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UAE에서 생활한 이후 매년 9월에는 어김없이 한국으로 휴가를 갔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휴가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양국을 오가면서 의무적으로 지켜야하는 자가격리로 날려버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말이죠. 예정되었던 휴가를 못가게 되면서 6년만에 처음으로 이 곳에서 온전하게 보내게 된 9월, 둘라는 6년 가까이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인 주인이 집관리를 잘 해놓기는 했지만 조금 오래된 낡은 아파트의 스튜디오에서 2015년 1월부터 생활해 오다가 갑작스레 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쓰레빠를 질질 끌고 술과 돼지고기를 사러 가거나 술집을 간다거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지리상의 잇점을 다 잊게 만들 정도로 최근 1년 반 시이에 최고 3배 이상 치솟은 디벨로퍼측의 공과금 때문이었습니다. 한창 미친듯이 치솟았을 땐 코로나로 바빴을 때라 미처 신경을 못쓰고 있다가 결국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죠. 때마침 관심있었던 아파트에 괜찮은 방을 찾기도 했으니까요. 개발업체가 돈독이 올라 뭔가 잔뜩 떼어가는데 그에 상응하는 시설 투자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시설 관리도 엉망이었으니 말이죠. 두 대 있던 엘리베이터 중 하나만 사용한다던가...
기본적으로 연 단위로 임대하는 이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집주인의 동의.
계약기간이 끝나서 자연스레 이사하게 되는 경우에도 필요하지만, 이번의 경우처럼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갑자기 이사하는 경우엔 더더욱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집 임대 당시에 따로 낸 보증금 정산도 해야하는데다 디벨로퍼와의 최종 공과금 정산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이 곳에 살지 않는 오스트리아인 집주인하고는 자주 볼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집주인의 어린 손녀와도 알게 되었을 정도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동의를 얻는 것은 쉬웠습니다. 6년 동안 따박따박 임대비 잘 내던 임차인이 갑자기 떠나게 되니 아쉬웠겠지만요....
둘째. 전기를 끊자.
전기와 물을 끊는 건 거주지마다 누구 관할이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제 경우엔 전기는 FEWA에서, 물은 디벨로퍼에서 끊어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FEWA 사무소로 직접 가서 신청해야 했지만, 요즘은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신청하게 되면 하루 뒤에 집 전기가 끊기고, Clearance Certficate가 이메일로 발송되면서 환불금액도 알려줍니다. 환불금은 FEWA에 계약을 텃을 때 냈던 보증금 중에서 마지막 전기세 납부금액을 제외한 차액을 돌려줍니다. 환불금은 Al Ansari 환전소에 가면 받을 수 있습니다. 클리어!
셋째. 디벨로퍼와의 관계 정산
수도요금과 공과금이 엮여있는 디벨로퍼와의 관계를 정산하기 위해 디벨로퍼에 인터넷으로 퇴거 신청을 했는데, 애증의 디벨로퍼는 퇴거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더니 직접 찾아가서야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있;; 그래서 기껏 집주인에게 부탁해서 동의서를 메일로 보냈는데도 며칠을 씹고 있다가 독촉 메일을 보내니 그제서야 최종 정산서를 보내주고 있;;;;;;;; 아무튼 클리어!
넷째. 부동산에 집 반환
당초 이 집을 계약했던 부동산은 퇴거를 마무리하기 위해 FEWA와 디벨로퍼로부터의 Clearance Certificate와 함께 집 벽에 페인트칠을 새로한 후 키를 반납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벽지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없는 동네이다보니 페인트칠을 요구하는 것이죠.
6년 가까이 살면서 벽을 되도록 건드리지 않고 깨끗하게 썼던 터라 다른 TV를 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벽에 생긴 구멍만 몇 개 메우고 칠하면 될 줄 알았지만......
결국은 천장을 제외한 모든 벽을 다 칠해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순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청구서가 날라오는 곳과의 최종 정산을 마치고 벽을 새로 칠한 후 각종 열쇠 (물리키, 카드키 포함)를 반납하면 정들었던 집과 작별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면서 겪었던 아랍틱한 경험들을 하나둘씩 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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