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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A/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가자지구공습] 이스라엘과의 연계설이 확산되며 곤혹스러운 사우디 정부, 그리고 펜타곤의 경고

둘라 2014. 7. 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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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이 3주 넘게 계속되며 천 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오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그동안 공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하마스의 이스라엘 청소넌 납치살해가 사실은 납치살해범이 하마스가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가자지구를 공습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는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의 발언이 나온 가운데, 하마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언론인과 이스라엘 정보부와 관련이 있는 사이트에서 나란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는 사우디와 이집트가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는 주장을 내놓아 사우디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야 아랍 사회에서 최초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여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종종 이스라엘을 축출하라는 압박을 가할 정도로 날을 세우고 있는 사우디였음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스라엘, 사우디, 이집트 모두 하마스, 혹은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사우디-이스라엘 유대설 확산과 그 노림수

하마스, 혹은 알자지라와의 연계설이 있는 미들 이스트 아이 (Middle East Eye)의 편집장 데이비드 허스트 (David Hearst)는 지난 주 가자지구 공습은 사우디 왕실과의 약속에 의해 치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하여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그간 암암리에 알려졌던 이스라엘과 사우디 정보부 사이의 유대설, 혹은 뒷거래를 확장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스라엘-사우디 유대설은 이스라엘에서 퍼뜨리고 있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최근 샤울 모파즈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채널10과의 인터뷰 중 이스라엘이 사우디와 UAE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해왔다고 리포터에게 밝혔고, 되묻는 리포터에게 사우디와 UAE 자금이 하마스 궤멸 후 가자 지구 재건사업에 투입될 것이라고 주장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또한 무바라크 시절의 이집트 정부와 군사협력관계를 논의했던 담당자이자 현재는 이스라엘 국방정책을 결정하는 책임자인 아모스 길라드 역시 모든 것은 암암리에 이뤄져 일반에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과 이집트, 걸프 국가들과의 안보협력관계는 각별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보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브카넷은 이러한 주장에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사우디-이집트가 협력했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아래와 같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1. 이스라엘 정부와 이스라엘 방위군 (IDF)은 하마스의 군사력을 궤멸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낮추기 위해 싸울 것이다.

2. 이번 군사작전 (프로텍티브 엣지)은 모든 목표가 달성되고나서야 끝날 것이다.

3. 사우디, 이집트,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미국을 포함한 외부세력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4. 사우디는 자신들의 자금을 활용하여 이스라엘군에 의해 발생되는 전쟁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것이다.

5. 전쟁이 끝난 후, 사우디 및 UAE와 쿠웨이트가 중심이 된 일부 걸프국가들이 가자지구 공습으로 야기된 피해복구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6. 사우디, 이집트, 이스라엘은 미사일과 공격용 지하벙커망 등을 포함한 하마스의 군사력을 궤멸시켜야 할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7. 이스라엘 방위군이 테러조직 하마스를 무너뜨렸을 때, 이집트, 사우디, 그리고 파타하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가자지구에 새로운 정부와 하마스의 공백을 메울 치안 조직을 갖출 것이다.


지난 주를 기점으로 이스라엘의 주장이 잇달아 나오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몇 가지 노림수가 있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과거와 달리 이스라엘의 잔혹성과 만행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여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유럽에서의 반유대감정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여론반전을 위해 꺼내든 카드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세 나라에서 모두 테러조직으로 지목하고 있는 하마스와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커지는 것을 원치않기도 하지만, 설령 거짓 주장이라고 해도 이스라엘로서는 자신들에게 손해볼 것이 없을테니까요. 지금도 허위 명분으로 거리낌없이 학살극을 자행하고 있듯이 말이죠.



곤혹스러운 사우디 정부의 반박과 대응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이러한 일방적인 주장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바로 사우디입니다. 사실일 경우 과격 원리주의의 확산을 근절시키겠다며 나서고 있는 사우디 정부에 반감을 가진 보수적인 원리주의자들의 이탈을 유도할 수 있고, 허위 주장이어도 아랍세계의 큰 형님을 자처하고 있는 사우디가 실은 아랍 무슬림 형제를 학살하는 유대인과 손을 잡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면서 안그래도 걸프전 이후 현안에 대해 공동 대응하지 못하고 분열된 아랍세계를 더욱 갈라놓을 수 있을테니 말이죠. 지금도 동참하거나, 과격성에 당황하여 다시 돌아오는 사우디인들이 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반정부 성향의 원리주의자들에겐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 (ISIS)라는 갈 곳이 있으니까요.


(주영 사우디 대사 무함마드 빈 나와프 알 사우드 왕자)


이스라엘이 사우디의 묵인 하에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있다는 데이비드 허스트의 주장에 대해 주영 사우디 대사 무함마드 빈 나와프 알 사우드 왕자는 그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은 자신을 정당방위하는 것이 아니라 일가족 몰살도 서슴치 않는 학살자들이며, 사우디는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빼앗긴 자신들의 땅을 되찾으려는 팔레스타인 형제, 자매들을 지지한다"며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주장을 유포한 그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고,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가자지구 희생자들을 위한 기부액을 더욱 많이 납부하는 한편, 국제 무대에서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통렬하게 비난하는 중이기는 합니다. (유대설이 사실이면 쑈일테고, 허위면 당혹스러운 상황인거죠)



이스라엘에 대한 펜타곤의 경고, 그리고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든 이스라엘과 미국의 원죄

한편, 미국 국방정보국의 마이클 플린 (Michael Flynn) 중장은 하마스를 궤멸시킨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쁜 것이 태동하여 주변 정세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이스라엘에 경고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하마스의 붕괴는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하마스보다 더 악랄하고 통제 불가능한 ISIS의 본격적인 팔레스타인 진출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군의 학살에 집은 물론 가족, 친지, 친구들이 죽는 것을 목격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 외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무장조직으로도 알려진 ISIS는 이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분노를 부추길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과 영향력을 키우고 있거든요.


하마스가 무장조직의 색채를 벗고 정치화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렸던 건 다름아닌 미국과 이스라엘의 원죄이기도 합니다. 2006년 파타하와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의 모든 정파(政派)가 참여한 다당제 선거이자, 유럽연합(EU)의 선거감시단이 인정했듯이 중동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민주적으로 치뤄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입법위원회(PLC) 전체 의석 132석 가운데 76석을 확보하며 승리를 거둔 하마스에게 돌아온 것은 바로 총선결과를 부정하며 대대적은 공습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7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통한 고립 및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분열이었으며, 민주주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미국은 이러한 이스라엘을 지지할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요구하는대로 민주적으로 치뤄진 선거에서 이겨도 결과를 부정당하고, 모든 것을 잃은 이들에게 그들을 부추기는 세력이 파고든다면, 설령 하마스가 궤멸되었다한들 남은 자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이 바라는대로 순순하게 따라줄까요?


이라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WMD를 파괴하고 사담 후세인이라는 독재자로부터 이라크 국민들을 해방시켜주겠다며 부시 미대통령이 저지른 이라크 침공은 자신들이 내세운 명분을 하나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주장했던 WMD는 결국 발견해내지 못했으며,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한지 10년뒤 이라크에는 자신을 뺀 모든 이들이 문제라고 지적할 정도로 사담 후세인 못지 않은 골치덩어리이면서도 세번째 임기를 준비하고 있는 누르 알말리키 총리와 그보다 더 악랄한 ISIS가 이라크를 넘어 시리아에 이르기까지 위세를 떨치며 아랍지역 전역을 정복할 야망에 불타고 있는 혼란과 지옥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참조: "Saudi, Egypt and Israel work together in Gaza attack" (Middle East Monitor) & "Attack on Gaza by Saudi Royal Appointment" (The Word Post)

         "In response to David Hearst" (Al Arabiya) & "Destroy Hamas? Something worse would follow: Pentagon" (Arab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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