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하순의 바빴던 어느 목요일 낯선 두바이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알람이 울리듯 두바이에서 오는 전화 10통 중 9통은 거래 은행인 시티뱅크에서 오는 전화고, 시티뱅크에서 오는 전화 10통 중 9통은 저리 대출, 카드 담보로 대출 가능하니 필요하면 신청하세요! 등 각종 프로모션 전화입니다. 시티뱅크가 아니라 스팸뱅크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아주아주 가끔은 전화를 받아 관심없으니 전화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부탁해도 며칠 지나면 어김없이 또 걸려오는 걸 보면 영업의 압박이 심하구나...라고 생각하고 씹게 됩니다. (나만 그러는게 아니라는게 함정...^^)
아무튼 저장해놓지 않은 새로운 번호 (시티뱅크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당황하지 않고 안 받으려고 저장을 해놨습니다.)였기에 뭔가 싶어 받았더니 역시나 시티뱅크, 아니 시티카드에서 온 전화라고 하네요. 또 카드 담보 대출 프로모션 따위면 관심없어요...라고 끊을랬더니, 이번엔 유효기간이 무려 1년이나 남아있는 신용카드를 새 카드로 재발급하게 되었음을 알려주기 위한 안내 전화라고 합니다...!
읭? 카드 재발급이나 신규 카드 신청을 한 적이 없는데 왜...??
UAE 생활을 하게 되면서 지난해 가지고 있던 2장의 한국 신용카드의 유효기간이 공교롭게도 나란히 만료되었는데, S모 카드사는 본인이 없으면 카드 수령도 할 수 없고 (한국 번호로) 연락이 안된다며 자동으로 카드가 해지되었었고 (안그래도 해지할 생각이었는데 덕분에...), K모 카드사는 일단 대리수령을 받아놓고 휴가기간 중 카드를 되살렸던 기억이 있었던 바.... 한국 같으면 카드 발급과 관련하여 연락드렸으니 몇 가지 확인 부탁드려요.. 정도로 끝났던 것 같기도 해서 통화가 금방 끝나겠구나 싶었는데... 이게 왠걸????
새로 발급해준다는 카드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친절한 안내가 교과서를 읽듯 무미건조하게 계속 흐르고 있었습니다. 설명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고객님이 현재 갖고 계신 카드는 이런이런 혜택이 있었는데, 새로 발급해드릴 카드는 저런저런 혜택이 업그레이드 된 카드에요..."를 매 포인트마다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니 설명만 듣는데 10분을 훌쩍 넘기고 2~30분 계속 이어질 기세...
"바쁘니까 됐어요! 이만 끊어야 하는데..."라고 얘기했더니, 그제서야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드리구요. 자세한 설명은 동봉해드릴 카드 안내서를 보시면 될 거에요... (근데 그걸 왜 입 아프게 수화기를 붙잡고 설명을;;;;) 카드는 월요일쯤 받으실 수 있구요. 인터넷 뱅킹 홈페이지에는 화요일쯤 업데이트 될 거에요...."
그런데...
월요일이 지나도 받으실 수 있다던 카드는 오지 않았기에 뭔가 피싱에라도 낚였나 찜찜했는데, 막상 다음날인 화요일엔 전화를 건 직원이 얘기한대로 시티뱅크 인터넷 뱅킹 내역에는 새로 발급해줬다던 카드 정보가 업데이트 되어 있었습니다. 새 카드가 발급되었으니 수령 후 액티베이션하라는 친절한 안내 문구와 함께... (휴... 피싱은 아니었어;;;;)
그래서...
보내준다던 카드는 대체 언제 받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폰뱅킹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얼마전 리셋하려다 실패한 폰뱅킹 비번이 없다며.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고 뭐하다보니 딱 한가지 질문을 위해 무려 세 명의 상담원과 두 번의 ARS 인증절차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겨우 본격적으로 통화하게 된 세번째 상담원이 카드 발급상태에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고객에게 발급된 새 카드가 배송되기까지 통상 4~5근무일 정도 걸리는데, 목요일에 전화를 드렸으니 주말인 금토를 빼야하니까... 저희가 오늘에서야 아라맥스에 배송요청을 했어요. 아마 내일이나 모레면 받으실 수 있을 테구요. 받으신 후 액티베이션 잊지마세요..." 이 말을 듣겠다고 수화기를 붙잡고 있던 시간이 무려 18분;;;
2년전 무려 공휴일인 금요일 오전 11시에 불쑥 찾아온 에티살라트 인터넷 설치 이후 일처리가 더딘 이 나라에서 의외로 빠르게 진행되는게 있네??? 싶었습니다. 신청도 않했는데 카드사에서 자기 맘대로 알아서 자동으로 발급되어버렸다고 하니 말이죠.
하지만...
신청하지도 알았는데 은행이 알아서 발급해줬다는 새 카드는 아라맥스에 넘겼으니 곧 도착할거란 얘기와 달리 2주가 지나도 좀처럼 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싶었어;;;;)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싶어 상담받기 위해서는 고객을 먼저 열부터 받게 만드는 시티뱅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과연 이번엔 몇 분만에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악성 스패머처럼 알람처럼 매일같이 스팸전화를 손쉽게 거는 이들은 막상 필요해서 전화를 걸면 통화 중이라며 바쁘다고 상담원과 연결이 안되거나, 아니면 기껏 연결이 되도 다른 상담원에게 연결해 주겠다며 전화를 넘기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내심을 시험하네요;;;
그 발급해줬다던 카드는 언제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지난 통화와 마찬가지로 두 명인가 세 명의 상담원을 거쳐 20분 넘게 수화기를 붙잡고 허비한 끝에 얻은 대답은...
"배송 중이던 카드의 행방이 추적이 안되네요. 사라진 것 같군요. 그냥 새로 발급해 드릴께요.....!"
그리고...
황당한 대답을 들어야만 했던 그 통화로부터 6일 뒤, 처음 카드를 재발급해드렸다고 전화를 받은지 근 3주가 지나고서야 실체없이 말로만 들었던 신용카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3주전 카드가 발급되었다며 10분 넘게 필요 이상으로 구구절절하게 설명해주고는 3주 내내 전화 한 통없던 그 상담원은 실제 카드를 수령한지 한 시간도 채 않되어 거짓말같이 카드 잘 받았냐며 전화를 합니다... (우쒸!!!)
이름과 카드번호가 양각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번호는 뒷면에 프린팅 된 카드는 처음 받아보는데...(수령 후 한 달 넘게 사용해보니 계산하려고 카드를 건네주면 이건 뭥미? 하며 카드를 살펴보거나 단말기에 거꾸로 꼽는 종업원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 카드의 유효기간은 수령 확인과 동시에 사용중지된 옛 카드의 유효기간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그런데 시티카드는 신청하지도 않은 카드를 왜 재발급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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