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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카타르가 단교 사태 종식의 전제조건으로 사우디, UAE로부터 받은 청구서 내역

둘라 2017. 6. 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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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가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는 카타르 통치자 셰이크 타밈의 졸업 연설문을 통해 재점화되어 사우디와 UAE의 주도 하에 진행 중인 카타르 단교 사태가 3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사우디와 UAE는 사태 종결의 전제 조건으로 자신들이 내세운 요구조건이 담긴 청구서를 2014년에 이어 또다시 중재역으로 나선 쿠웨이트를 통해 카타르에 전달하였습니다. 이들이 요구조건을 이행하라며 카타르에게 준 시간은 단 10일. 과연 어떤 조건을 제시했을까요?


공개적으로 전달된 청구서는 아니었지만 AP의 리포트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총 13개항의 청구서는 실질적인 요구사항 11개항, 제한시간 1개항, 사후 감사 1개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UAE는 카타르가 협상에 나설 생각은 않고 이를 언론에 유출시키면서 여론전을 전개한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만...)


1. 이란과의 외교적인 관계를 제한하고 주카타르 이란 대사관 등을 폐쇄할 것. 카타르에 체류 중인 이란 정예 혁명수비대원을 추방하고 이란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할 것. 단,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허용하는 선에서 이란과의 상교역은 말리지 않겠음. (사우디는 수니파와 시아파 종주국이라는 역사적인 배경에다 자신들도 내세우지 못하는 이슬람 공화국을 내건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고, UAE는 걸프 만에 있는 아부 무사, 대툰브, 소툰브의 3개섬 국경 분쟁이 걸려 있어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임)


2. (사우디, UAE, 이집트 등이) 반정부 무장집단으로 규정한 테러조직- 특히, 무슬림 형제단, IS, 알까에다, 헤즈볼라-들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것. (세속적인 정권이 통치하고 있는 이들 나라들은 온건한 풀뿌리 조직이든, 극단주의 무장세력이든 자신들의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이슬람을 앞세운 조직들의 세력 확대를 극도로 예민하게 경계하고 있음.)


3. 알자지라와 제휴 방송국들을 폐국시킬 것. (각종 보도와 방송을 문제삼아 지국 폐쇄와 재개를 반복하는 애증의 역사가 있음. 현재는 방송 시청 금지 상황)


4. Arabi21, Rassd, Al Araby Al Jadeed, Middle East Eye 등을 포함하여 카타르 자본이 직간접적으로 유입된 어용 온라인 뉴스 미디어를 폐쇄시킬 것. (현재 이들 사이트들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자국 내 여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우디와 UAE 등지에서 접속이 차단되어 있음.)


5. 현재 카타르에 주둔해 있는 터키군을 당장 내보내고 카타르 내에서 터키군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할 것. (이번 사태가 시작되면서 터키군이 일부 파병되었음)


6. 사우디, UAE, 이집트, 바레인, 미국와 다른 나라들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개인, 단체, 혹은 조직에 대한 모든 자금지원을 중단할 것. (이번 사태가 시작될 무렵 언론에서 이들 개인, 단체, 혹은 조직 명단을 공개함=>링크)


7. 카타르에서 보호하고 있는 사우디, UAE, 이집트, 바레인이 수배령을 내린 테러조직원이나 범죄자들을 출신국으로 돌려보낼 것. 그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거주, 행적, 자금 등 그들과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제공해줄 것.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안식처 제공은 이들 국가들이 카타르가 테러를 방조한다고 내세우는 대표적인 근거.)


8. 각 주권국들의 내부문제에 대해 간섭하지 말 것. 사우디, UAE, 이집트, 바레인에서 수배령이 내려진 범죄자들에게 카타르 시민권 부여를 중단하고, 일단 시민권이 부여된 경우라도 해당 국가에서의 위반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이를 박탈할 것. (아래에 따로 설명하겠지만, 자신들을 뒤흔들 목적으로 파견했다 체포된 카타르 정보국 요원도 있을 정도.)


9. 사우디, UAE, 이집트, 바레인 내의 반정부 세력들과의 접촉을 일체 중지하고, 이들 세력 내 주요 연락 대상자들의 모든 파일을 넘겨줄 것. (요즘 테러를 모의하거나 정부 전복을 노리던 넘들이 종종 적발되서 처벌하고 있는데, 대체 어떤 넘들하고 내통하는지 우리도 그 배후세력 좀 캐보자.)


10. 최근 수년간 카타르의 외교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인명, 재산, 금정적인 손실에 대한 보상금을 제공할 것. 단, 보상금 규모는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고) 카타르와 협의해서 결정할 것임. (너희 자금으로 인해 우리가 당한 각종 피해 정산은 너희가 해!!! 이번 청구서는 협상 대상이 아니지만, 단 정산금 만큼은 협상의 여지가 있어...)


11. 지난 2014년 분쟁 당시 사우디에서 도달한 합의문에 따라 걸프 및 아랍 국가들과 군사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함께 해 나갈 것. (형제 국가라고 말로만 떠들지 말고 약속했으면 좀 지키라고!!! 왜 삐딱선을 타는거야???)


12. 카타르에 전달된 날 (6월 23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모든 요구조건에 동의할 것.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요구사항은 무효화됨. 단 이 청구서에는 카타르가 이행을 거절할 경우 취해질 어떤 후속조치는 언급하지 않겠음. (타협의 여지가 없으며, 맘에 안든다고 거부하거나 불이행의 결과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뒷감당은 알아서 감수해봐.)


13. 요구사항이 관철된 날로부터 첫 해는 매달, 두번째 해부터는 분기별로 한 번씩, 그 후 10년간은 1년에 한번씩 이행여부를 감사받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함. (그러게 2014년에 합의한 걸 알아서 잘 지킬거라 믿고 맡겼더니 왜 안 지켜??)



청구서가 나온 배경

1995년 셰이크 하마드가 아버지를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후 주변에 덩치 큰 나라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면서도 동시에 역내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미니 국가 카타르의 톡톡 튀면서도 야심찬 외교 전략은 주변 국가들로부터 탐탁치 않은 시선을 받게 만든 원인이 되었습니다. (워낙 이복 형제도 많고 하니 형제간의 쿠데타는 어느 정도 용인할 수도 있지만, 친아버지를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킨 하극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기에 덤으로 가세) IMF 원조를 받을 정도로 여유있는 형편이 아니기에 실제 전쟁터인 이라크, 시리아, 이스라엘 사이에 낀 요르단은 절묘한 외줄타기를 통해 자구책을 강구해 올 수 밖에 없었던 반면, 천연가스로 나라 규모에 비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카타르는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추구해 왔습니다. 


고립 사태 이후 사우디, UAE, 이집트, 바레인의 여러 언론에서 카타르에 대한 비판 기사로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는 것처럼 자국의 안정을 위해 자국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적대세력을 끌어 안으면서 동시에 자신보다 크고 쎈 이웃 국가들을 뒤흔들어 약화시킬 목적으로 이웃 국가들의 불안을 내부에서 조장해왔다는 것입니다. 카타르의 통치자는 유례없는 이양과정을 거쳐 셰이크 하마드의 아들인 셰이크 타밈으로 바뀌었지만, 정책 기조는 2014년 단교 사태를 겪고 합의문을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아버지 대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는 판단 하에 제출된 이번 청구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반영한 셈이죠.


1. 테러조직, 극단주의 무장세력, 반정부 조직 지원 및 수배자들의 피난처 제공

-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자국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불안요소를 제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카타르를 제외한 주변 국가들을 뒤흔드는 기반을 만들 수 있음. (어차피 자신들의 자금줄에 대한 총질은 않할테니) 

2.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국내외 미디어를 동원한 이웃 국가들의 흠집 내기

- 이들 매체들이 언론의 자유를 앞세워 이웃 국가의 각종 금기와 치부를 드러내고 과격주의를 설파하는 이슬람 성직자들에게 발언대를 제공하여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자금줄인 카타르 내부의 치부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이중잣대가 문제.

- 각종 매체를 통해 이웃 국가들을 비난하고 각종 의혹을 제시하면서 정권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켜 국민들의 충성도를 약화시키고 불만세력을 만들어 냄.

3. 내정 간섭

- 이웃 국가를 뒤흔드려는 앞의 1, 2의 연장 선상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국 요원을 이웃 국가에 파견하여 이들 국가의 내부 분열을 시도하려고 함.

4. 2014년 분쟁의 교훈

- 이행 여부를 감시하지 않으면, 합의를 잊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음.


지난해 초 사우디의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니므르 알니므르 사형으로 촉발하여 이란에서 발생한 주이란 사우디 대사관 및 영사관 방화사태를 기점으로 이란에 대한 방송을 집중 보도하다 지난 3주간 대상을 카타르로 전환하여 테러조직 지원과 관련한 카타르의 행적에 대한 비판 및 고발성 보도를 계속해 온 이들 언론들은 급기야 사우디와 UAE에서 SNS 미디어를 활용하여 UAE 정부를 폄훼하는 가짜 계정을 만드는 등의 반정부 혐의로 체포되어 지난 2015년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투옥 중이다가 셰이크 칼리파에 의해 사면받은 카타르 정보국 디지털부 요원인 하마드 알리 무함마드 알리 알 함마디 (다른 4명의 상사는 무기징역형에 처해짐)의 고백이라는 방송 인터뷰를 내보냈으며, 사우디 당국은 이드를 앞두고 그랜드 모스크에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려던 일당을 사전에 체포했다는 보도를 내보내는 등 카타르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갔습니다.


(사우디와 UAE를 뒤흔들 목적으로 미디어전을 획책하다 체포되어 구속되었다가 사면조치 받은 카타르 정보국 요원)


여기에 당장 이번 사태를 이용하여 카타르에 군을 파병한 터키는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EU 가입이 물거품된 상황에서 아랍, 이슬람 국가에서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여 쉽게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카타르가 지원하는 어용 미디어 중 하나로 이들 국가들이 대놓고 지목한 유일한 서구 매체인 미들 이스트 아이 같은 경우도 자신들은 카타르의 자금지원을 받지 않은 매체라고 주장하며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대표 기자는 영국인 데이비드 허스트이지만 사실상의 대표는 알자지라 출신 카타르인이고, 사우디와 UAE 정부의 비화를 까발리는 수위에 걸맞게 카타르 정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기에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죠)



카타르의 선택은...?

카타르의 통치자 셰이크 타밈은 왕세자로 승진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축전을 보내고, 자신들이 받아든 청구서를 검토해 본 후 답하겠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20년 넘게 공들여 온 노력과 투자를 부정하고 무위로 돌리라는 협박과도 같은 요구사항을 순순히 이행한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단교 사태에 열을 올리고 있는 UAE는 카타르가 진지하게 응하지 않을 경우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남남"이 되는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카타르 역시 그동한 공들여 쌓아놓은 우호세력들을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그간 유용가능한 막대한 자금을 활용하여 사우디와 UAE 등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세력들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사우디와 UAE 등의 우호국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나름 탄탄한 지원세력을 만들어 놓은데다, 거기에 카타르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아랍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는 바다 건너 강대국들인 이란과 터키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거기에 카타르 역시 자신들을 고립시키면 극단적인 경우 UAE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무기도 손아귀에 두고 있기도 하구요. (UAE는 가스 소비량의 40%를 카타르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


결코 쉽게 받아들이고 따르기 힘든 청구서를 받아든 카타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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