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배터리를 충전하며 휴식을 취하다가 창문 밖을 내다보고는 깜짝 놀라고야 말았습니다.
호텔로 돌아올 때까지만해도 멀쩡했던 날씨가 급변했기 때문이죠....
11. 경기시간 3시간 반 전 갑자기 불어닥친 모래바람
모래바람이 거세지면서 시야는 점점 좁아져만 갔습니다.
호텔 방에서 구경하고 있으니 망정이지 밖에서 모래바람을 맞았었다면 찝찝한, 아니 입안에서 모래 알갱이가 씹히는 찝찝함을 오랜만에 맛볼 터였습니다.
하지만 경기 시간을 두 시간 남겨둔 6시쯤 되니 언제 그랬냐는듯 시야를 가리던 모래바람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방금 전만 해도 호텔방에서 보이지 않던 풍경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을 향해 호텔을 나섰습니다.
경기장 가는 길. 알아인에서 봤던 가장 특이했던 이정표는 바로 "다른 관광지들"이라고 써있는 이정표였습니다. 대체 다른 관광지들...은 어딜까요??
여하튼, 이번 여행을 시작했던 계기이자 마지막 목적지인 핫자 빈 자이드 스타디움에 도착했습니다.
12. 핫자 빈 자이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알아인과 알잇티하드의 아챔 8강 1차전
1) 입장하기 전 경기장 주변 풍경
경기장 밖에는 이미 많은 알아인과 알잇티하드팬들이 속속 도착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일반인 팬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알아인 서포터즈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경기장에서 바로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행렬도 보입니다. 이날 경기에는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 1만8천 몇백여명의 관중들이 입장했습니다.
2) 경기 시작 전... 그런데!!!!
경기장 주위를 둘러보고 경기장에 입장하려는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봉착합니다. 무장한 보안요원들이 입장하는 관중들의 가방을 검색하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카메라가 문제가 됩니다.
줌 조절이 가능한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 반입은 안된다며 제지하는 겁니다!!! 제 카메라에 달려있던건 미러리스용 18-105G 렌즈
보안요원: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는 차에 두고 오시죠!"
둘라: "택시타고 왔는데요... 혹시 경기장에 보관실이라도 있나요?"
보안요원: "보관실은 따로 없는데... 그래도 카메라 반입은 안됩니다!"
둘라: "이 경기보러 한국에서 왔는데 카메라 때문에 이대로 돌아가야 된다는게 말이 되나요?
보안요원: (잠시 고민하다 선심쓰는척 하면서) "그럼... 입장은 하시되 카메라만 가방에서 빼지 말아주세요"
이런 작은 소동을 겪은 후에 티켓 구매시 지정했던 자리에 앉았습니다. 정말 가까이서 경기를 보기엔 생각한대로 좋은 자리네요!
일단 입장은 했으니까 카메라를 꺼내서 찍으면 상관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하필 내 앞에는 보란듯이 보안요원이 똬앜!!!!! 헐;;;;;;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의 반입을 금하는 건 아무래도 안전문제를 감안한 조치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하다보면 렌즈로 앞사람 머리를 칠 수도 있는거니까요.
경기장에 관중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알아인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피치 위에서 몸을 풀고 있습니다.
알아인의 선발 선수 소개. 장내 아나운서는 알아인 이적 후 공식 데뷔전에 선발 출전한 이명주를 "리 명"이라고 부르더군요.
비어있던 자리들이 관중들로 메워진 채 알아인과 알잇티하드의 아챔 8강 1차전이 시작됩니다. 알아인은 2005년 아챔 결승전에서 알잇티하드에게 패해 우승을 놓친 이후 아챔 4강에 진출한 적이 없으며, 알잇티하드를 상대로 이겨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전 모의고사로 리그에서 2연승을 거두고 원정 온 알잇티하드 선수들의 기세에 눌려 이번 시즌 첫 공식 시합을 소화하는 알아인 선수들은 아직 선수들간 호흡이 맞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이명주 역시 알잇티하드 선수들의 속도에 눌렸는지 볼 트래핑이나 연계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등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다행히 득점 없이 무승부로 전반을 마무리합니다.
하프 타임을 이용해서 경기장에 입장하고 지켜보느라 저녁 예배를 드리지 못했던 관중들이 한 공간에 몰려 단체로 저녁 예배를 드리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우디는 아예 예배 시간을 피해 경기시간을 잡아서 이런 상황이 일어날 일이 없으며, 1주일 전 카타르에서도 예배 시간이라고 응원을 중단했을 뿐 따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었거든요. (제가 봤던 관람구역 상 못 봤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후반 시작 3분 만에 터진 이스마일 하미드의 선제골은 경기의 흐름을 알아인쪽으로 완전히 뒤집는데 성공했습니다. 알잇티하드 선수들의 속도에 눌렸던 전반과 달리 선제골 이후 알아인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은 듯 정상적인 플레이로 알잇티하드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아사모아 기안의 쐐기골로 승기를 완전히 잡았습니다.
전반에 잦은 실수를 보였던 이명주 역시 한결 나아진 연계 플레이를 선보이며 데뷔전에서 선발 82분간 무난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제 뒷자리에 있던 팬들은 개인기에 의한 돌파보다는 연계 플레이에 집중했던 이명주의 움직임이 맘에 안 들었는지 투덜대더군요.
알잇티하드와의 맞대결에서 첫 승리와 지난 2005년 아챔 결승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는 1차전의 승리가 눈 앞에 다가오자 알아인 팬들이 스마트폰의 플래쉬를 깜박이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경기는 변화없이 알아인의 2대0 승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3) 경기가 끝난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경기를 마치고 퇴장하는 선수들과 경기장 풍경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경기가 끝났으니 사진을 찍어도 제지할 보안요원이 없어졌으니까요.
의도한 듯 의도하지 않은 듯 제가 있는 쪽을 정확히 바라보던 이명주의 모습도 사진에 담기고...
유니폼 등번호 위 이름은 LEE M. J.로 적혀있네요.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UAE리그 3연속 득점왕의 클래스를 과시하며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아프리카 선수라는 기록을 얻었던 알아인의 외국인 선수를 대표하는 간판 골잡이 아사모아 기안은 알잇티하드와의 아챔 8강전에서도 그 위력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경기장 내부의 풍경.
(원정 서포터즈석)
경기장 입장 전 보안요원으로부터 카메라 사용금지라는 경고를 들었던 장소.
경기장 밖에 나서니 알잇티하드와의 맞대결에서 거둔 첫 승리이자 지난 2005년 아챔 결승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한 것에 기뻐하며 환호하는 알아인 서포터즈들도 볼 수 있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알아인 서포터즈와 알잇티하드 서포터즈가 맞붙어 충돌하여 보안요원이 개입해서 이를 해결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알아인의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로 경기장 내 구단 스토어에서 지난 포스팅을 통해 소개해드렸던 알아인 원정 유니폼 상의를 한 벌 구입했습니다. 바와디몰 팝업 스토어에서 봤던 판매직원이 그날은 경기장 내 스토어에서 팔고 있었습니다. 흔치 않은 한국팬이라 그런지 금방 기억하더군요!
원정 저지까지 구입한 후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재촉했습니다. 택시 정거장이 따로 어디있는지 몰라서 결국 한참을 걸어나온 끝에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관능적인 자태를 뽐내는 핫자 빈 자이드 스타디움)
호텔 로비에서는 오늘 밤도 역시 어제 봤던 그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나름 다사다난했던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듯 그녀의 연주를 잠시 감상한 후 방으로 돌아와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한 아부다비행 버스 시간을 확인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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