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권선징악위원회는 지난 8월 29일 리야드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영국인 남성 피터 하워스 리스와 사우디인 여성 아비르 부부를 폭행하여 파문을 일으킨 종교경찰 현장팀 요원 네 명 모두에게 리야드 현장 근무직에서 리야드 외곽의 행정직으로 좌천시키는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압둘라티프 알앗셰이크 권선징악위원회 회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마자 구성된 진상조사 위원회의 조사 후 내려진 권고에 따라 징계안을 최종 승인했으며, 아울러 권선징악위원회는 이들 부부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고소한 피해자인 53세의 피터 하워스 리스씨는 사건이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을 것임을 이해해달라며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절했습니다.
사건은 피해자 피터 하워스 리스씨가 지난 주말 리야드 하이틴몰 내 슈퍼마켓의 패밀리 전용 카운터를 이용하는 장면을 목격한 리야드 종교경찰 현장팀 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공개된 슈퍼마켓 CCTV에 따르면 패밀리 전용 계산대 (여성 직원이 근무)에서 계산하는 그를 목격한 네 명의 종교경찰들이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던 중 그의 사우디인 부인이 뒤늦게 계산대에 도착했군요.
피해자가 슈퍼마켓에서부터 야외 주차장까지 자신의 뒤를 계속 뒤쫓아오는 이들의 사진을 찍자 종교경찰들은 주차장에서 자신들을 찍은 사진기를 내놓으라며 그와 또다시 논쟁을 벌이다 끝까지 요청을 거부하자 폭행해 버렸습니다. 결국 이 부부는 영국 대사관에 지원을 요청하여 대사관에서 지원해준 차량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며, 대사관 보안요원들이 몇시간 동안 집 주변을 지키며 이들을 경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자 부부는 바로 이들을 고소했습니다.특히 점프해서 날라차기로 영국인 피해자의 등을 가격하는 이들의 폭행장면을 담은 10초짜리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었으며, 종교경찰 당국은 즉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습니다.
종교경찰청은 진상조사 결과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속에 나오는 이들이 리야드 종교경찰청 소속 현장요원들이고, 특히 점프하여 피해자의 등을 날라차기 한 주인공은 현장팀의 팀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이러한 결과에 따라 징계할 것을 청장에게 권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종교경찰청을 비난하고 조롱하던 사우디인들과 외국인 체류자들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내려진 종교경찰청의 징계조치를 환영했습니다. 아무래도 피해자가 영국인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요.
쌀라 브레이크 (예배시간을 위한 휴식) 준수 여부, 온건한 복장 강조 등 사우디의 극보수적인 와하비즘에 입각한 생활방식의 실천 여부를 단속하는 종교경찰은 최근들어 자신들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위를 악용하여 용의자로 단정지은 이들에 대한 과도한 추적과 단속으로 민간인을 죽이거나 부상을 입히는 사건들을 잇달아 일으키면서 사우디 사회 내에서 물의를 빚어오고 있습니다.
압둘라 국왕은 온건한 성향의 압둘라티프 알앗셰이크 청장을 임명하는 등 이들의 극단적인 보수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간부 요원들은 여전히 강건 보수적인 성향을 유지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들 중에 사우디 정부가 반정부조직으로 규정한 무슬림 형제단원들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종교경찰의 과도한 단속으로 인한 사고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우디인들은 이들을 조롱하는 다양한 짤방과 함께 "종교경찰이 우리 사회의 적보다 더 위험한 존재", "종교경찰은 합법적인 정부기관이지만 하는 짓은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와 오십보백보"라는 등 맹비난을 퍼붓고 있으며, 시대에 맞게 종교경찰의 정체성을 온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습니다.
참고: "
Haia men in Riyadh mall attack disciplined" (Arab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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