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GU/UAE2018.05.04 01:20

(풀 바에서 음료를 준비하는 직원. 2017년 라마단 기간 중 소피텔 주메이라 비치)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8년 1월 한 겨울에 맞이했던 요르단에서의 첫 라마단을 시작으로 가을 (11월~12월)과 여름 (8~10월)에 맞이했던 사우디에서의 라마단, 그리고 현재 UAE에 체류하면서 해가 가장 긴 하지를 전후로 한 5~7월의 라마단을 겪고 있는데, 라마단 중에는 이프타르 이후 밤 외에는 뭔가 하기 힘들었던 사우디에서와 달리 UAE에서 겪는 라마단은 단식 시간이 긴 한여름에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가 지날 수록 불편함이 사라지고 있는 편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라마단하면 익숙해져왔던 통념을 벗어나는 기이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역 및 매장에 따라 영업을 않하는 곳도 많이 있지만, 이제는 라마단 기간 중 낮, 정확히는 정오부터 음식은 물론 술도 파는 곳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다 라마단 기간이 다가오면 각종 매체를 통해 "두바이, 혹은 아부다비에서 라마단 기간 중에도 아침이나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곳" 등의 제목으로 이를 집중 홍보하니 말이죠. 특히 지난 2017년의 라마단은 비무슬림 외국인들에게 있어서는 좀더 편한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가령 같은 소피텔 주메이라 비치 호텔 내 매장 중에서도 2016년에는 실내에 있는 바에서만  저렴한 가격에 술을 마실 수 있는 해피 아워 오퍼가 나오더니, 다음해인 2017년에는 그 전해에 영업했던 바에다 추가로 아예 야외에 있는 호텔 내 풀 바에서 조차 주류를 판매하는 등 그 이전 해보다 더 많은 곳에서 음식을 접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사회] 그 어느 해보다 방문객 친화적으로 변모한 UAE의 2017년 라마단 풍경 참조)


(소피텔 주메이라 비치 내 바. 2016년부터 라마단 기간 중 낮에도 영업한다.)


라마단하면 일단 떠오르는 "밖에 나가면 저녁이 찾아올 때까지 굶어야 한다..."라는 선입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바이를 중심으로 UAE 곳곳에서 라마단 기간 중에도 낮에 술과 음식을 파는 매장이 확대되고 있는 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 당국의 라이센스 완화 조치 때문입니다. 라마단 기간 중 하다못해 매장에서 빵을 굽거나 음식을 만드는 것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한데, 두바이를 중심으로 2016년부터 이를 완화시켜 나가기 시작한 것이죠.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식당이나 바는 전통적으로 저녁 7시 전후의 일몰시간 전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프타르가 시작되기 전 영업 준비에 들어가 하루의 단식이 끝나는 알림과 더불어 본격적인 호객활동을 하는 것이 전통적인 모습이었죠. 


(이프타르 시간이라 2층의 푸드코트 외에는 텅 비다시피한 젯다의 레드 씨 몰 풍경. 2010년 풍경)


당국의 완화된 라마단 라이센스 규정은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단식 의무를 준수해야만 하는 무슬림들의 종교적인 전통과 굳이 라마단 금식을 지킬 필요가 없는 비무슬림 거주자, 관광객들의 현실적인 수요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무슬림들의 종교적인 전통과 사회적인 관습을 존중해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무슬림 거주민, 혹은 관광객들의 현실 역시 존중하여 어느 정도의 제약을 감수하더라도 이들의 불편함도 역시 줄여나가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의 타협점이 바로 완화된 라마단 라이센스 규정인 셈이죠. 굳이 건물 안으로 찾아가지 않는 한 별생각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은 공간이라던가, 그렇지 못할 경우 적절한 차단막을 치고 시끌벅적하지 않도록 생음악 연주를 금지하는 선에서 낮에도 술과 음식 판매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2017년부터 라마단 기간 중 극장 상영관 내에서 음식 섭취가 가증해졌다. 단 음식 구매 후에는 종이 봉투에 담아 상영관 내로 들어갈 수 있다.)


2016년 일부 매장에 한정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했던 라이센스 완화 조치가 성공을 거두자 이듬해인 2017년에는 이를 확대적용하여 관련 업계의 긍정적인 반응과 효과를 얻어내면서 당국은 17일 전후로 예정된 다가오는 이번 라마단에도 2016년부터 3년 연속 이를 시행함으로서 좀더 많은 매장에서 비무슬림들에게 술과 음식을 팔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라마단 기간 중에 개봉하는 대작영화들의 개봉일정이 라마단 이후로 밀렸지만, 지난 2017년부터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동시 개봉, 그리고 상영관 내에서 식음료 섭취가 가능해진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017년 라스 알카이마 쇼핑몰 내의 라마단 장벽)


당국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보기엔 배타적인 이미지가 강한 이슬람 국가가 아니라 타종교에 대해 관용을 베풀 줄 안다는 명분도 살리면서, 아울러 라이센스 절차 등을 완화시킨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공짜는 아니기에 업체들로부터 라이센스 비용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관련 업계에서는 그전까지는 이프타르 이전엔 휴업 상대로 있다가 저녁과 밤에만 영업하여 큰 폭의 영업 손실을 감당해야만 했던 라마단 기간에도 당국의 공식적인 허가 하에 영업이 가능해져 손실폭을 줄일 수 있다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입니다. 양측의 공감대가 더욱 맞아떨어지는 건 10여일씩 당겨지는 이슬람력의 특성상 지금까지는 비수기인 한여름에 찾아왔던 라마단이 해가 갈수록 봄-겨울로 이어지는 성수기에 찾아올 것이기에 종교적 전통을 존중할 것은 존중하면서도, 당국이든 관련 업계든 돈은 돈대로 벌어야겠다는 계산이 성립하는 셈이죠.


(라스 알카이마 경찰이 공공 해수욕장에서 비키니 착용 금지 안내판을 세웠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이틀만에 자진 철거한 것이 불과 2013년 4월의 일.)


두바이는 2020년까지 관광객 2천만명 유치를, 소수의 관광객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로컬 자국민들의 정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면서 퍼블릭 비치에서 비키니 입으면 벌금을 매기겠다며 안내판을 세웠다가 철거한 해프닝을 겪었던 것이 불과 5년 전이었는데 ([라스알카이마] 공공 해수욕장에서의 비키니 착용 금지 실시, 그러나 이틀 만에 없던 일로...!  참조), 지금은 적극적인 개발 및 홍보와 더불어 외국 거주자, 관광객 들을 위해 두바이를 벤치마킹한 관대한 조치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라스 알카이마의 경우 올해 목표가 관광객 100만명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출처: "As Ramadan moves into prime tourist season, Dubai's relaxed licensing rules offer boost for businesses" (The 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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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랍지역 전문 블로거 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