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인 2005년 6월 21일 두바이 마리나에서 처음 문을 연 호텔로 나름 역사있는 그로스베너 하우스에 묵었을 때 창가에서 보이는 팜 주메이라 초입의 건물들 중 유독 눈에 띄는 하얀 건물이 있었습니다.
마치 덩치 큰 어른이 팔짱을 끼고 있는 듯한 중량감과 볼륨이 느껴지던 그 건물이 2016년 가장 기대되는 호텔 중 하나로 선정되었던 LA풍 럭셔리 호텔 바이세로이 팜 주메이라 두바이였습니다. 당초에는 2016년 9월 개장 예정이었지만, 이 동네가 언제나 그렇듯 반년 정도 지난 2017년 3월 31일에야 공식 개장하게 되었습니다.
UAE 내의 바이세로이 호텔하면 지난 2009년 11월 1일 F1 그랑프리 아부다비에 맞춰 문을 연 야스 바이세로이 아부다비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UAE 내의 첫 바이세로이 호텔이기도 하지만, 미래적인 건물 디자인에다 무엇보다 야스 마리나 서킷 내 F1 레이스 서킷 위에 자리잡은 세계 최초의 호텔이기도 하니까요.
야스 바이세로이 아부다비 이후 7년 반만에 두바이 팜 주메이라에 자리잡은 바이세로이 팜 주메이라 두바이는 야스 바이세로이 아부다비와는 다른 의미로 색다른 디자인과 두바이의 부촌에 자리잡은 럭셔리 호텔이라는 점에서 2016년 개장이 기대되는 호텔 1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한데다가 포브스지에서도 개장 소식을 다룰 정도였습니다. 럭셔리하면 사족을 못 쓰는 두바이에서 바이세로이의 두번째 호텔이 문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건 두바이 경제위기로 계획된 프로젝트마저 취소되었던 5년간의 침체기 탓이기도 합니다. 그 침체기를 지나 2020년 엑스포와 맞물려 지금은 호텔 신축이 한창이어서 이미 지난해 가을 두바이 내 호텔 객실수가 10만실을 넘어섰는데도 여전히 다양한 컨셉의 호텔이 계획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성수기 때에는 비싸서 갈 엄두를 안 내겠지만, 호기심과 더불어 라마단과 여름으로 이어지는 비수기를 맞아 숙박비가 많이 싸졌길래 주말을 이용해 가보기로 했습니다. 아틀란티스를 위시하여 팜 주메이라의 양쪽 날개에 자리잡은 호텔들보다 상대적으로 숙박비가 낮았기에 가보기로 한 것이죠. 두바이 경제위기의 여파로 한동안 개발이 중단되었던 팜 주메이라는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어서 호텔로 가는 길 곳곳에 현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에겐 비세로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서도 다뤄지고 있지만, 아랍어 표기를 보나 직원들의 얘기로 들어보나 바이세로이가 가까운 표기지 싶네요. (그래서 이 포스팅에선 친숙한 비세로이가 아닌 바이세로이로 표기합니다.)
호텔 단지로 들어서면 소박해 보이는 레지던스 입구가 맞이하고, 이를 지나가면....
호텔 문이라고 하기엔 다소 기괴해보이는 초대형 유리 큐브가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호텔 정문은 유리 큐브 내에 자리잡은 조각품으로 인해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지만, 양쪽 구석을 활용하여 현대예술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 공간이기도 합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등장하는 기괴한 구조물에 살짝 당황했지만, 체크인을 위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셰이크 자이드와 무함마드 등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이 곳이 바로 체크인 카운터. 황동빛으로 가득찬 구조물이 눈에 띄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미처 몰랐;;;;
호텔에서 가장 싼 방을 예약했음에도 체크인을 하면서는 직원에게 일부러 가능하면 "전망좋은 방"을 달라고 슬쩍 떠 봅니다. 특히 경험상 팜 주메이라 초입에 자리잡은 호텔은 씨 뷰 아니면 도로를 가로질러 맞은편 건물을 보는 뷰 밖에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문 연지 딱 두 달 지난 새 호텔인데다가 비수기니까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잠깐 시스템을 만지던 카운터 직원은 "찾아주신데 대한 환대의 의미..."로 같은 가격에 럭스 씨 뷰 방으로 업그레이드해줬다며 키를 줬습니다.
UAE의 바닷가는 최근에서야 해변에 인공 등대를 설치하여 야간 개장하는 해수욕장이 생겼을 정도로 밤에는 칠흙같은 어둠 그 자체지만, 호텔을 잡을 때 있어 시티 뷰와 씨 뷰는 가격대가 다른 클래스의 방이거든요. (예약했던 수페리어 룸은 1,170디르함이지만, 카운터 직원이 업그레이드해준 럭스 씨 뷰는 1,710디르함/ 부킹닷컴 지니어스 2박 기준, 20% 세금을 포함하면 약 20만원 차이)
키를 받아들고 금빛 넘치던 체크인 카운터를 지나 객실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체크인 카운터, 로비와 달리 전반적으로 어두튀튀한 배경에 금빛으로 포인트를 준 엘리베이터는 컨셉인지는 모르겠지만 층별 안내도 따위는 없이 더욱 뽀인뜨로 살린 거울 하나만 달랑 달려 있습니다.
어두튀튀한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 방으로 가기 위해 복도에 서니 이번엔 정반대로 흰색이 가득찬 복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방 입구. 방 옆에는 신문을 요청할 경우 신문을 둘 수 있는 거치대가 부착되어 있고, 특이하게 방번호가 5자리 숫자로 되어 있습니다. (동 이름)+(층수)+(방번호). 제가 묵을 방인 10706은 1동 7층 6호실이라는 의미입니다. 1동은 체크인 카운터가 위치한 건물입니다.
드디어 들어선 방 입구.
문을 열자마자 있는 건 각종 수납장과 옷장 등 보관 공간, 다림질판과 대형 수납공간, 옷장,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금고와 가방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 등 총 3개 공간이 있으며 손잡이가 밖으로 돌출되어 있지 않고 문안에 있어 처음엔 살짝 헷갈리기 쉽습니다.
각종 수납공간을 지나면 바로 등장해주시는 세면실, 욕실, 샤워실, 화장실.
이 공간은 무채색 블록무늬로 벽을 장식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그리스산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특이한 건 욕조 위 천장은 아마 방에서 가장 클 것만 같은 유리로 되어 있어 욕조 안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재치있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 세면세트. Smile Please는 칫솔과 치약, Keep it Dry는 샤워캡, Final Touch는 귀후비개 등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샤워실과 화장실. 샤워실에는 유리대신 투명 프라스틱이 거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욕실의 어매니티는 Roil / Natura Bisse
그리고 화장실 옆에 세워진 튀는 녹색으로 된 여닫이 문을 열면....
안에는 커피부터 술까지 객실용 미니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니바 옆에는 책상을 겸한 테이블 위로 거울과 삼성 55인치 LED 스마트 티비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물건은 바로 뱅 앤 올룹슨의 블루투스 스피커 베오플레이 A1이었습니다. 보통 다른 호텔에서는 주로 Bose 제품이나 애플 제품용 독을을 보기는 했지만, B&O를 보게 될지는 몰랐네요. (욕실에도 Bose 스피커가 붙어 있었습니다만...)
등록된 채널 중 NHK는 있지만 KBS World는 아쉽게 볼 수 없습니다.
스마트 티비라고 해도 보통 유튜브 정도만 지원하는 다른 호텔들과 달리 유튜브 외에 넷플릭스 회원이면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로 실시간에 방송 중인 드라마 맨투맨을 볼 수 있습니다. KBS World나 아리랑TV를 빼면 해외에서 볼 수 있는 공식 컨텐츠 프로바이더나 플랫폼이 없는 현실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아랍어 자막까지 제공되는 한국 드라마를 대형 티비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입니다.
한류를 얘기하지만 해외에서 공식적인 루트로 실시간 방송을 접할 수 있는 건 사설 서비스 제공 사이트 외에는 없는 현실에서 컨텐츠 프로바이더나 플랫폼을 만들 생각이 없다면, 이렇게 해외 업체와 계약을 맺고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넷플릭스로 빠졌던 얘기를 돌려서 다시 본격적인 실내 공간.
모든 조명 스위치는 터치로 작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돌출된 손잡이는 죽어라 싫어하는 나머지 서랍 역시 돌출된 부위는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침대를 지나면 두 개의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져 있는 작은 거실과..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발코니가 있습니다. 럭스 씨 뷰라고 하더니 눈 앞에 두바이 마리나의 스카이 라인이 펼쳐져 있네요.
발코니에서 바라본 두바이 마리나 스카이 라인과 바다 풍경.
바로 맞은편에는 2동 건물의 객실과 팜 주메이라 도로가 보입니다. 도로가 가까운 탓인지 고요한 새벽에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이 들리더군요.
모서리 방이라 그런지 팜 주메이라 뷰로는 팜 주메이라 모노레일을 같이 볼 수 있네요.
덤으로 팜 주메이라 모노레일을 타고 둘러보는 주메이라 풍경도 소개해 드립니다.
그게 아니라면 원래 보일 뷰는;;;;;
일단 방을 둘러봤으니 호텔의 시설들을 살펴 봅니다.
꽈트로 빠씨는 체크인 카운터 맞은편에 자리잡은 이탈리안 식당으로 미슐랭 별 두개를 받은 스타 셰프 안토니오 멜리노가 운영하는 식당 체인점입니다.
콰트로 빠씨 쪽으로 나가면 스파가 보이고,
문을 열고 나가면 헤어 살롱과 헬스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올라가보니...
그 위층에도 풀장이 있습니다. 호텔 투숙객보다는 레지던스 이용자들을 위한 공간인듯 싶어 보였습니다만...
풀장쪽에서 보는 호텔 주변의 풍경은...
체크인 카운더와 콰트로 빠씨 맞은편 2동으로 넘어가면 로비 라운지와...
각종 기념품, 예술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으며...
이 두 공간을 지나면... 아침부터 삼시세끼를 판매하는 식당 블바드 온 원과 중국식당 마이덴 상하이가 있습니다.
블바드 온 원은 실내와 풀장을 끼고 야외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
조식의 경우 가격 대비 먹거리가 다양한 섹션만큼이나 다양하지는 않아 가성비는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그리고 중국식당 마이덴 상하이
마이덴 상하이는 GF의 중식당과
1층의 실내 바,
그리고 2층의 옥탑 바가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인 관계로 영업은 않하고 있지만, 직원에게 얘기하면 올라가서 주변의 경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중국식당이 호텔 내에서 유독 3개층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직원의 말로 짐작컨대 호텔 주인이 직영하는 식당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숙박비에 요금을 청구할 수는 없고 직접 결제해야 한다는 것은 함정.
날씨가 좋은 겨울에는 더욱 매력적일 것만 같은 이 곳 주변의 풍경을 잠시 살펴보시죠.
마이덴 상하이 뒷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및 독서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큐빅 형태의 정문 뒤에서 바로 이어지는 호텔의 얼굴 풀장.
호텔의 메인 풀장은 정문을 겸하는 큐빅 뒤에서 해변가를 향해 올곧게 뻗어 있으며, 풀바를 겸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 눈 앞에 보이는 것이 현재 건설이 한창이 세계에서 가장 큰 관람차 아인 두바이와 블루워터 아일랜드입니다.
풀장만 놓고 보면 옆에 있는 페어몬트 더 팜의 풀장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이 곳의 풀장은 건물의 일부로 아름다움을 부가시키는 역할이 더욱 잘 어우리는 듯 싶은 반면, 페어몬트 더 팜의 풀장은 그야말로 다양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거든요. (물론 더 크고... 숙박비도 살짝 더 비쌌;;;;)
풀 바는 이 호텔 내에서 유일하게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종류는 이탈리아 맥주 뻬로니 하나 뿐이라고는 합니다만...
풀 바는 풀 주변 외에도 풀과 해변가 사이에 넉넉한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건물 두 동이 연결되는 13층부터 16층 사이에 스위트룸과 연회장 등이 있습니다.
풀 바를 지나 녹색이 펼쳐진 통로를 지나면...
그다지 넓지는 않은 호텔 전용 해변가가 나타납니다.
호텔의 13층에는 라운지 바 엘리베이트가 있습니다.
공간 자체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든 듯한 구성이 돋보이는 바입니다.
심지어 전등마저도 작품 같은...
왠지 인천 공항 게이트가 연상되는 구조물을 통해 경치를 감상할 수 있고...
스탠딩할 곳은 거의 없이 편하게 앉아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바이기도 합니다.
서서 마실 수 있는 곳은 바 안쪽에 위치한 초대형 대리석 테이블 하나가 전부니까요.
엘리베이트를 나와 건물의 옥상인 16층에 올라가면 아직 이름이 뭔지 모르는 옥탑 바가 있습니다.
직원 설명에 따르면 당초엔 스위트룸으로 준비된 곳이지만, 이 중 하나를 옥탑 바로 용도를 바꾸었다고 하네요. 라마단 기간 중에는 주류 대신 무알콜 음료나 목테일 등만을 팔고 있다고 하는데, 그럴만한 것이 호텔에서 이프타르와 수후르를 내놓는 유일한 식당이기 때문입니다.
뜨거운데다 습하기까지 한 날씨는 야간에도 안개낀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옥상에서 본 두바이 마리나의 스카이 라인과 고요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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