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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GU/UAE

[사회] 아부다비 복권 Big Ticket, 종교적 금기인 나라에서 커져가는 UAE 최대의 복권과 에미라티 드림

둘라 2019. 1. 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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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3일 아부다비 국제공항 제1터미널 도착홀에서는 어느덧 공항의 전통 월례행사로 자리잡은 UAE 최대 규모의 복권 빅 티켓 추첨식이 열립니다. 면세점 매니저를 하고 있다가 2006년부터 추첨식을 진행하고 있는 영국인 리차드 이삭씨가 복권이 들어있는 초대형 추첨함에서 번호를 뽑아 추첨식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에게 당첨번호를 발표하고, 자신이 직접 행운의 주인공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첨소식을 전하는 주인공입니다.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을 하든,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을 하든 추첨함에 들어있는 모든 번호에는 여권번호와 연락처 등 번호를 산 주인의 정보를 갖고 있으니 뽑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 수 있는 것이죠.



199회를 맞이한 2018년 12월의 빅 티켓은 그 어느때보다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199회차 1등 당첨금이 빅 티켓 역사상 최대 금액인 1,500만디르함 (약 45억원)이었으니까요. 아부다비 국제공항이 2002년부터 도입한 빅 티켓은 부정기적으로 열리다가 정기 월례 행사로 안착한데 이어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100만 디르함이었던 1등 당첨금은 대폭 뛰어올라 최대 이번 회차에는 무려 1,500만 디르함으로 15배 치솟았습니다.


1등

회차에 따라 다름 (역대 최고액 1,500만 디르함)

6등

50,000디르함 (약 1,500만원)

2등

100,000디르함 (약 3,000만원)

7등

30,000디르함 (약 900만원)

3등

90,000디르함 (약 2,700만원)

8등

20,000디르함 (약 600만원)

4등

80,000디르함 (약 2,400만원)

9등

10,000디르함 (약 300만원)

5등

70,000디르함 (약 2,100만원)

10등

10,000디르함 (약 300만원)

* 2020년 1월 3일에 추첨한 제211회 추첨식에는 1등 당첨금이 2,000만 디르함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공항 면세점에서 6자리 숫자가 적혀있는 티켓을 구입하거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6자리 숫자를 골라 구입하면 이를 출력하여 추첨함에 넣는 방식으로 매달 월초부터 월말까지 진행하여 다음달 3일에 총 10명의 당첨자를 발표하는 빅 티켓은 1등 당첨금만 매달 바뀌고, 2등부터 10등까지의 당첨금액은 변동없이 정액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빅 티켓은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진행하는 밀레니엄 밀리어네어 복권에 비해 복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1등 당첨금마저 100만 달러인 밀레니엄 밀리어네어보다 몇 배나 높고 당첨자도 많기에 가성비로만 따져도 UAE 최고의 복권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복권이기도 합니다. 


두바이 공항의 밀레니엄 밀리어네어는 네 자리의 숫자를 고르는 방식으로 한 회당 판매장수에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당첨확률은 판매장수의 제한이 없는 빅 티켓보다 5천장이 팔릴 때마다 추첨에 들어가는 밀레니엄 밀리어네어가 그나마 높다고는 합니다만...



그런데 말입니다... 뭔가 이상하단 생각을 해보셨나요?


아부다비 빅 티켓과 두바이 밀레니엄 밀리어네어 복권이 운영되는 UAE는 분명히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입니다. 이슬람에서의 복권은 음주, 도박 등과 마찬가지로 "하람"으로 금기시되는 행위로 성 꾸란에도 분명히 언급되어 있거든요.


"믿는자들이여! 술 (모든 종류의 알콜류 음료수)과 도박과 우상숭배(를 위한 돌 제단 등)와 점술 (행운을 바라거나 의사결정을 위해 화살을 이용하는)은 사탄이 행하는 불견한 것들이거늘 그것들을 피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번성하리라. 


사탄은 너희 가운데 적의와 증오를 유발시키려 하니 술과 도박으로써 하나님을 염원하고 예배하려 함을 방해하려 하도다. 너희는 단념하지 않겠느뇨. 


하나님께 복종하고 선지자께 순종하며 악을 경계하라 너희가 배반한다면 선지자의 의무는 단지 말씀을 전함에 있노라." (제5장 마이다 90~92절)


"술과 도박에 관하여 그대에게 물을때 일러가로되, 그 두 곳에는 큰 죄악과 인간에 유용한 것이 있으나 그것의 죄악은 효용보다 크다 이르되 또 그들이 무엇으로 자선을 베풀어야 되느냐고 물을때 일러가로되 그것은 여분이라 일러라. 그리하여 하나님은 너희에게 계명을 주신 후 너희로 하여금 숙고하도록 하였노라." (제2장 바까라 219절)"


이러한 종교적인 이유로 카지노 리조트로 유명한 미국의 시저스 팰리스, MGM과 벨라지오 호텔을 유치하는 두바이마저도 카지노를 빼고 들여올 정도임을 생각해 본다면, 두 국제공항에서 진행하는 복권제도는 그야말로 모순 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UAE 내에서도 각종 경품행사나 복권은 이슬람적인 관점에서 하람이라는 공식 파트와마저 아부다비에서 나왔음을 감안해본다면 더더욱 말이죠. 


그나마 UAE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경품행사들의 경우 판매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상업적인 목적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업체들이 자신들의 수익을 나눈다는 측면에서 어느정도 등가의 법칙으로 설명이 될 수 있는 반면, 숫자를 뽑기만 하는 두 복권은 상업적인 경품행사와 달리 그러한 반대급부 자체가 없어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문이 있습니다.


(저희 은행에 거액을 입금시켜주세요! 당첨되신 고객님께는 2019년 벤틀리 벤타이가 V8을 쏩니다!)

 

이슬람 국가의 복권이라는 모순 가득한 관계를 설명하는 마땅한 글을 찾기는 쉽지 않았는데 (왜 빅 티켓은 유독 인도인이 1등으로 많이 당첨되는가...라는 기사는 찾아봤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인샤알라와 에미라티 드림을 결합시킨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복권 가격과 인샤알라

일단, UAE의 복권은 부담없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적인 나라들과 달리 구입가격 자체의 진입장벽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나게 높습니다. 외국인 관광객과 거주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슬람에서는 하람인 주류의 구매와 음주를 허용하지만 그 댓가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세금을 책정하는 것과 같은 논리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큰 부담이 안되는 술 가격에 비해 복권 구매가격은 (궁서체로) 진지한 각오를 하지않는 한 선뜻 구매할 수 없는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네 자리의 숫자를 선택하는 두바이 밀레니엄 밀리어네어 구매 가격은 번호 한 개당 1,000디르함 (약 30만원)!

여섯 자리의 숫자를 선택하는 아부다비 빅 티켓의 구매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긴 하지만...) 번호 한 개당 500디르함 (약 15만원)


아부다비 빅 티켓의 경우 2+1이 적용되어 한 번에 2개를 뽑으면 총 3번 응모할 기회를 부여하긴 하지만, 그래도 1회 응모가격이 10만원꼴이니 무시못할 가격인 셈입니다.) 똑같이 1,000디르함을 투자할 경우 두바이에선 번호 1개 뽑아 1등 당첨금이 1백만 달러지만, 아부다비에선 번호 3개를 뽑아 1등이 되기만 한다면 30억원 이상을 세금없이 거머쥘 수 있으니 가성비면에서도 최고의 복권이긴 합니다만...)  


2~3달러 수준인 다른 나라의 복권과 비교하면 천문학적인 UAE 복권 구매가격은 사행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몰빵해서 구매할 사람들을 일단 걸러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빅 티켓의 최대 수혜자이자 UAE 인구 구성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도인들조차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맘먹고 작정해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거든요. 1등 당첨자 사연을 듣다보면 유독 복권을 함께 구매한 지인들과 1/n로 나눠야한다는 소감을 종종 들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역대급 당첨금액을 수령하게 된 인도인 사라스 푸루쇼싸만씨의 경유도 10년을 같이 지낸 룸메이트와 반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죠.


일견 터무니 없어 보이는 복권가격 책정은 "(복권에 응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경주하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기라"는 인샤알라의 진정한 의미와도 어느정도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안 지키는 불성실한 아랍인을 비꼬는 말로도 유명한 IBM (인샤알라, 부크라, 말리쉬)이지만, 인샤알라의 진정한 의미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를 품고 있거든요.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최고의 결실을 얻게 되거나, 않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 모두 알라의 뜻이라는 의미니까요.



당첨자 스토리 텔링 속에 보여지는 에미라티 드림

UAE에서 복권이나 각종 경품행사에 당첨되어 100만 디르함 이상의 고액이나 럭셔리 승용차 등을 받게 될 경우엔 한국과 달리 그야말로 얼굴과 사연이 동네방네 팔릴 각오를 해야합니다. UAE 내 각종 언론매체에서 때로는 인터뷰 영상을 포함하여 복권에 당첨된 행운의 주인공과 그의 사연을 얼굴과 함께 구구절절하게 기사화하는 한편,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다음 차수 당첨자가 나올 때까지 당첨자의 얼굴이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니까요.    


(현재 빅 티켓 공홈 메인 페이지 캡처)


이번 199회 빅 티켓 당첨자의 경우 앞서 소개한 리처드 이삭씨의 전화를 받고 UAE에 있을 경우 나타나야 하는데, 첫 통화에서 "Okay...."라는 한 마디만 남긴채 핸드폰을 꺼놨고 몇시간씩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다시 연결되어 최종 당첨자로 확정되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사연으로 전해집니다. 


한 달에 몇 십만원씩 받고 몇 년간 일했는데... 5~6명의 친구와 1/n로 십시일반하여 복권을 샀는데... 두바이 공항에서 착륙사고를 일으켰던 비행기 탑승객이었는데... 이번에 당첨되었어요...! 라는 등의 구구절절한 당선 사연부터 복권에 당첨된 것을 기회 삼아 더 부를 쌓을 수 있었어요, 혹은 필 받아서 흥청망청 썼더니 몇 년만에 쪽박을 찾어요;;;; 등의 당첨 후 사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소개되거든요.


이런 식의 당첨자 공개가 가능한 것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서든, 공항 면세점에서든 복권을 구입할 경우 구입자의 정보를 제공해야만 가능하기에 그렇습니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경우엔 회원가입이 의무니까 구입자 정보를 구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더라도 구입자 정보가 기재된 종이를 복권과 함께 응모함에 넣으니까요.



이는 아메리칸 드림처럼 에미라티 드림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UAE에서 행운의 주인공이 된, 혹은 자수성가하여 인생이 성공적으로 바뀐 사람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려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UAE는 이슬람 국가이면서 동시에 그 어느 나라보다 자본주의 국가니까요. 부의 취득과 럭셔리한 소비를 강조하는 와중에도 다양한 사연으로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의 사연도 소개하여 다양한 국적, 인종, 종교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UAE 사회에 공동체 의식을 심으려고 애쓰는 등 UAE는 아랍국가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스토리 텔링을 강조하는 나라니까요. (그런 점에선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사회를 다양하게 계층화하하고 사람들간의 분열을 부추기려 드는 국내 매체들의 성향보다는 일견 나아보이긴 합니다만;;;;) 심지어 부르즈 칼리파의 새해맞이 갈라도 화려한 불꽃놀이보다 LED 레이저쇼를 활용한 메시지 전달에 촛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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