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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UAE

[역사] UAE의 새 공휴일 순국자의 날은 내셔널 데이 연휴로 인해 제 날짜에 쉬지도 못하는 11월 30일일까?

둘라 2016. 11. 2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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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일원으로 "희망수복작전"으로 명명된 예멘 알후씨 반군과의 전쟁에 참전하면서 전사자가 하나둘씩 발생하기 시작하자 지난 2015년 8월 19일 UAE 대통령 셰이크 칼리바 빈 자이드 알나흐얀은 11월 30일을 새로운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공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새로운 공휴일이 제정되고 약 2주 후인 9월초 예멘에서 참전 중이던 50명 이상의 병사가 알후씨 반군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UAE 건국 이후 단기간에 가장 많은 전사자가 발생하자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해오던 UAE 정부에게 있어 그 휴일은 더욱 큰 의미를 띄게 되었습니다. 



아부다비의 랜드마크인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동쪽편에 순국자들을 기리는 추모공원 건립에 들어갔고, 며칠전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은 추모공원의 이름을 "존엄의 오아시스 (Oasis of Dignity, واحة الكرامة/Wahat Al-Karama)"로 명명하고 곧 일반인들에게 개장할 예정이니까요.



11월 30일에 새로 지정된 공휴일인 순국자의 날은 이틀 뒤 12월 2일 UAE 건국 기념일 연휴와 맞물려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UAE 애국주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휴일기간 중 샌드위치 데이를 용인하지 않는 UAE 공휴일법 상 정작 순국자의 날인 11월 30일에는 쉬지 못하고 대체휴일제를 적용하여 12월 1일부터 순국자의 날+내셔널 데이 콤보 연휴 (12월 2~3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제 날짜에 쉬지도 못하는 11월 30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였을까요?


이는 UAE 역사상 첫 전사자로 공인된 라스 알카이마 경찰 살림 수하일 카미스의 전사일인 1971년 11월 30일을 기념하기 위함입니다.



당시 20세였던 살림 수하일 카미스는 1971년 11월 30일 걸프 지역 토후국을 지켜주고 있던 영국군이 철수하자마자 대 툰브섬을 침공한 2천여명의 이란군에 맞선 6명의 라스 알카이마 경찰 중 한 명으로 국기를 내리라는 이란군의 강압적인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다 전사했습니다. 그의 사체는 대 툰브섬과 소 툰브섬, 그리고 아부 무사를 점령한 이란군에 의해 대 툰브섬에 매장당해 유가족들은 그의 시신을 수습하지도 못했으며, 나머지 다섯명의 경찰은 이란군의 포로가 되어 몇 년이 지나서야 고국 라스 알카이마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동해/일본해에 있는 독조의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UAE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잡은 세 개의 섬 아부 무사, 대 툰브, 소 툰브섬의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습니다. 양 국을 갈라놓고 있는 걸프 (만안)의 명칭도 이란은 페르시안 걸프를, UAE를 비롯한 아라비아 반도의 국가들은 아라비안 걸프라고 부르고 있죠. 지리적으로도, 어원상으로도 이란에 가까운 대 툰브, 소 툰브와 그 반대로 UAE에 가까운 아부 무사는 영국군이 1921년 6월 7일 세 섬을 점령한 후 샤르자의 관할로 규정하였습니다. 


영국군의 우산 아래 샤르자의 관할 하에 있었던 세 섬의 운명은 영국군의 철수와 함께 격랑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샤르자와 이란은 세 섬 중 가장 큰 섬인 아부 무사를 공동 통치하기로 합의까지 했지만 대 툰브와 소 툰브를 관할하고 있던 라스 알카이마는 샤르자와 이란의 합의에 반대했으며, 이란군은 결국 군사력을 앞세워 UAE 거주민들을 내쫓고 세 섬의 영유권을 되찾는데 성공하여 호르무즈간 주에 편입시켰습니다. 수적으로나 전력상으로나 압도적으로 우위인 이란군을 맞아 섬의 치안유지를 위해 근무하던 경찰들로서는 상대해 낼 재간이 없었죠.


UAE는 이란의 불법 점거라며 UN에 이 문제를 상정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UAE는 세 섬이 자신들의 영토임을 주장하며 이란에게 세 섬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근거없는" 주장일 뿐이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지만요. 이슬람 양대 종파의 본산인 사우디와 이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반면, UAE와 이란은 정치적으로는 영토 분쟁으로 지속적으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UAE에 있어 이란은 공동의 적이기에 GCC의 양대 축인 두 나라는 반 이란 노선에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비록 건국 직전에 잃어버린 세 섬을 되찾는데는 여전히 실패했지만, UAE는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이란군과 맞서다가 목숨을 잃은 첫 전사자 살림 수하일 카미스의 죽음과 국토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록 실제로는 12월 1일에 대체휴일로 쉬는 한이 있더라도 11월 30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셈입니다. 공휴일이지만 쉬지 못하는 11월 30일 당일 공공기관에서는 오전 8시부터 국기를 낮게 걸다가 11시 30분부터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진 후 국가 연주와 함께 다시 높게 게양하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라스 알카이마는 수하일 살림 카미스를 시작으로 올해 8월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동체착륙 후 화재가 발생한 EK521편 사고에서 유일한 사망자인 소방관 자심 알 발루쉬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순국자가 발생한 토후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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