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온지 근 6년여 만에 이사하기로 결정하고 알아본 곳은 전부터 눈여겨보던 새 아파트였습니다. 작년 계약이 끝났을 무렵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서 기회가 없다가 올해 입주가 시작된 곳입니다.
아파트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알아보다가 연락이 닿은 디벨로퍼는 가장 높은 층인 8층의 동향집을 보여 주었고,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서 알게 된 이 동네 부동산 에이전트는 가장 낮은 1층에 자리잡은 서향집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 햇볕을 맍이 받을 수 있는 서향집이 나을 것 같았던데다가 5%의 부동산 소개비를 포함해도 소개비 없는 디벨로퍼 집값보다 쌌기에 이 집을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이사하게 된 집이 나름 의미가 있는 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맘대로 꾸며보는 첫번째 집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부모님 댁에서 지냈고, 두 차례에 걸친 사우디 생활 당시에는 현장 사무소, 혹은 본사 건물 내에 있는 회사 숙소에서 생활했었기 때문에 집을 꾸밀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UAE에 와서 처음 살았던 집은 넘칠만큼 집주인이 세간살이를 장만해놨기에 따로 살 필요가 없는 곳이었죠. 이사를 하는데 이사차를 부를 것도 없이 가지고 나올 가장 큰 짐이 사운드 바와 서브 우퍼 뿐이라면 이해되시겠죠?
처음부터 모든 세간살이를 다 사야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방에 커튼을 설치하는 일이었습니다. 아파트가 약 4미터*4미터의 창과 문으로 온전히 햇볕을 받는 구조인데 서향이다 보니 오후엔 깊숙하게 햇볕이 들어오니까요. 처음에는 반사 잘 되는 타일이 깔린 방바닥 위에다가 나무장판을 깔아보고 싶었는데... 비용 문제로 홀가분하게 포기.
커튼 설치를 위해 디벨로퍼 영업 담당자에게 커튼 업자를 소개받아 견적을 받았습니다. 당초 희망사항은 천장에 모터를 닫아 자동으로 열고 닫는 스마트 커튼을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모든 세간살이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모터 비용에 대한 부담과 방 구조상 모터를 달기 힘들 것 같다고 하여 포기하고 뭘 달까 고민하다가 커튼 대신 버티컬 블라인드를 2주 뒤에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설치업자는 계약일로부터 1주일 뒤 이 아파트는 몇 곳을 작업해봤지만 방마다 창크기가 미묘하게 다르다며 잠깐 들러 사이즈를 재측정하고 갑니다.
그런데 커튼을 설치하기로 한 토요일보다 3일 앞선 수요일 오후에 업자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때마침 근처에서 작업 중이라며 설치는 두 시간 만에 끝나니까 내 퇴근 시간에 맞춰 설치해주겠다고 합니다. 어차피 토요일에 가구도 들여오기도 했기에 혼잡함을 피할 수 있겠다 싶어 오라고 했습니다.
일정 연기가 다반사인 이 동네에서 3일이나 일찍 설치해 준다기에 왠일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천장에 브라켓을 달고 블라인드를 위한 커튼 레일을 설치하려는데....
두둥!!!
첫 번째 공간에 브라켓을 설치한 후 커튼 레일을 달려고 천장에 붙이는 순간에서야 자신들이 방 폭보다 몇 센티 더 긴 커튼 레일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안 것이었습니다;;;;
계약하던 2주 전에도, 이틀 전에도 두번씩이나 직접 측정까지 했음에도!
그래도 업자가 양심은 있었는지 세번째로 측정하고는 추가 공임 없이 길이에 맞는 커튼 레일을 다시 챙겨와 내일 마무리를 하겠다며 브라켓만 두 곳의 천장에 달아놓고 갔습니다. 설마... 그 몇 센티를 줄여서 달아보겠다고 커튼 레일을 잘라내거나 우격다짐으로 구부려 끼워 설치하는 무지막지한 일을 벌일까 시껍했는데.... 휴~~~~
약속한 날보다 며칠 빨리 온다고 좋아했다가 하루 두 시간에 끝낼 일을 한 시간씩 이틀에 걸쳐 진행하게 된 셈이었습니다. 그렇게 이틀을 작업했어도 예정일보다 이틀 앞서 설치하긴 했지만요..... 그래서 이 동네는 역시 인샤알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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