를 항해했던 이 호화 여객선은 2008년 11월 11일 사우스햄턴을 떠나 새로운 주인이 있는 두바이로 마지막 항해를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11월 27일 열렬한 환영 속에 두바이의 라쉬드 항구에 도착하며 여객선으로서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두바이 도착 당시에는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거쳐 팜 주메이라에 럭셔리 플로팅 호텔로 개장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도착 직후 두바이를 부도 직전까지 내몬 세계 경기침체 속에 그 거취를 두고 영국으로의 귀환, 고철 매각 등 다양한 루머가 나돈 끝에 결국 두바이 도착 9년 5개월 만인 2018년 4월 18일 두바이 라쉬드 항구에 영구 정박한 수상 호텔로 개장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1969년 퇴역한 퀸 엘라자베스의 후속선이라는 의미로 "퀸 엘리자베스 2호"라 명명될 에정이었지만, 진수식 때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순간 배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딴 "퀸 엘리자베스 2세"라고 호칭하는 바람에 이름이 바뀌어버릴뻔한 에피소드가 유명합니다. 결국 원래 이름인 퀸 엘리자베스 2호로 불리게 되었지만, 외국인들은 2세라는 의미에서 인칭 대명사 she로 부르는 퀸 엘리자베스 2호 호텔이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입니다. 


퀸 엘리자베스 2호 호텔은 두바이 구시가에 있는 라쉬드 항구에 있습니다.



차를 몰고 갈 경우 발렛을 맡겨도 되지만, 호텔 앞 주차장으로 쓰는 공터에 적당히 차를 주차시킨 후 배 앞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면 됩니다.



건물 안에는 체크인 카운터와 라운지 겸 카페, 그리고 컨시어지가 있습니다.



라운지 겸 카페에는 곳곳에 책꽂이가 있고, 당대 호화 여객선들의 미니어처, 그리고 퀸 엘리자베스 2호가 가진 기록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컨시어지 데스크에서는 퀸 엘리자베스 헤리티지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객선 승객 복장을 한 가이드가 진행하는 헤리티지 투어 프로그램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매 두 시간마다 진행되며,



같은 건물 내에 있는 전시 공간과 배 안을 1시간 정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으로...



일반 방문객들은 170디르함을 내야하는 유료 프로그램이지만, 호텔 투숙객에게는 당연히 무료로 제공됩니다.



취역 당시 내부 시설을 소개하는 단면도가 있습니다. 현재 호텔 내에 있는 주요 시설들은 1994년 함부르크에서 수백만 파운드를 퍼부어 새롭게 단장한 라이프 스타일 버전 (이라 쓰고, 본격적인 수익 모델 창출 버전이라고 읽는다...) 이라고 하네요.



전시 공간 한켠에는 배의 명칭에 혼란을 준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흉상이 있습니다. 1969년 취역했을 때부터 2008년 퇴역할 때까지 선내에 있는 연회장 퀸스  룸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이 흉상이 전시공간으로 내려온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전시 공간 한 켠에서 볼 수 있는 퀸 엘리자베스 2호의 승선권. 현역에 있었을 당시 일반인들에게는 몇 달치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었던 어마무시한 가격을 자랑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숙박비가 저렴해진 4성급 호텔일 뿐....



체크인 및 전시관이 있는 건물을 지나 호텔로 들어가기 전 라쉬드 항구에 정박 중인 배의 외관을 둘러봅니다.



일단 후미부터...







중간에는 마치 무언가를 떠받드는 사람의 형상을 한 형형색색의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으며,



배 옆에 있는 육교를 통해 2층 (Two Deck)에 있는 미드쉽 로비로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선미로 가 봅니다.



선미 쪽에는 증기 기관에서 디젤 기관으로 개조하던 당시 떼어냈던 프로펠러 한 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외관을 둘러봤으니 호텔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퀸 엘리자베스 2호는 여객선 답게 5층 (Five Deck) 부터 시그날 층 (Signal Deck)으로 이어지는 특이한 층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선내 곳곳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그 위치에 따라 갈 수 있는 층이 제한되어 있기에 호텔 내 공간에 대한 개념이 생기기 전에는 엘리베이터 안내도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내도에서 흐릿하게 처리된 층은 갈 수 없는 층을 의미합니다. 아래 사진의 안내도가 의미하는 것은 엘리베이터가 4층에서부터 보트 층까지만 운행한다는 의미입니다.



단면도를 보면 층간의 이동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묵을 방으로 먼저 가봅니다. 복도 풍경부터 일반적인 호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카드키를 터치해서 문을 열 수는 있지만 요즘 호텔에는 흔해 빠진 "방해하지 마세요" "청소해 주세요" 램프도 없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방 안 인테리어는 심플합니다.



방 안에는 보기 드물게 KBS 월드와 아리랑 TV 채널을 함께 시청할 수 있고..



창문도 배의 구조에 맞는 작은 원형 창문 뿐입니다.



방 안 인테리어는 단촐한 대신 수납공간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화장실도 단순한 구조. 샤워기가 설치된 욕조의 칸막이는 여닫이 식으로 움직이는 유리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지만, 공간도 좁은 옛 구조물을 활용한 탓에 욕조는 작은 편입니다.



"방해하지 마시오" 램프가 없기에 안내 표식을 내거는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합니다. 



아직 모든 공간이 열리지 않은데다, 비수기다 보니 일부 문닫은 시설도 있지만, 선 내를 둘러봅니다. 


2층에는 일반 객실 승객들이 모이는 공간인 미드쉽 로비가 있습니다.



로비의 외벽에는 4개의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1층에는 중앙에 편의점 써클 케이가 있습니다. 







편의점 진열대 한 켠에는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컵라면이야 이해가 되지만, 냄비도 없는 선 내에서 봉지라면이라니요!!!



써클 케이 편의점은 선내와 체크인/전시관 건물 두 곳에서 영업 중인데, 체크인/전시관 건물 편의점에는 보다 많은 불닭볶음면이 판매되고 있어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 UAE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한국 음식, 그리고 불가사의한 불닭볶음면의 폭발적인 인기! 참조)



퀸 엘리자베스 2호가 현역이었을 당시에는 상상도 못 했을 선 내에서 한국 컵라면 먹기가 가능해졌네요....^^



1층에는 편의점 외에 스파가 있습니다.



쿼터 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쿼터 층에는 비흡연자를 위한 바인 차트 룸 바가 있습니다. 차트 룸 바의 바 벾에는 북대서양 횡단 항로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댄스 플로어가 있는 무도장인 퀸스 룸.



퀸스 룸은 브런치 등 가족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로 사용됩니다.



놀이터로 사용되기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흉상이 전시관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겠죠.



그리고 삼시세끼를 제공하는 식당 리도가 있습니다. 



배 후미에 자리잡은 리도는 1994년 원래 있었던 선상 풀장을 없애고 들어선 식당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이런 곳이었다고 합니다만...



현재는 밋밋한 갑판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상층부는 객실을 포함해 보수작업이 한창이라 갈 수 없는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 호텔 내 풀장은 어디 있을까요? 현재 풀장은 수면 아래 가장 깊은 곳인 7층에 헬스장과 함께 자그마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다 위에 떠있는 플로팅 호텔의 갑판 위 선배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길 수 없다는건 그야말로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상층에는 두 층을 활용한 높은 지붕을 자랑하는 그랜드 라운지가 있습니다.



그랜드 라운지 상층부인 보트 층에는 상점가가 있는데...(자세한 설명은 아래에...)



흡연자들을 위한 브리티쉬 펍 골든 라이온이 있습니다. 골든 라이온도 1994년 라이프 스타일 버전 단장 당시 개점.





그리고 카지노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체크인/전시관 건물 라운지에 책들이 많이 있었죠? 취역 당시에는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수익증대를 위해 도서관을 한 켠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카지노를 설치했었다고 하네요.



종교적인 이유에서 카지노를 공식적으로 불허하고 있는 두바이지만, 역사적인 여객선임을 감안하여 카지노 공간을 밀어내지는 않았습니다. 통로에 있던 포커 테이블만 밀어냈을 뿐...



다만, 자리에 남겨둔 카지노 기계는 장식용이라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호텔 내 일몰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다는 요트 클럽이 있습니다. 요트 클럽에서는 물담배 시샤를 피울 수 있습니다. 비흡연자는 차트 룸, 일반 흡연자는 골든 라이온, 시샤를 즐기고 싶으면 요트 클럽을 이용할 수 있어 흡연 성향에 따라 다양한 곳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굳이 갑판으로 나가지 않아도 지는 해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라고 하네요.



뜨거운 여름이라 의자를 구석에 모아놨지만, 날씨가 선선한 동절기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갑판 위를 메우게 됩니다. 



갑판에서 보이는 해질 무렵 풍경.



해가 지는 방향에는 곳곳에 건설현장이 눈에 띕니다. 왜일까요?



두바이의 구도심 재개발 계획에 따라 지난 5월 발표한, 라쉬드 항 일대를 재개발해 쇼핑몰, 호텔, 거주구역을 세우는 미나 라쉬드 프로젝트 (아랍어로 미나는 항구를 의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랜드 라운지의 상층부인 보트 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보트 층에 자리잡은 상점가는 당시 귀중품 상점이 있었다가 중간에 헤롯드 백화점이 들었었지만, 호텔로 변신한 지금은 두바이 면세점에서 운영합니다. 두바이 면세점이 공항 외 두바이 시내에 몇 곳의 지점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지점이라고 하네요. 복권을 산 5천명 중 한 명에게 1백만달러를 주는 두바이 면세점 복권 밀레니엄 밀리어네어와 럭셔리 차량이 걸려 있는 복권을 살 수 있습니다. 투숙 당시에는 밀레니엄 밀리어네어 외에도 1300명 중 당첨된 1명에게 아우디 Q8, 2300명 중 한 명에게 벤틀리 컨티넨탈 GT를 주는 복권을 팔고 있었습니다. ([사회] 아부다비 복권 Big Ticket, 종교적 금기인 나라에서 커져가는 UAE 최대의 복권과 에미라티 드림 참조)공항과는 달리 그 비싼 가격에 부가세를 추가로 내야한다는 것이 흠. (밀레니엄 밀리어네어 1장 1,050디르함/ 자동차 복권 1장 525디르함) 



기념품부터 전자제품, 귀중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고, 여권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면세점입니다.



두바이 면세점하면 떠올리는 다양한 주류 진열대도 넓직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술과 담배만큼은 이 곳에서 면세 구입이 불가능합니다.



안내도에는 안 보이지만 구석구석에 숨겨진 공간들이 있습니다. 열람실 같은 느낌의 도서관이라던가...



배 곳곳에는 빌려간 책을 반납할 수 있는 창구가 있죠.



영구 정박하게 된 지금이야 의미가 없어진 장식품일 뿐이지만, 선내 우체통도 있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도 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남아있는 옛 모습들...











일부 공간만 개방 중인 퀸 엘리자베스 2호는 올 여름 이후 재정비 작업이 한창인 상층부의 객실을 추가로 오픈하는 등 시설 확장을 계속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올해로 취역 50주년을 맞이한 퀸 엘리자베스 2호는 전세계를 호령하는 호화 여객선으로의 화려한 역사와 기록을 뒤로 한 채 숙박비가 그리 비싸지 않은 4성급 호텔이자 미나 라쉬드 개발지구의 중심으로 두바이에 자리잡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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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아랍_에미리트_연합 |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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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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