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생활 에피소드~!
몇주 전 주말을 이용하여 퇴근 후 샤르자 아메리카 대학 (AUS)에 다니는 지인과 함께 대학 내 사택에서 사는 경영학과 교수님 댁을 찾았습니다.
후문을 통해 들어가려고 했는데 출입이 쉽지 않더군요. 지인이야 그 대학 학생이니 상관없었는데, 학교 입장에서 완전히 외부인인 저의 야간 교내출입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지인이 후문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과 한참을 얘기했지만, 결국 제 운전면허증을 맡기고 출입을 허가받아 교수님 댁을 방문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을 보내다보니 결국 교수님 댁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고, 주일인 금요일 아침 하늘은 화창하기까지 했습니다만.....
지인은 먼저 떠나버렸고, 운전면허증을 찾아 집에 돌아가려고 교수님과 함께 후문 경비실을 찾았더니, 경찰이 한마디 합니다. 네... 용역업체 경비 직원이 아니라 경찰입니다.
"네 운전면허증 이관시켰다! 한두시간만 있다가 온다 한 게 너 아녔어? 순전히 네 잘못이야!!!!"
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이 무슨 황당한 소린가 싶어 지인에게 확인해보니, 지인이 경찰에게 그 말을 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지인 생각으론 대충 그렇게 얘기하면 면허증을 요구하지 않겠지 싶어 한 얘기였다는데, 경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면허증을 받아간 것이었던거죠. 주간에는 이 정도까지 출입객을 체크하지 않는다는데 야간 출입이라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좀더 확인해보니 경찰서로 보내기 전 일단 정문 경비실에 있을 거라고 얘기하기에 정문 경비실로 향했습니다. 정문 경비실의 근무자는 제 면허증이 없다며, 다른 이들에게 받아두었던 면허증을 보여줍니다. 10장 가까운 신분증 중에 제 면허증은 없습니다.... 이게 뭥미? 싶어 재차 물어보니....
"야간 근무자가 알텐데.... 근무마치고 집에서 자고 있을 시간이라 확인이 안되네??? (전화를 걸어보더니...) 거봐! 전화를 안 받는 걸? 오후에나 와봐~!"
이 무슨 퐝당한 시츄에이숀인가요;;;;;;
여기는 처음 와본 샤르자 대학도시. (샤르자 아메리칸 대학, 샤르자 대학 등 여러 대학을 샤르자 외곽의 한 구역에 집중시켜 둔 곳입니다.) 한번도 검문에 걸린적 없지만, 걸리면 무면허 운전으로 문제가 될 것 같고, 샤르자까지 다시 와서 가야한다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어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후가 될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그리고 간 두바이의 자아빌 공원.
마침 그 날 자아빌 공원에서는 한국 식품을 소개하는 K-Food Fair가 시작되었기에 구경 가보기로 합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두바이 프레임을 배경삼아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타이틀은 분명 한국음식 전시회건만 주인공인 먹거리가 별로 없어 음식 전시회인지, K-Pop과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전시회인지 정체성이 조금 애매모호하다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잠깐이지만 오랜만에 알바하러 나온 후배를 만나서 반갑기도 했습니다만....
면허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오래 구경하진 못하고 결국 대학교로 돌아와 정문 경비실을 들러보기로 했는데..... 더 퐝당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은 제 잘못이 아닌....
"아...저기 야간 근무자랑 확인해 봤는데..... 네 운전면허증을 잃어버렸대;;;;"
"뭐... 뭐라구요??? 근무자가 뭘했다구요???"
"네 운전면허증 잃어버렸다구. 재발급을 받아야 할꺼야. 아.. 그렇다고 걱정하지는 마. 그 잃어버린 근무자가 네 면허증을 재발급해 놓을 거니까."
"그럼, 일단 라스 알카이마로 갔다가 다사 샤르자로 와야 하나요? 그러다 혹시나 경찰에게 무면허로 걸리면 전 어쩌라구요?????"
"오늘은 금요일이라 운전면허 발급도 안되니까 할 수 없고... 네 면허증을 분실한 녀석이 대학 경찰서에 가서 분실 신고서를 작성해서 줄테니 급할 땐 그걸 사용하면 되고, 라스 알카이마에서 발급한 면허증이랬지? 다음주에 그 녀석이 라스 알카이마에서 면허증을 재발급하여 네가 있는 곳으로 가져다 줄거야."
"일단 아즈만에 집이 있는 그 녀석을 불렀으니 2~30분이면 도착할꺼야." "그나저나 이건 근무중 벌어진 명백한 과실이니 사건 경위서를 작성해 줄 수 있는데, 어떻게 할까? 작성해?"
"뭐.. 어찌되었던 사건 경위서는 작성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이런 얘기를 들은 후에도 UAE 경찰이 외국인에게 퍽이나 관할 구역도 아닌 타 지역까지 직접 가서 면허를 재발급받아 가져다 줄꺼라곤 눈꼽만치도 기대되지도 않았던데다 그나마도 당사자가 난 모른다고 잡아떼지만 않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30분후 집에서 자다가 온 듯한 실내복을 갈아입지도 않고 그대로 풀이 죽어 고개를 푹 숙인채 젊은 경찰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이건 내 잘못이야" 이러면서 나타납니다.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
아랍어로 몇 마디 받아줬더니 영어로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을 덜었는지 구구절절하게 이야기 합니다.
"정말... 네 면허증을 잃어버려서 정말 미안한데... 나도 이게 뭔 일인가 싶어. 후문 근무자에게서 네 면허증을 인계받았을 무렵 정리하려고 하던 차에 집에 있는 와이프로부터 긴급한 전화가 온거야. 그런 상황 이해되지??? 그래서 집에서 온 전화를 받고 상황을 마무리한 후 네 면허증을 두려고 책상 위를 봤더니 이미 사라졌더라구;;; 누가 가져갔나??? 도저히 어딨는지를 모르겠는거야...."
암만 들어봐야 변명인 것만 같고... 잡아떼기라도 했으면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을텐데 꼬랑지를 내리고 얘기하는데다 경찰하고 나쁘게 엮여서 좋을 일은 없기에 황당하고 화가 나는데 겉으로 드러내기도 참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8년 넘는 아랍에서의 생활 중 경찰이 제 신분증을 잃어버린 건 첨인지라 그냥 헛웃음만 나올 뿐... 사우디에서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인데....
상황이 어쨌든 전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휴일인 오늘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분실 신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제 면허증을 잃어버린 그 경찰 녀석과 함께 샤르자 대학도시 경찰서 본부로 향했습니다.
이미 제 사건에 대해서는 얘기가 되어 있던 터라 경찰서의 담당 직원은 몇 가지 질문 및 서명을 받고 분실 신고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그 경찰 녀석은 분실 신고서 작성비 100디르함을 납부하구요. (교통사고 후 사고 신고서를 작성할 경우엔 300디르함)
(샤르자 경찰로부터 받은 분실 신고서와 영수증)
분실 신고서가 발급되자 그 녀석은 자기 주머니에서 500디르함을 꺼내어 저에게 줍니다. 자기가 직접 가서 재발급을 받아 저에게 가져다 줄리는 물론 없는 거였죠.
"음... 내가 라스 알카이마 운전면허증 재발급비가 얼마인지 몰라서 일단 500디르함을 줄께. 주말 끝나고 재발급 받으러 가봐서 만약 500디르함으로 모자르면 차액도 보내줄테니 내게 전화해."
"상황이 좀 그래서 미안하긴 한데,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
만약을 위해 그 녀석의 핸드폰 번호를 저장해두고 남은 주말의 휴식을 위해 일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지난 일요일 오전 잠시 시간을 내어 라스 알카미아 교통경찰과를 가서 면허증을 재발급 받았습니다. 재발급이라 그런지 별도의 과정 없이 재발급비만 내면 그만이었습니다. 운전면허 재발급비용은 300디르함.
망가진 평온한 주일에 대한 짜증이 가시지 않은 탓에 남은 돈 200디르함을 돌려줄 생각은 없었기에 돈이 남았다는 얘기만 빼고 재발급 잘 받았다고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야~! (이름) 잘 지내? 발급 끝났어. 고마워"
"오케이!"
사무실에 있는 이마라티 직원에게 이런 에피소드를 전해줬더니, 그 경찰이 고분고분하게 사과하고 오히려 넘치게 돈을 줬던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상부에 보고되면 감봉 등의 징계가 추가로 내려질 것이기에 조금더 주더라도 조용히 마무리하는게 오히려 그 경찰 녀석에겐 이익이라는거죠.
이렇게 경찰이 운전면허증을 잃어버리고 재발급비용을 물어준 황당한 에피소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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