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사우디 스포츠청 (General Sports Authority)과 WWE (World Wrestling Entertainment)는 양측의 수장인 투르키 알 앗셰이크와 빈스 맥마흔 회장 및 트리플H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계약기간 10년의 독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고 와하비즘에 경직되어 있던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살만 빈 무함마드 왕세자가 내세운 비전 2030에 따라 그간 사우디 내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억제시켜왔던 다양한 문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이벤트를 활성화시키려는 사우디 정부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동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새로운 스폰서를 유치하려는 WWE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맺어진 이번 계약에는 사우디 내에서 WWE가 주최하는 이벤트 개최를 포함한 전략적 멀티플랫폼 파트너쉽을 맺는 것을 그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월 5일 WWE와 사우디 스포츠청은 양측간 계약에 따른 첫번째 이벤트로 4월 27일 저녁 7시 젯다의 킹 압둘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스페셜 이벤트로 그레이티스트 로얄럼블을 개최한다고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WWE의 입장에선 2014년 4월 리야드에서 3일간에 걸친 WWE Live를, 이듬해인 2015년 10월 젯다에서 역시 3일간의 WWE Live를 펼친 후 2년 반만의 귀환이기도 합니다.
그레이티스트 로얄럼블이 화제를 모았던 것은 당일 펼쳐질 경기의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메인 이벤트인 로얄럼블 매치에 역사상 최초이자 최다 인원인 50명이 참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첫 두 선수간의 대결이 시작된 후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명씩 참전하여 최후까지 남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로얄럼블 매치는 통상적으로 30인 매치이며, 2011년에 딱 한번 40명이 출전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그레이티스트 로얄럼블에는 10명을 더 참전시켜 50인 매치로 확대한 것입니다.
그 후 발표된 그레이티스트 로얄럼블에 펼쳐질 경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그레이티스트 로얄럼블 매치: 역대 최다인원인 50명 참전. (4월 15일까지 19명 확정)
2. WWE 유니버설 챔피언쉽 (캐스킷 매치): 브록 레스너 대 로만 레인즈
3. WWE 인터컨티넨탈 챔피언쉽 (래더 매치): 세스 롤린스 대 핀 벨러 대 미즈 대 사모아 조
4. WWE 챔피언쉽 매치: A.J.스타일스 대 나카무라 신스케
5. WWE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챔피언쉽 매치: 제프 하디 대 진더 마할
6. WWE RAW 태그팀 챔피언쉽 토너먼트 결승전: 더 바 (세자로/세이머스) 대 맷하디/윈덤 로턴다
7. WWE 스맥다운 태그팀 챔피언쉽: 블러즌 브라더스 (루크 하퍼/에릭 로완) 대 우소즈 (지미 우소/제이 우소)
8. WWE 크루저웨이트 챔피언쉽: 세드릭 알렉산더 대 칼리스토
9. 싱글 매치: 존 시나 대 트리플H
10. 캐스킷 매치: 언더테이커 대 러세프 (당초 러세프와 맞붙기로 했다가 크리스 제리코로 바뀌었지만, 불과 며칠전 다시 러세프로 변경)
** 개최지가 사우디을 감안한 듯 여성 레슬러들의 경기는 없음.
그리고 4월 13일부터 전용 사이트 (링크)를 통해 입장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첫 이벤트라는 상징성을 반영한 듯 입장권 가격은 최근에 열린 레슬매니아 34의 입장권 가격과 비교해봐도 엄청나게 싸게 책정되어 해외 포럼에서는 또하나의 화제거리가 될 정도였습니다. 레슬매니아 34의 입장권 가격이 $35~$2000인 반면 그레이티스트 로얄럼블의 입장권은 달러로 환산시 $2~$80에 불과하기에 자판기 커피값보다도 싸다면서 말이죠!
VIP: 300리얄 (약 9만원)- 패밀리 한정, 요깃거리 제공
Gold: 100리얄 (약 3만원)- 패밀리 한정
Lower Section: 20리얄 (약 6천원)- 싱글/패밀리 섹션 별도
Upper Section: 10리얄 (약 3천원)- 싱글/패밀리 섹션 별도
기존에 있었던 두 번의 이벤트와는 달리 급변하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하여 남녀가 함께볼 수 있는 패밀리석이 많이 배정된 것과 엄청나게 저렴한 입장권 가격을 놓고 보면 이번 이벤트 개최의 사우디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후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우디 스포츠청은 대회 3일전인 24일 모든 티켓이 완판되었으며, KSA 스포츠, 아부다비 스포츠, MBC 액션, 다우리 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다고 발표하면서 최종 포스터를 공개했습니다.
그럼 왜 WWE는 중동 지역에서 인기일까?
WWE가 걸프 지역에서 투어 이벤트를 펼친 국가는 사우디 뿐만이 아닙니다. UAE에서도 5회 (아부다비 4회, 두바이 1회), 카타르에서 2회의 투어 이벤트를 가졌으니까요. WWE는 범 아랍 위성방송 네트워크인 OSN과 손잡고 OSN 액션 채널에 고정 편성된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리미엄 서비스인 OSN WWE 네트워크를 통해 중동지역 시청자들을 찾습니다. 아랍 위성방송의 선두주자였지만 후발주자인 비인 스포츠에게 밀려 그나마 갖고 있던 주요 축구 중계권을 내준 뒤로 WWE는 OSN 스포츠 채널이 중동 지역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주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OSN은 레슬매니아, 섬머 슬램, 로얄 럼블 같은 인기 PPV 컨텐츠의 경우 UAE 등지에선 VOX Cinema와 Novo 같은 멀티 플렉스 체인과 손잡고 상영관을 하나 잡고 생방송 관람 파티를 열곤 합니다. 시차 때문에 보통 새벽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UAE 극장가에서 상영관을 내주고 생방송 시청 이벤트를 펼치는 건 엘클라시코나 마드리\드 더비 같은 유럽 축구의 빅매치, 혹은 월드컵, 유로 등의 주요 경기 정도일 뿐인점을 감안하면, WWE 메인 이벤트의 극장 단관 생방 이벤트는 WWE가 중동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가를 엿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중동지역은 정통적으로 선정적인 컨텐츠엔 대단히 민감한 반면, 폭력적이고 잔인한 컨텐츠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입니다. 선혈이 낭자하고 시신이 절단나는 잔혹한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반면, 일부 유료 채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채널이나 영화관 등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노출씬 및 선정선을 띄는 장면들은 삭제되거나, 어쩔 수 없이 삭제가 곤란할 경우 피부색을 검은색으로 떡칠하는 방식으로 검열을 피하곤 합니다. 장면을 잘라낼 수 없어 살색을 검은색으로 덧칠하여 내보낸 건 작년에 개봉했던 고스트 인 더 쉘이 대표적인 경우죠.
WWE가 중동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건 격투 스포츠라기 보다는 적당히 폭력적이면서 오랫동안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이어지는 캐릭터 간에 얽히고 섥힌 다양한 이야깃 거리를 만들어내는 스토리 텔링을 갖춘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2012년 이후 UAE 내 다섯번째 투어 이벤트인 지난해 12월 아부다비 투어에서야 처음으로 알렉사 블리스와 사샤 뱅크스 간의 여성 챔피언쉽 매치가 열렸을 정도로 여성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남성들 중심의 격투쇼라는 점도 중동지역에서 어필하는데 한 몫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집 밖으로 나가 상대 씨족과 싸우거나 사회활동을 하는 건 남자의 몫인 사회였기에 남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WWE의 컨텐츠는 이들에게 있어선 상대적으로 섹스보다 안전한 컨텐츠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WWE도 중동 지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이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랍 지역에서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여 준비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트라이아웃을 거쳐 요르단 출신의 샤디아 브세이소와 아랍여성으로는 최초로 정식 계약을 맺고 미국에서 데뷔하기 위해 트레이닝 중이며, 쿠웨이트의 나세르 알루와야도 함께 데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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