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인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아침. 밤에 펼쳐질 알아인과 알잇티하드의 아챔 4강 1차전을 보러 핫자 빈 자이드 스타디움에 가기 전 일정을 생각하다 우선 전날 휴관일이어서 보지 못했던 알아인궁 박물관과 알아인 국립 박물관을 보기로 하고 일단 호텔을 나섰습니다.
일단 동선은 알아인궁 박물관을 둘러본 후 어제 다녀갔던 알아인 오아시스를 가로질러 알아인 국립 박물관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9. 알아인궁 박물관, UAE의 국부 셰이크 자이드의 옛 사택이자 궁전, 지금은 박물관
알아인궁 정문 근처에 세워진 이 망루, 이전 포스팅에서 한 번 보신 기억 나시나요?
바로 이명주가 뛰고 있는 알아인 구단 엠블렘에서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셰이크 자이드 궁전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알아인궁 박물관은 원래 1937년에 세워진 셰이크 자이드의 집에서 시작하여 아부다비 동부지역 통치 궁전으로 확장을 거듭하여 이복형 셰이크 샤카부트를 몰아내고 아부다비를 본격적으로 통치하면서 이주하기 전인 1966년 8월까지 셰이크 자이드와 가족들이 거주했던 곳입니다.
박물관 입구 근처에 박물관의 동선을 볼 수 있는 안내도가 있습니다.
셰이크 자이드는 자신이 살았던 옛 집을 박물관으로 전용하여 그가 죽기 전인 2001년 개관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했습니다.
1) 안내 사무실 겸 전시실
알아인궁 박물관에서 처음 들를 수 있는 곳은 안내 사무소 겸 전시실입니다.
이 곳에서는 박물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방문객들을 위한 에미레이트 커피와 대추야자 열매가 준비되어 있어 본격적인 박물관 견학 전후에 들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사무실 내에 볼 수 있는 대추야자 소개도를 보면 우리가 막연하게 대추야자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심오한 세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품종에 따라 외관부터 씨까지 모양이 다 다르네요;;;;
그리고 안내 데스크를 보는 방향으로 오른쪽에는 작은 전시실이 있습니다. 이 박물관에서 유일하게 당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명색이 박물관이면서 전시물이 많지 않은 이유는 셰이크 자이드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UAE를 수립하기 전에 살았고, 권력을 키워나가는 시작점이 되었던 옛집만큼은 석유 발견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기 전 생활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공간으로 남겨둬야만 한다고 선언했다고 하네요. 초심을 잊지말자.. 뭐 이런 의미겠죠? 그래서 무료인듯 하지만요.
안내 사무소를 지나 처음 만나는 공간은 바로 아부다비를 지배하고 있는 알 나흐얀 씨족의 족보를 볼 수 있는 가계도실입니다.
2) 알 나흐얀 씨족의 가계도실
이 공간은 말그대로 셰이크 자이드의 할아버지부터 그의 아들들까지의 가계도와 초상화가 걸려있는 공간입니다.
입구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셰이크 자이드의 할아버지 초상화
(셰이크 자이드 빈 칼리파 빈 샤크부트 알 나흐얀 (재위 1855~1909)의 초상화)
그 다음에 보이는 것은 셰이크 자이드의 아버지 초상화
(셰이크 술탄 빈 자이드 빈 칼리파 알 나흐얀 (재위 1922~1926)의 초상화)
그리고 두 분을 건너뛰어...
이복형이자 자신이 무혈쿠데타로 몰아낸 셰이크 샤크부트 빈 술탄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재위 1928~1966)의 초상화와 함께 놓여진 이 궁전의 주인이자 UAE를 세운 국부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재위 1966~2004)의 초상화)
그리고 알 나흐얀 씨족의 가계도가 그려진 나무는 UAE를 건국한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과 그의 장손으로 현재 UAE를 통치하고 있는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초상화 사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랍, 적어도 걸프지역 사람들은 가계도를 나무를 그려 가지를 치는 방식으로 형상화하여 나타내곤 합니다. 국내에 얼마전 개봉되었던 영화 와르다에도 이와 관련된 자잘한 에피소드가 나오기에 보신 분들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걸려있는 초상화를 쭈욱 따라 내려가다 보면 끝에서 세번째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자기네 대통령의 행보엔 관심도 없는 언론들마저 기사거리도 되기 힘든 시시콜콜한 내용에 관심을 갖고 보도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UAE 왕족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의 초상화도 걸려 있습니다. 셰이크 만수르는 알아인을 떠나 아부다비로 이사간 뒤인 1970년에 태어나 이 곳에선 자라지도 않았지만요.
(셰이크 만수르의 초상화)
3) 셰이크 자이드의 사택
이 궁전의 가장 안쪽에는 2층 건물 두 개가 연결된 셰이크 자이드의 사택이 들어서 있습니다. 가장 안쪽에 있는 건물이 그의 부인 셰이카 파티마와 자녀들을 위한 건물.
그리고 앞에 있는 건물이 셰이크 자이드 부부의 안방이 있는 건물입니다.
먼저 안쪽에 있는 건물부터 들어가봅니다.
그리고 2층에 연결된 다리를 통해 앞 건물로 들어가면...
셰이크 자이드와 그의 부인 셰이카 파티마가 쓰던 침실이 나옵니다.
그리고 1층에는 커피실이 있고...
여성 가사 도우미들을 위한 숙소도 있으며...
주방 용품들이 있는 창고와...
부엌이 있습니다.
사택 주변에는 셰이카 파티마의 어머니, 즉 장모님을 위한 방과...
셰이카 파티마의 처가 식구들을 위한 별채가 있습니다.
이 셰이크 자이드 궁은 셰이크 자이드가 만든 궁전들 중 하나로 이 곳은 셰이카 파티마를 위해 만든 집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이는 건 다 셰이크 파티마, 파티마, 파티마... 장모님과 외가 식구들이 늘 함께 살았던 것은 아니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다보니 이 곳에 가끔 놀러올 때 휴식을 위해 만든 공간이라고 하는데...
이쯤되면 궁금해질만한....과연 셰이카 파티마는 누구일까요?
4) UAE의 국모 셰이카 파티마
셰이카 파티마 빈트 무바라크 알께트비는 1960년에 셰이크 자이드와 결혼한 그의 세번째 부인으로 셰이크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제와 셰이크 만수르의 친어머니이며, 셰이크 자이드가 거느렸던 다섯명의 부인 중 가장 영향력있는 부인입니다. 셰이크 자이드의 부인들 중 가장 많은 여섯명의 아들을 낳아 "셰이크의 어머니"라 불렸으며, 내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외조에도 충실하여 지금은 "UAE의 국모"라 불리는 여성입니다. 사우디 압둘아지즈 국왕의 수많았던 부인들 중 가장 많은 일곱명의 아들을 낳은 사우디의 셰이카 수다이리, 남편과 아들 뒤에 있는 카타르 권력의 실세라 평가받는 셰이카 모자와 동급이라고 할까요?
5) 사우디의 수다이리 세븐, 그리고 UAE의 바니 파티마
그러다보니 사우디의 알 사우드 씨족들 중 가장 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수다이리의 아들들을 "수다이리 세븐"이라 부르는 것처럼, UAE의 알 나흐얀 씨족들 중 가장 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파티마의 아들들을 "파티마의 아이들", 또는 "바니 파티마 (파티마 씨족)"라고 불립니다. "바니 파티마"의 수장은 첫째인 셰이크 무함마드 왕세제이고, 우리가 아는 다섯째 셰이크 만수르도 당연히 여기에 포함됩니다. 공교롭게도 사우디나 UAE나 최대 파벌에 속해있지 않은 이복형 (압둘라 사우디 국왕, 칼리파 UAE 대통령 겸 아부다비 통치자) 이 현재의 통치자이고, 최대 파벌인 수다이리 세븐과 바니 파티마의 살아있는 최연장자인 살만 사우디 왕세제와 첫째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제가 2인자를 맡고 있습니다.
6) 셰이크 자이드의 사무실과 회의실
이 곳에는 검소한 셰이크 자이드의 사무실과...
귀빈들을 맞이하기 위한 회의실이 있습니다. 단촐하게 차려진 사무실에 비해 회의실은 비교적 화려한 회의실은 손님 접대 시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내주는 이들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7) 가장 귀중한 손님들을 모시는 귀빈실
귀빈실의 시트와 쿠션 커버가 다른 곳에서 봤던 화려한 것들과 달리 흰색을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8) 사무구역에 있는 기타 부대시설
나무를 보관하는 야적장이 있고...
정확히 용도가 기억이 안나는 공간도 있으며...
가장 구석진 곳에는 식수대와 방문객들을 위한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 구역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전통양식으로 만든 초대형 베두윈 텐트
텐트 안에서 보는 사무 구역의 풍경.
사무 구역의 관문에는...
그늘진 입구 오른쪽에는 보안요원들을 위한 숙소가 있습니다.
사무구역의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일반 자판기와 커피 자판기가 있으며, 그늘진 곳에 앉아서 커피 한잔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습니다.
박물관 입장료는 공짜지만, 자판기는 당연히 유료입니다. 커피 자판기 메뉴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티가 있는게 다르네요.
9) 일반 민원인들을 위한 구역
박물관 입구와 사무구역 사이의 정원에는 일반 민원인들을 위한 대기실과 회의실이 있습니다. 한참을 돌아왔지만 실제로는 박물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곳입니다.
일반인 공개 회의실
그리고 대기실 겸 회의실...
그리고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에 있는 전시물은 바로 셰이크 자이드가 몰고 다녔다는 차량 중 한 대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여기는 일반 민원인들만 올 수 있어요!)
처음 들어가 본 걸프지역 통치자의 궁전에서는 공적인 구역과 사적인 구역을 엄격히 분리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적인 구역도 둘로 나누어 일반 방문자는 입구 주변만, 그리고 좀더 중요한 사람들은 작은 관문을 넘어 안쪽 공간으로 들어가게끔 분리한 것은 방문자의 격에 따라 방문할 수 있는 구역을 제한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울러 구역별로 상황과 격에 맞는 사람을 내보내서 맞이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 역시 아무리 사적으로는 친하다고 해도 공적으로는 격에 맞는 내보내거나 맞이하는 풍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 달전 이런 풍습에 입각한 소설을 한 번 써보기도 했었지만요..
사적인 구역 역시 부인과 자녀들을 위한 공간은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전용 공간을 별도로 만든 것은 생소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장모와 처가 식구들을 위한 거주, 혹은 휴식 공간을 만들어 둔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셰이크 자이드가 알아인이 있는 동부지역을 통치하면서 아부다비 장악을 위해 힘을 키웠던 셰이크 자이드궁을 한바퀴 돌다보니 야외 박물관에서 다녔던만큼 점점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지만, 다음 목적지인 알아인 국립 박물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