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보러갔다가 묵었던 알로프트 호텔에서 전시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보이는 반대편에 우뚝선 휘어진 건물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그 건물안에 호텔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언제 한번 묵어볼까 생각하다 평소 숙박비의 절반 가격에 묵을 수 있었던 라마단 마지막 3일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캐피탈 게이트 (Capital Gate)
이 건물의 이름은 캐피탈 게이트 (Capital Gate)로 아부다비 국립전시회사 (Abu Dhabi National Exhibition Company/ADNEC)이 소유하고 있는 주상복합건물로 2007년 착공하여 2011년에 완공되었으며, 아부다비 국립전시장 일대에서 가장 높은 (그래봐야 160m 밖에 안되지만) 랜드마크입니다.
캐피탈 게이트 건물의 정문에는 화려하게 빛나는 기네스북 인증판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캐피탈 게이트가 가지고 있는 기록은 바로 "인간이 만든 세계에서 가장 기울어진 타워"라는 것으로 건물의 외관이 완성된 2010년 1월에 이 기록을 인증받았습니다. 초고층 건물은 아니지만 캐피탈 게이트가 랜드마크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캐피탈 게이트가 세워짐과 동시에 "인간이 만든 세계에서 가장 기울어진 타워"라는 부분이 신설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기울어진 타워"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던 건물은 전세계적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피사의 사탑이 아닌 독일 북서부 주르후젠에 있는 주르후젠의 사탑 (Leaning Tower of Suurhusen)의 사탑이라고 합니다.
피사의 사탑이 지반 침하로 5.5도까지 기울어졌다가 안정화 작업을 통해 3.97도로 각도가 보정된 것에 비해 주르후젠의 사탑은 5.1939도를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고 하네요
캐피탈 게이트는 서쪽 방향으로 18도가 기울어져 이 역사적인 두 개의 사탑보다 3배 이상 더 기울어진데다, 최신 건축기법을 적용하여 일부러 기울어져 보이게 건물을 세웠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건축설계회사인 RMJM (Robert Matthew Johnson Marshall)이 설계하고 UAE의 알합투르 엔지니어링 엔터프라이즈가 시공을 맡은 캐피탈 게이트는 건물의 뼈대가 되는 수직축을 중심으로 총 8250개의 철제 다이아그리드 (대각선(Diagonal)과 격자(Grid)의 합성어로 대각 가새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형태의 구조) 구조물을 이중으로 설치하여 외부의 다이아그리드 구조물로 건물의 모양새를 만들고 내부의 다이아그리드 구조물로는 기울어진 건물이 바람의 흐름과 지진 등으로 발생하는 힘을 흡수하여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중동지역 최초의 다이아그리드 구조물 적용 외에도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된 다양한 건축공법이 적용된 캐피탈 게이트의 미래지향적인 건물 디자인은 아부다비의 발전과 진보를 상징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아부다비는 UAE의 수도이자 산유국이면서 동시에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한 재생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선두주자를 자임하고 있습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관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 본부가 있고, 친환경 도시인 마스다르 시티를 세워 개발해나가고 있으며, 석유 한방울 넣지 않고 태양 에너지로만 40,000km를 날아 지구를 한바퀴 돌고 아부다비에 도착한 솔라 임펄스 2호기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해나가고 있죠.
기형적으로 디자인된 건물이다 보니 막상 가까이서 사진을 찍기는 참 쉽지 않더군요;;;;
건물 얘기는 이것으로 일단 마무리 하고 본격적인 호텔 소개로....
하얏트 캐피탈 게이트
캐피탈 게이트 내에 있는 호텔 하얏트 캐피탈 게이트는 이름 그대로 하얏트에서 운영하는 호텔입니다. 건물의 기울기 각도인 18도에 의미를 두었는지 호텔은 18층부터 건물의 최상층인 33층에 자리잡고 있으며 167개의 객실과 22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한 총 189개의 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입니다.
정문인 GF에는 커피와 케익 등을 파는 PROFITEROLE이 있지만, 라마단이라 당연히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체크인을 위해 라운지 겸 로비가 있는 18층으로 올라갑니다.
체크인 카운터는 라운지 안쪽 호텔 내부로 연결된 엘리베이터 통로 방향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라운지 겸 로비에는 캐피탈 게이트 시공과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아그리드 구조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체크인을 한 후 체크인 카운터 안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갑니다. 호텔 직원은 전망 좋고 큰 방을 주겠다며 너스레를 떨더군요.
객실이 있는 통로는 바람과 내진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내부 다이아그리드가 무지막지하게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중앙부가 뚫려있고 외곽으로 객실이 둘러싸인 형태.
위로 올려다보면 하늘이 보이고....
아래로 내려다보면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19층 스파 통로를 볼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중앙의 뻥뚫린 공간은 19층부터 33층까지 사이에만 있는거죠.
건물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는 전혀 상관없이 고전적인 느낌의 나무벽과 문으로 되어 있는 객실 안을 들어가 봅니다.
객실이 있는 20층부터 33층까지 중간이 비어있는 특이한 건물 구조와 비대칭 설계로 인해 모든 객실의 크기와 모양이 미묘하게 다르다고 합니다.
넓은 방이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다른 방을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공간은 여유있어 보입니다.
방 안 인테리어는 입구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건물의 디자인과는 다른 고전적인 느낌의 방입니다. 미래지향적인 방 안 인테리어가 적용된 호텔은 앞서 W 두바이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렸죠.
객실은 건물의 모양새를 잡아준 외부 다이아그리드를 중심으로 이 중 통유리벽으로 되어 있습니다. 열어볼 수 있는 창문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죠.
블라인드로 가릴 수 있지만 침대 옆에 통유리로 되어 있는 욕조가 있고....
객실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싸구려 중국제 느낌이 나는 회색의 각종 스위치 및 전원 연결단자 부위였습니다.
욕조에서 바라보는 방 안 풍경. 욕조의 조명은 밝기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객실을 둘러봤으니 호텔 내 시설을 둘러봅니다. 호텔의 모든 시설은 18, 19층에 몰려 있고, 20층 이상은 전부 객실이어서 화려해 보이는 건물에 비해 시설은 그야말로 초간단합니다.
18 Degree (18F)
이름에서부터 건물의 기울기 각도인 18도를 그대로 따온 18도는 라운지를 사이로 18층 체크인 카운터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으며 아부다비 시내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음식과 술을 먹을 수 있는 이 호텔 내의 유일한 식당입니다!
뜨거운 여름인데다 라마단 기간 중이라 사용하지 않았지만 야외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봐도 알 수 있듯 18층이 먹고 마시는 층이라면, 19층은 스파 외에 쳬육 시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무 설명이 없는 18층과 19층 사이의 18M은 18층 라운지, 로비에는 없는 화장실이....)
옥탑 수영장 (19F)
캐피탈 게이트를 뒤에서 봤을 때 툭 튀어나와 꼬리처럼 늘어져 있는 구조물의 최상층에 그리 크지 않은 옥탑 수영장이 있습니다. 풀 바도 있지만 라마단 중이라 휴업 중...
수영장 안에서 유리벽을 사이로 밖을 내다볼 수도 있고....
아부다비 국립전시장 컴플렉스 일대를 조망하거나....
메인 도로인 알칼리지 알아라비 스트리트와 아라비안 걸프만 일대를 볼 수 있습니다.
수영장 입구 방면엔 캐피탈 게이트 건물의 곡선을 감상할 수 있죠. 참고로 정오 무렵까지는 직사광선을 맞지만 오후 이후에는 해가 건물 뒤로 넘어가게 됩니다.
캐피탈 게이트 건물의 이중 통유리벽으로 되어 있는 내부 모습도 함께....
누운채 거꾸로 건물을 보면 다른 곡선미를 볼 수 있고....
한쪽 끝에서는 유일한 레스토랑 18도의 야외 테라스 부분과 함께 주변 풍경을....
풀 바 뒷편으로는 휘어져 올라오는 건물의 외곽 곡선을 볼 수 있습니다.
헬스장 (19F)
그다지 넓지 않은 헬스장이 19층 한 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라얀나 (19F)
19층에서 가장 중요하고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시설은 아부다비 유일의 "Sky Spa"라고 자랑하는 라얀나 스파입니다. 영어 표기로는 RAYANA라고 쓰면서 정작 N 위에 아랍어 표기 샷다가 붙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랍어를 몰랐음 눈에 띄지도 않았을....)
럭셔리 스파로 수상한 기록도 있던데 메리어트 마르퀴스의 후덜덜하게 넓은 스파를 겪어보고 오니 작아 보이더군요.
캐피탈 게이트에서 본 야경
얘네는 덤...
18도 야외에서 본 아부다비 야경
19층 수영장에서 본 아부다비 국립전시장 일대
캐피탈 게이트
차량이 있으면 이동하기 편하기도 하고 전시장과 맞닿아 있어 출장자들이 묵기에는 좋은 호텔이지만, 화려한 건물 외관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져 보이는 건물구조나 부족한 시설은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하다못해 좀더 높은 곳에 라운지 바가 있길 기대했는데!
한 달간의 라마단이 끝나고 이드 알피뜨르의 첫 날 호텔에 묵으면서 볼 수 없었던 웰컴 대추야자가 눈에 띄고 라운지에 음악이 흐르는 등 사뭇 다른 분위기를 뒤로 하고 투숙을 마무리했습니다.
'중동여행정보 > 호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텔] 고풍스러운 호화 저택에서 마시는 금박 칵테일 한잔의 여유, 알합투르 시티를 연 세인트 레지스 두바이 (0) | 2016.08.25 |
---|---|
[호텔] 걸프협력회의 GCC의 태동을 알린 역사적인 호텔 인터컨티넨탈 아부다비 (0) | 2016.08.11 |
[호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UAE에 첫 선을 보인 개성적인 호텔, W 두바이 알합투르 시티의 첫인상! (0) | 2016.07.17 |
[호텔] 다운타운 두바이와 비즈니스 베이를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독일 호텔, 슈타이겐버거 호텔 비즈니스 베이 (0) | 2016.07.13 |
[호텔] 두 개의 타워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 JW 메리어트 마르퀴스 두바이, 72층 바에서 본 두바이 야경 (0) | 2016.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