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대중교통에서부터 자가 운전자들을 위한 정보까지 UAE의 교통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포스팅해오면서 꼭 다뤄보고 싶었던 주제가 바로 차량 압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운전하고 있는 3년 동안 압류를 당해본 적도 없는데다 주위에서 경험해보신 분들이 없어 정보를 구하기 쉽지 않았기에 좀처럼 다룰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압류 시스템을 경험하게 된 동료 직원분께서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이렇게 포스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 사용된 대부분의 사진은 제보자님이 제공해주신 사진이기에 개인정보가 드러날 부분은 지웠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제보를 해주신 동료 직원분은 올초 트램이 다니는 구간에서 신호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빨간 신호등이 켜졌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신호를 위반했다가 범칙금 통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최고 속도보다 21km 이상 과속으로 주행해야 과속 범칙금을 떼는 UAE의 도로교통법은 할인을 받지 않을 경우 과속딱지 하나에 범칙금이 18만원이 나올 정도로 비교적 쎈 범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통]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7월 1일부터 강화되는 UAE 교통법규 위반자들에 대한 처벌 참조) 하지만 UAE 내에서도 유독 처벌기준이 높은 곳이 있는데 바로 두바이에 있는 트램 운영구간입니다. 일반 도로와 달리 트램 운영구간의 도로 위에서는 차량이 아닌 트램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기에 일반 도로에서 적발 시 처벌보다 쎄게 책정했기 때문입니다. 대중교통수단인 트램의 속도가 자동차보다는 확실히 느리기도 하니까요. ([두바이] 트램 시운전 중, 신호위반으로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에겐 최대 약 900만원의 범칙금 부과! 참조) 심지어 처음부터 쎈 처벌이 부과되었었는데 2016년에 부분 개정을 통해 면허정지 기간을 대폭 상향시켰던 점을 감안하면, 벌금 2000디르함에 차량압류 30일을 받을 제보자는 다행히도 가장 낮은 처벌을 받은 셈입니다. 일반 도로에서 같은 이유로 적발되었으면 벌금 1,000디르함에 차량 압류 30일이었겠지만요.
위반 내용 | 범칙금 | 차량압류, 혹은 면허정지 기간 |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단순 신호위반 | 2,000~5,000디르함 | 30일~3개월 |
사고가 발생하여 부상자가 생겼을 시 | 5,000~15,000디르함 | 6개월~1년 (2016년 개정) |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자가 생겼을 시 | 15,000~30,000디르함 | 최소 1개월~최대 3년 (2016년 개정) |
어찌되었든 UAE에서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리다 적발되는 등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일정 기간의 차량압류 통보를 받았을 경우 위반자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순순히 압류기간 동안 압류장에 차량을 압류시키거나, 아니면 차량을 압류당하지 않는 대신 돈으로 때우거나...
돈으로 때운다는 건 대중교통이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 않는 UAE 내에서 한 달 이상의 차량 압류형을 받게되면 사회 생활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량을 사용하는 대신 하루에 100디르함씩 계산해서 압류기간 만큼 추가 범칙금을 내는 것입니다. 이 분의 경우 30일 압류형을 받았으니 차량압류 대신 3000디르함을 내면 굳이 압류를 시키지 않고 돈으로 때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위에 있는 범칙금 내역서에 빨간신호 위반주행 범칙금은 2000디르함이지만, 압류 대신 돈으로 때울 경우를 감안해 5000디르함까지 낼 수 있다고 표시된 것이죠. 워낙 범칙금이 쎈 UAE다보니 범칙금 정산에 부담을 느끼는 위반자들을 위해 토후국별로 상황에 따른 각종 범칙금 할인 오퍼, 혹은 범칙금도 할부로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토후국 (두바이, 아부다비)도 있기도 합니다. 편의를 제공해줄테니 일단은 내라는 거죠.
이 분은 휴가일정도 잡힌 것도 있고 해서 배보다 배꼽이 큰 돈으로 때우는 대신 차를 압류시키기로 하고 두바이에 있는 차량 압류장을 찾아갔지만, 압류장측은 "압류장이 만차라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압류장 측은 일단 신호위반에 대한 벌금을 내고 기다리면 자리가 날 때 연락을 주긴 할텐데, 아마도 한 달쯤 뒤에나???? 인샤알라~를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차량을 압류시켜놓고 휴가를 가려던 계획이었기에 바로 압류되길 원했던 그 분에게 압류장측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을 제시합니다.
압류장이 만차라며... 압류를 시킬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이라구요???
압류장이 만차가 되는 이유는 공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다양한 이유로 압류된 차량의 압류기간 자체가 길고, 그 와중에 일부 운전자들은 압류금은 내기 싫고 차는 필요하니 새 차를 구입해서 압류된 차를 버려두는 경우도 있어 기약없이 주차된 차량들 역시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차량을 버려두고 야반도주해 방치된 차량도 끌고 오게 되니 상태가 좋은 차들은 경매를 통해 매각한다던가 폐차처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공간이 협소할 수 밖에요.
무한대로 확장시킬 수 없는 압류장의 공간 부족문제와 압류장에 장기 방치되면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차량의 문제로 인한 운전자들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두바이 경찰은 지난해 11월 솔류션 업체인 SamTech와 계약을 맺고 스마트 압류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스마트 압류 시스템은 압류기간 동안 차에 GPS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하여 차를 굳이 압류장에 갖다놓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주차시켜 놓는 것으로 셀프 압류를 하는 시스템입니다. 압류장에서 제시한 새로운 옵션이라는 것이 바로 스마트 압류 시스템이었던 것이죠.
압류장에서는 스마트 압류 시스템을 신청할 수 없기에, 압류장에서 알려준대로 범칙금 정산 및 스마트 압류 시스템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두바이 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두바이 교통경찰과에 가야만 합니다.
경찰서도 공공 기관이다 보니 업무는 오전에 보러 가야 합니다. 대기시간을 줄이려먼 가능한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죠.
적발된 후 몇 달 뒤에 압류 신청을 하러가도 별도의 과태료는 붙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보해 주신 분도 3개월 정도 뒤에 가셨다고 하니 말이죠. 하지만, 교통 범칙금 미정산은 매년 해야만 하는 차량등록 갱신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마냥 질질 끌 수도 없습니다. 온라인 갱신 신청으로 바뀐 상황이라 시스템적으로 차단될테니까요.
작년 도로교통법 개정 전까지만 해도 차량등록 기간을 몇 달 넘긴 후에 갱신해도 겨우 10디르함의 과태료가 부과되었지만, 새로운 도로 교통법에 따라 과태료가 500디르함으로 50배 상향된데다가 벌점 4점이 덤으로 붙었고, 3개월 이상 차량등록을 미뤄두고 방치하고 있다가 적발되면 추가로 7일간의 차량 압류 콤보가 부과되도록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아부다비의 경우 4월 15일부터 도로에 깔린 단속 카메라 업그레이드를 통해 미등록 차량을 적발하기 시작하며 기한 내 등록갱신을 본격적으로 강권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단속 카메라를 통해서만 보름동안 18,640대의 미등록 차량을 적발했다고 하니 차량등록에 미적거리는 이곳 운전자들의 습성을 알 수 있죠. 1
일단 벌금 2천 디르함을 정산합니다. 앱이나 홈페이지 등 온라인으로 결제하면 2천 디르함이지만, 창구에서 정산할 경우 두바이 정부가 올초 도입한 지식 수수료 (Knowledge Fee) 10디르함과 혁신 수수료 (Innovation Fee) 10디르함, 총 20디르함을 추가하여 2,020디르함을 결제하게 됩니다.
그리고 프린트 된 스마트 압류 시스템 신청서에 사인하여 제출합니다. 신청서에 적혀 있는 주요 조건은 압류 대상자에게 절대 불리하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잘못하면 무조건 우리 탓이 아니라 네 탓!!!!
- 스마트 압류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압류비용 추가로 부과;;;; (장치 반납한다고 환불되지 않음)
- GPS 위치추적장치를 임의로 뗀다든가 등의 이유로 손상을 가하면 차량 소유주나 법적인 대리인의 100% 과실, (처벌받는 중이니 당연히...)
- 스마트 압류 시스템을 이용하는 도중 취소하고 싶으면 남은 기간만큼 벌금을 내야 하지만, 기납부한 비용은 환불 불가, (굳이 돈을 더 내고 싶다면 신청했다가 취소해...)
- 셀프압류 기간 중 차량 손상이나 배터리 방전 등이 발생할 경우 두바이 경찰서 책임이 아니라 차량 소유주 책임. (우리가 그것 땜에 속 많이 썩었어;;;;)
- 셀프압류 기간이 끝나면 바로 장치를 반납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반납 지연비 1일 당 50디르함 (승용차), 100디르함 (대형차..) 추가로 부과;;;; (우리도 GPS 위치추적장치를 무한정 만들 수는 없잖아???)
이 조건들을 보면 두바이 경찰이 스마트 압류 시스템을 도입한 또다른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두바이 경찰이 내세우는 공식적인 도입 명분은 "압류 차량을 차주가 원하는 곳에서 좋은 상태로 셀프 압류할 수 있고 압류장에 압류 중인 차량수를 줄여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압류 시스템 이용을 위한 각종 비용을 신설하여 추가 수익을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벌금 2,020디르함 외에 스마트 압류 시스템 이용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30일 동안의 압류비용은 총 520디르함입니다. 시스템 이용비 500디르함에 앞서 설명해드린 지식/혁신 수수료 20디르함을 납부하는 것이죠.
범칙금과 압류비를 포함해 2,540디르함을 납부한 후 차에는 GPS 위치추적장치가 설치됩니다. 신청서에 적혀있던 기기번호와 맞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클로즈업해서 찍어 커보이지만, 실제 위치추적장치의 크기는 손바닥 크기 정도로 작습니다.
무심코 보면 장치가 달려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이 추적장치는 셀프 압류가 시작된 시간 이후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해 시동을 거는 것까지는 상관없지만 주차된 곳에서 20미터 이상 움직일 경우 압류지를 이탈한 것으로 간주하여 경찰에 자동으로 통보하게 되어 있고, 그 댓가로 압류기간 역시 추가로 늘어나게 됩니다. GPS 위치추적 방식이기에 차량 주차지가 꼭 두바이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제보해주신 분도 라스 알카이마에서 압류를 당했으니 말이죠;;;;
예고된 압류 개시 시간 1시간 전에 다시 한번 곧 셀프 압류가 시작되니 셀프 압류를 원하는 곳에 주차시킬 것을 요청하는 확인 메시지가 옵니다.
그리고 예고한 압류 시간이 시작되면 압류가 시작되었음을 통보하는 문자 메시지가 오게 됩니다. 이와 동시에 차량은 셀프 압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한달이 지나... 차주는 예정된 압류 기간이 끝나는 다음 날 자정에 자신의 차에게 부과된 압류 기간을 초과했음을 알려주는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앞서 신청서에 명기되어 있던 대로 차에 달려있던 족쇄였던 GPS 위치추적장치를 늦게 반납하면 반납 지연일만큼 반납지연 과태료를 물어야 하니 이를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다시 한번 차를 끌고 두바이 교통 경찰과에 가서 기기를 반납하는 것으로 셀프 압류가 끝나게 됩니다. 반납절차를 마치면 압류가 종료되었음을 알려주는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서 차량의 족쇄가 완전히 풀리게 됩니다.
지난 토요일 두바이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스마트 압류 시스템 도입 6개월 간의 성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제보하신 분의 차량을 포함 약 1,200대 이상의 차량이 스마트 압류 시스템을 통해 셀프 압류되었으며, 위반 사례는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하니 앞서 언급한 명분도 얻은 두바이 경찰은 스마트 압류 시스템을 앞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속쓰린 경험을 공유해주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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