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3월 사우디, 바레인, UAE가 카타르의 튀는 행보를 빌미삼아 주카타르 자국 대사를 소환하면서 GCC의 분열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던 네 나라의 갈등은 쿠웨이트가 중재에 나서면서 다행히 한달여만에 일단락된 적이 있었습니다.
[GCC] 사우디, 바레인, UAE, 주카타르 대사 전격 소환의 배경과 전망
[GCC] 주카타르 대사소환으로 촉발된 사우디, 바레인, UAE, 카타르 간 갈등 일단락, 그리고 과제!
그렇게 잠잠해지는 것만 같았던 사우디/UAE-카타르 간 갈등은 트럼프 미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중 개최되었던 GCC-미국 정상회담 (백악관이 내놓은 공식 보도자료를 보시려면 클릭!)이 끝난 후 뜬금없이 재점화되었습니다. 이번 갈등은 카타르 통치자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싸니가 군복무를 마친 현역병들의 전역식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그의 발언을 문제삼아 이들을 적대시하고 있는 사우디와 UAE가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 두 국가가 문제를 삼은 그의 발은 주요 내용은....
1. 새 미정부와의 "긴장 관계"를 반복해서 말하며, 러시아와의 관계로 홍역을 겪고 있는 트럼프 미대통령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할 것.
2. (오만을 제외한 GCC 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적개심을 숨길 수 있는 지혜가 없고, 이슬라믹 파워와 지역 안정의 구심점이라며 이란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
3.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미국, 영국 등으로부터 테러조직으로 지정되었으며 민간인들에 대한 미사일 발사로 아랍 국가들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는 하마스를 "팔레스타인의 공식 대표"로 호칭하는 등 카타르를 테러지원국으로 불리는 것엔 부정하면서도 하마스를 지지하는 발언
5. 사우디까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UAE, 바레인, 이집트가 카타르에 대한 부정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비난.
6. 트럼프 미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중 체결한 1100억달러 규모의 "과장된" 무기 거래 계약으로 인해 인근 국가들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방비에 많은 돈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다고 비난하고, 걸프지역에서 가장 큰 미군기지가 있는 알우바이드 공군 기지는 (이름을 밝히지는 않은) 이웃 국가들로부터 카타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 (일부 전문가들은 그 이웃 국가를 이웃 GCC 국가로 짐작하고 있음...)
셰이크 타밈의 연설이 이웃 사우디와 UAE의 공분 속에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카타르 국영통신 (QNA)의 SNS 계정을 통해 이웃 GCC 5개국이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의 소환령을 내렸다는 소식은 이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기에 이르렀습니다.
논란이 점점 확산되자 카타르는 카타르와 이웃 GCC 국가들의 관계를 뒤흔드려는 신원미상의 해커로부터 QNA 사이트가 해킹을 당했고, 그들에 의해 가짜 뉴스가 나왔으며, 논란이 된 연설 역시 왜곡된 것으로 원래 내용엔 논란이 된 내용이 없었다고 주장하기에 나섰으며 (링크!), 논란을 야기한 해킹 사태의 경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와 UAE는 카타르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해명조차도 분명한 거짓이라며 알자지라 (아랍), 카타르 국영통신, 알와딴, 알라야, 알아랍, 앗샤르끄, 알자지라 미디어 그룹, 알자지라 도큐멘터리, 알자지라 (영어) 등 일부 카타르 뉴스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카타르가 접속을 차단한 도하 뉴스의 경우는 접속이 가능한 상황 (링크!)
직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된 UAE는 더욱 적극적으로 발끈하고 나서 뉴스 사이트 접속 차단에 이어 저녁에는 IPTV 등으로 시청이 가능했던 알자지라 뉴스 채널조차 차단해 버리면서 상황은 더욱 혼란 속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단, 알자지라 다큐멘터리 채널과 비인 스포츠 채널은 시청 가능)
이번 논란은 수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정권의 안정과 생존을 꾀하기 위해 피아를 가리지 않고 무장세력이나 반GCC 매체 등 다양한 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던 미니 국가 카타르의 독자적인 행보에 대해 GCC의 양대축인 사우디와 UAE가 참고 있었던 앙금이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 되었습니다.
이슬람의 종주국을 자처하지만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원리주의 세력과 연합하여 세웠다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세속적으로 양대 성지 수호자임을 자임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와 태생부터 세속적인 씨족 국가였던 UAE 정부는 자국 내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의 정치세력화에 대해서만큼은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사우디 국부 압둘 아지즈는 건국 공신이었던 원리주의 민병대 이크완이 자신들의 공적을 믿고 기고만장해지자 정치세력화를 우려한 나머지 이들을 궤멸시키고 국왕 친위조직인 국가방위군으로 편입시킨바 있으며 ([역사] 사우디 통일전쟁과 건국의 또다른 주인공, 베두윈들의 종교적 민병대 이크완 참조), UAE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아부다비 왕세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은 이슬람 원리주의 지지세력이 정치세력화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기에 민주주의 도입에 부정적이고, 실제로 이를 추진하려던 자신의 동생을 유배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이들 세력을 지원하는 카타르가 미덥지 않게 볼 수 밖에요.
여기에 테러 지원국가와는 협상의 여지조차 없다며 선을 긋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우디와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부 무사, 대툰브, 소툰브 3개섬의 반환을 국제 사회에 호소하며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UAE에게 있어 이란을 지지하는 듯한 셰이크 타밈의 발언은 더욱 불쾌하게 여겨질 수 밖에요. GCC 6개국이 외교적으로는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유가 이란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우디와 UAE는 상기의 이유로 이란을 적대시하고 있지만, 현 술탄 까부스 정권에게는 건국 당시 이웃 국가들 중 유일한 지지세력이었던 이란에 대해 우호적일 수 밖에 없고, 카타르는 이 사이에서 독자적인 스탠스를 두고 있는데다, 국부 압둘아지즈와 셰이크 자이드를 칭송하는 사우디와 UAE에게 있어서 카타르 (전 통치자 셰이크 하마드)와 오만 (현 통치자 술탄 까부스)은 특히 자신들의 아버지를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는 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은연 중에 갖고 있기도 합니다.
3년 만에 재점화 된 세 나라의 갈등이 가짜 뉴스로 인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다시 한번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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