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리야드에서 포켓몬 고를 즐기고 있는 사우디 남성들)
최근 새로 나온 스마트폰용 게임인 포켓몬 고가 전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오면서 포켓몬과 이슬람 성직자들 간의 악연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반포켓몬 파트와 귀환?
사우디나 UAE 등 걸프국가에서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미국 등 서비스가 개시된 나라의 계정을 통해 포켓몬 고를 다운받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건사고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반포켓몬 파트와가 귀환하게 된 것이죠. 물론 포켓스탑과 짐에 대한 구체적인 위치를 소개하는 소개기사도 나오긴 하지만요. (두바이의 포켓스탑과 짐이 어디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포켓몬 고가 전세계적인 열풍을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의 General Presidency for Scholarly Research and Ifta가 16년전인 지난 2001년 사우디 최고 성직자 그랜드 무프티가 내놓은 반 포켓몬 프랜차이즈 파트와 (No. 21,758)를 그대로 포켓몬 고에 적용해서 갱신 발표했다는 사우디 현지 언론발 소식이 지난 수요일 세계 주요 언론에 보도되며 주목을 끌게 되었습니다.
2001년의 파트와 (No. 21,758)는 포켓몬 게임이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도박성이 짙어 하람이기에 금지한다는 내용이었고, 이를 포켓몬 고에 그대로 적용시켜 갱신한 이유는 지금의 포켓몬 고 역시 예전의 포켓몬 게임들과 다르지 않다고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두 명 이상의 유저들이 가치가 다르게 책정된 카드, 혹은 포켓몬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시스템에 도박성이 있다고 본 것이죠.
이슬람에서 도박을 금기시하는 이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 후에 그 결과는 알라에게 맡기라 (인샤알라)는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뭐... 실생활에서 인샤알라를 외치는 아랍인 무슬림들을 보면 약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긴 한데....
사우디의 포켓몬 고 교통범칙금 신설!
이와는 별개로 사우디 교통경찰청은 300리얄의 포켓몬 고 교통범칙금을 신설했습니다. (클릭!) 포켓몬을 잡겠노라며 운전 중에 포켓몬 고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목격되어 안그래도 교통사고 발생율과 피해자가 많은 사우디에서 포켓몬 고가 새로운 위험요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두바이에서는 한 운전자가 차를 몰고 가다 주메이라 로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포켓몬을 잡겠다고 뛰쳐나간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었죠. (클릭!)
포켓몬 애니메이션의 음모론으로 시작된 이슬람 성직자들과의 악연
반 포켓몬 파트와 및 논란은 게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원작 애니메이션에도 다양한 이유로 적용되어 왔습니다. 포켓몬은 이슬람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논란을 야기한 바 있었습니다만.... (클릭!)
포켓몬에 대해 제일 먼저 씌워진 굴레는 포켓몬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연스레 어린 무슬림들을 세뇌시켜 신앙을 잃게 하려는 시오니스트들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되면서부터였습니다. 이런 주장을 펼친 이들은 포켓몬이 "나는 유대인이다"라는 의미라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었죠. 이런 주장을 펼친 이들과 추종자들은 대부분 포켓몬이 이스라엘에서 만든 것이 아닌 제패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함정... 거기에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결이라는 이슈는 음모론을 부추기는 덤으로 작용했다고 하죠.
하지만 이러한 음모론은 단순히 음모론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2001년 사우디 그랜드 무프티가 내놓은 포켓몬 프랜차이즈 금지 파트와로 연결됩니다. 앞서 언급한 도박성과 더불어 기독교적인 상징 외에도 유대인과 유대교를 대표하는 다윗의 별과 유시한 육각형의 별이 시오니즘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유대인들은 포켓몬 속에 그들이 잊고 싶어하는 하켄크로이츠 같은 나찌의 상징과 이미지가 담겨있다고 항의하여 일본 원작과 이를 수정한 해외용 버전을 미묘하게 수정하기까지 했다는 점은 함정.
시오니즘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에서 시작한 포켓몬에 대한 이슬람 성직자들의 반감은 결국 전가의 보도이기도 한 "포켓몬은 반이슬람적인 하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원작의 150종을 포함하여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포켓몬 캐릭터 자체가 이슬람이 금하는 다신론과 우상숭배를 위반한다고 보는 것이죠.
극단적인 유일신 사상에 따라 알라 외에는 사도 무함마드도 숭배하지 않으며, 기독교 등에서 형상화 된 예수 등과 달리 무함마드조차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형상화하지 않는데다 조각상, 무덤, 신전 등 유일신 사상에 위배될만하다 싶은 것들에 대해서는 다 때려부수거나 봉인시켜 온 그들의 역사를 감안해 보면 형체가 뚜렷한 포켓몬 캐릭터들의 난립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눈뜨고 볼 수 없는 것들일테니까요. (오리지널 포켓몬 캐릭터 150종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의 경우 UAE 등 다른 아랍국가에서 공휴일로 삼고 있는 "무함마드 탄신일"이 불경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던가,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건물들을 일찌감치 종교적인 이유를 앞세워 거의 다 때려부숴버리는 바람에 정작 이슬람과 연계시킨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싶어도 거의 대부분이 복구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이 함정. ([종교] 지금까지 남아있는 메카의 역사적인 사원들 참조)
종교적인 이유를 넘어 안보 상의 이유로도 금지령, 혹은 경고령이 내려지고 있는 포켓몬 고
구글맵 기반으로 실제로 돌아다니면서 포켓몬 고의 특성은 포켓몬에게 오랫동안 씌워진 비종교적이라는 비판 외에도 안보를 위협하는 비판까지 함께 얻게 되어 종교기관 뿐만 아니라 치안을 담당하는 내무부에게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게임 속의 포켓몬은 IS와의 전쟁터든 어디든 위치에 상관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게임 자체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활용하니까요..
포켓몬 고에 대한 금지령은 비단 사우디 뿐만 아니라 쿠웨이트에서도 이미 내려진 상황입니다. 유저들이 포켓몬을 잡겠노라며 사진 촬영이 금지된 에미르 궁전, 모스크, 석유 시설, 군사 기지 등 금지된 구역에 접근하여 카메라로 촬영한 후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입니다. 쿠웨이트 내무부는 보안요원들에게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들에 대해선 관용을 베풀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하죠.
실제로 20일 사우디 젯다의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서는 20대 중반의 사우디 청년 3명이 공항 주변의 사진촬영금지구역에서 포켓몬을 잡겠다고 플레이하다 체포되거나 (클릭!), 사우디 남부도시 지잔의 킹압둘라 공항에서는 공항에서 70여킬로미터 떨어진 산동네에 사는 세 명의 젊은이가 포켓몬을 잡겠다고 공항 내 일반인 출입금지구역 안으로 진입했다가 적발되어 체포되는 등 (클릭!)의 사건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4일 성지 메디나 예언자 모스크를 포함한 젯다, 까티프에서 잇달아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테러사건 (클릭!)으로 경계 수위가 한층 더 강화된 상황에서 이유야 어쨌든 출입금지구역 진입 시도는 그야말로 잡아가달라고 노래하는 셈이나 다름없을 수 밖에...
마무리하며....
한편 수요일 반포켓몬 파트와 갱신 소식이 사우디 현지 언론 뿐 아니라 전세계 언론에 보도가 된 다음날 반포켓몬 파트와를 갱신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General Presidency for Scholarly Research and Ifta는 그런 사실이 없으며 잘못된 보도가 나갔기에 정정 기사를 내겠다며 이를 부인하기에 나섰습니다. (클릭!) 포켓몬 고가 인기몰이를 할 때부터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경고 메세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이집트의 최고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에서도 이미 포켓몬 게임을 음주와 비교할 수 있을만큼 유해한 매체라며 비난하는 상황에서 (클릭!) 사우디가 반포켓몬 파트와를 내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죠. 현지 아랍 무슬림들도 반포켓몬 파트와가 나오라면 나오라지 뭐!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요.
(반포켓몬 파트와 관련 소식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좋아한다는 쿠웨이트 트위터리안의 반응)
세상에 널리고 널린 수많은 애니메이션&게임 프랜차이즈 중 유독 포켓몬 프랜차이즈와 이슬람 성직자와의 오랜 악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결국 이 지역에서도 포켓몬 프랜차이즈가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파트와로 금지한다고 그걸 다 따르는 건 또 아니기에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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