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알아이얄라 (Al-Ayyala)"우리집에 왜 왔니"가 연상되는 오만과 UAE 전통춤

UAE에서 국가적인 이벤트나 내셔널 데이 (건국일)와 순국자의 날 행사장엘 들른다던가 결혼식장에 초대를 받으러 가면 남자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줄을 맞춘채 횡대로 나란히 서서 춤이라고 하기엔 어설프지만, 리듬에 맞춰 허우적대는 뭔가 낯익은 느낌의 춤을 보게 됩니다. 타악기의 리듬에 맞춰 지팡이로 쓸 수도 없는 막대기를 흔드는 모습은 낯설지만, 뭔가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이럴 것만 같은 묘한 기시감이 드는 춤.

이 춤은 UAE와 오만 북서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전통춤인 알아이얄라 (العيالة/Al-Ayyala) 입니다.

일반적으로 "막대기 춤"으로 알려진 알아이얄라는 오만 북서부와 UAE 전역에서 널리 펼쳐지고 있는 전통 춤으로 문헌이 많지 않은 이 동네의 특성상 콕 찝어서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유래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만과 나즈드 왕국 (현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에서 시작되기는 했지만, UAE로 넘어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이죠. 알아이얄라는 씨족사회의 전통을 보여주는 춤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그 유래를 정확히 알 수 없음에도 씨족간의 전투에서 승리한 씨족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자신들이 승리할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미를 담아 추었던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형태는 조금 다른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가 연상되는 것도 어찌보면 어색하지 않은 이유랄까요?

알아이얄라는 기본적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횡대로 도열해 있는 두 무리의 사람들이 리더와 타악기의 리듬에 맞춰 스틱을 흔들면서 추는 춤입니다. 나란히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줄의 무리들은 서로 맞서게 된 부족,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은 대나무 막대기는 칼을 상징하며, 춤을 추는 사람들은 움직이기 불편해 보일 정도로 바짝 다가서서 자리를 잡고 춤을 추게 되는데, 이는 부족원들간의 단결과 협력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알아이얄라는 횡대로 나열한 두 무리의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은 밴드의 리더가 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고 다양한 크기의 타악기들을 두들기면서 시작됩니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다가 밴드가 한쪽 무리로 이동하면 반대쪽 무리의 사람들이 밴드가 서 있는 무리를 향해 막대기를 가리켜 양쪽 무리의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까시다 (아랍 전통시) 싯구에 곡을 붙인 노래를 읊조리며 함께 춤을 춥니다.

알아이얄라를 추기 위해 부르는 노래와 가락은 딱 한가지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곡과 가락을 접목시킬 수 있는데, 알아이얄라 노래 중에는  UAE의 국부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흐얀이 쓴 까시다 "حبكم وسط الحشا"에 멜로디를 입혀 사우디 가수 라쉬드 알마지드나 UAE 가수 만수르 자이드가 부른 버전이 유명합니다. (까시다 원문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알아이얄라가 우리에게 흥미로운 점이라면, "우리집에 왜 왔니"가 연상되는 춤의 형태 외에도 사용되는 타악기 중에 장구를 떠올리게 하는 타악기가 사용된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다른듯하면서도 의외의 곳에서 비슷한 면을 마주하게 되는 건 개인적으로 아랍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만...

알아이얄라를 추는 방식도 다양한 버전이 있습니다. 대나무 막대기가 아닌 칼이나 총을 들고 추기도 하고, 비교적 단조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행사장용과는 달리 결혼식장에서는 과격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알아이얄라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비슷한 춤을 2008~9년경 사우디 남서부 아시르 지역의 한 결혼식장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양가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 추던 그 춤은 UAE에서처럼 손에 든 것은 없었지만,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연상되는 그런 춤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이벤트에 따라서는 남자들 앞에 대나무 막대기 대신 긴 머리를 휘날리는 어린 소녀들과 함께 추는 경우도 보기 드물게 있다고 하네요.

알아이얄라는 "알아이얄라, 오만과 UAE의 전통공연예술 (Al-Ayyala, a traditional performing art of the Sultanate of Oman and the United Arab Emirates)"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