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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단교 선언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카타르 고립에 나선 사우디와 UAE!

둘라 2017. 6. 6.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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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욕 타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아마도 1981년 GCC 창설 이래 가장 시끄러웠던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6월 5일 새벽부터 바레인이 테러조직 지원, 반정부 미디어전을 활용한 내정 간섭과 불안 조성 등을 이유로 카타르와의 모든 관계 단절을 선포한데 이어 사우디와 UAE가 이에 동참하고 이에 이집트, 리비아 임시정부, 예멘, 몰디브가 가세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되었습니다. 예멘 알후씨 반군과 대치하고 있는 연합군에서도 카타르군을 제외시켜 버린 것은 덤.



3년 전인 2014년 3월에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 소환으로 시작해서 쿠웨이트의 중재로 일단 봉합되는 것만 같았던 GCC의 양대축인 사우디/UAE와 카타르의 외교 관계 단절 사태 ([GCC] 주카타르 대사소환으로 촉발된 사우디, 바레인, UAE, 카타르 간 갈등 일단락, 그리고 과제! 참조)는 카타르 통치자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싸니가 군복무를 마친 현역병들의 전역식에서 행한 연설의 내용이 카타르 국영통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GCC] 셰이크 타밈의 연설로 3년 만에 재점화된 사우디&UAE-카타르 갈등! 참조),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아부다비 왕세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이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을 만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한 이후 3국간 갈등이 전폭적으로 재점화되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카타르는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를 칭송했다는 셰이크 타밈의 연설 소식이 해킹에 의해 날조된 "가짜 뉴스"라며 FBI에 수사를 의뢰하여 해커 추적에 나섰고, 이 와중에 유스프 알오타이바 주미 UAE대사의 메일이 해킹을 통해 유출되면서 혼란이 가중된 바 있습니다. 셰이크 타밈은 사태 수습을 위해 3년 전 중재역을 맡았던 쿠웨이트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는 못했었죠.


3년 전의 외교 관계 단절 사태 때와 달리 사우디와 UAE는 카타르를 고립시키기 위한 전면전을 감수하기라도 작정한 듯 외교 관계를 포함한 카타르와의 모든 관계 단절을 전격적으로 선포한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 48시간 내 자국 주재 카타르 외교관 송환

- 24시간 내 카타르와의 육해공 국경 봉쇄 및 자국 영공/영해를 통한 카타르로의 출입 봉쇄

- 14일 내 자국 주재 카타르인 및 카타르 거주자 강제 출국 및 체류 불허 (단, 성지 순례객은 이번 불허 조치에서 열외)

- 자국민의 카타르 체류 및 경유, 여행 불허

- 카타르 국적기 및 국적선의 자국 출입항 불허

- 자국 국적기 및 국적선의 카타르 출입항 불허

- 뉴스를 포함한 카타르 방송 미디어 차단


이에 따라 사우디와 UAE 국적 항공사들은 6일 자정을 전후로 카타르행 운항을 무기한 정지한다고 밝혔으며, 카타르 항공 역시 사우디 취향편을 취소시킨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카타르 항공과 스폰서쉽 계약을 얼마전 갱신한 사우디 알아흘리 구단도 스폰서쉽 계약을 파기한다고 발표했으며, 알자지라 뉴스 등 카타르 뉴스 미디어의 중계를 차단해왔던 UAE는 그나마 중계를 허용해왔던 비인 스포츠와 알카스 스포츠 등 스포츠 채널 중계도 기습 중단시켰고, 사우디는 알자지라 리야드 지국을 폐쇄조치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패닉 바이에 빠진 사람들의 사재기로 텅텅 빈 매장 진열대)


카타르의 유일한 육로 국경인 사우디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사우디, 바레인, UAE의 영공 및 영해 진입 봉쇄로 사실상 고립 상태에 놓이게 되자 카타르 내에선 패닉 바이가 발생하는 대혼란 사태에 빠져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카타르에서 소비되는 30~40%의 식자재들이 사우디와의 육로를 거쳐 수입되기에 정상적인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심리가 소비자들의 불안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봉쇄조치로 사우디와 UAE의 의존도가 높은 카타르로 반입되는 물량의 82%를 잃을 것으로 전망한다는 보도도 있군요. (Qatar loses 82 percent of its Gulf imports due to sanctions 참조)


결국 3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전개가 일사천리로 급진전되자 터키가 중재역을 자임하기에 나섰습니다. 사우디와 UAE가 카타르의 친 이란 정책을 한 원인으로 제기하고 있는 이상 이란을 은인으로 여기고 있는 GCC 내의 유일한 국가인 오만은 거리를 두고 사태를 지켜볼 수 밖에 없고, 3년전 갈등을 봉합시켰던 쿠웨이트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터키가 중재역을 자임하겠다고 나선 이후 지난 2주 동안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쿠웨이트의 통치자 셰이크 사바흐 알아흐마드 알사바흐가 예정되었던 요르단 국왕의 방문일정을 연기시키고 본격적으로 중재에 나서기 위해 화요일 사우디 방문을 전격 결정지었습니다. 명분이야 어쨌든 터키가 중재역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GCC 내 내부 갈등에 대한 자정력을 스스로 잃었다는 것과 다름없기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셰이크 타밈 (왼쪽)과 그의 아버지 셰이크 하마드 (오른쪽)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 최근 분쟁과 더불어 SNS 계정의 프사 등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카타르 정부가 테러리즘을 지원하며 자국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여 내정 간섭을 꾀한다는 이웃국가들의 오랜 불만은 천연 가스 수출을 통해 얻는 막대한 수익을 활용하여 정권 유지의 잠재적 불안요소인 각종 무장세력 지원과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지원하여 이웃 강대국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로 위상을 낮춰 자신들의 존재감을 살리는 카타르만의 독자적인 외교정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초미니 국가라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역내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카타르의 정책은 전임 통치자이자 셰이크 타밈의 아버지인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싸니 통치기에 실세였던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알싸니 전 총리 겸 외무장관이 기초를 닦은 것입니다. ([정치] 타밈 새 국왕의 취임 담화문과 개각, 새 내각의 관전 포인트와 중요 인물들 참조) 건국의 아버지인 압둘 아지즈와 셰이크 자이드를 국부로 섬기고 있는 사우디와 UAE로서는 아버지를 쿠데타로 몰아내고 정권을 차지한 셰이크 하마드를 탐탁치 않게 본 것도 있습니다만....이 정책 기조가 바뀌기를 바랬던 사우디와 UAE로서는 셰이크 타밈 역시 이를 수정하지 않고 고수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전격적인 고립 작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카타르 입장에서는 이웃 국가들이 반정부 조직,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다 자신들의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될 수 있는 알까에다, IS, 무슬림 형제단, 헤즈볼라, 하마스 등에 대한 지원이 자국의 안보를 위한 하나의 비책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웃 국가들에 비해 빈약할 수 밖에 없는 군사력으로서는 이들이 자국 내에 영향을 끼칠 경우 막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카타르에 비하면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이집트도 무장 세력과의 전쟁으로 고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비책 마련이 절실할 수 밖에요. 파이낸셜 타임즈는 카타르가 오랫동안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 속에서도 이라크에서 매사냥에 나섰다가 무장조직에게 납치되었던 왕족 포함 카타르인 26명을 16개월만에 석방하는 댓가로 알까에다 연계조직과 이란 등에 지불한 합의금이 1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할 정도였죠. (The $1bn hostage deal that enraged Qatar’s Gulf rivals 참조)


(출처: 가디언. 이미지를 링크하면 원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지원과 더불어 알자지라와 이슬람 관련 채널, 그리고 미들 이스트 아이 같은 서방 매체 등 다양한 매체 지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웃 정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계속해 왔던 점도 내정 간섭의 의도가 있다며 불쾌하게 여기는 주변 국가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3년전 분쟁 당시에는 사우디와 UAE는 콕 찝어서 자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설교를 해왔던 이집트 출신 이슬람 성직자 유스프 알까라다위의 연설을 문제로 삼은 바 있으며 ([인물] 전례없는 GCC 내부 분쟁의 단초가 된 인물, 유스프 알 까라다위와의 인터뷰 참조), UAE는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2014년 포털 창설 당시부터 카타르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데이비드 허스트를 편집장으로 하는 미들 이스트 아이의 접속을 차단한 바 있습니다. (Al Jazeera executive helped to launch controversial UK website 참조) 미들 이스트 아이는 UAE 정권, 특히 현재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과 관련된 비판, 혹은 치부를 다루는 기사를 내보내며 UAE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사우디나 UAE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의 치부를 고발하는 각종 매체들이 정작 자금줄인 카타르 정권에 대한 치부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 스탠스를 놓고 이중 잣대를 두고 있다고 여길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물론, 사우디와 UAE 매체 역시 셰이크 타밈 연설 보도 사건 이후 가열차게 카타르 정권을 비판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기도 했지만요.


사우디와 UAE가 주축이 된 연쇄 단교 조치가 근거없는 부당한 조치이고, 가짜 뉴스를 이용해 자신들을 약화시키고 내정 간섭을 꾀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카타르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계획한 것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단교 조치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보다 더욱 급변하고 있는 2017년 6월의 GCC 분쟁 사태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요? GCC 몰락? 카타르의 항복? 어거지로 봉합?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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