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는 비무슬림들이 지내기에 한결 좋아진 라마단도 벌써 3분의 1이 끝났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다뤘던 것처럼 종교적인 의무와 관광객 편의제공을 겸해 발급하는 라마단 기간 중 영업허가 제도가 확대되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오후에 술을 판매하는 곳이 늘어날 정도니 말이죠.
잘만 찾아다니면 평소와 다른 점을 크게 느끼기 힘들어진 라마단 기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마단 기간에만 먹어볼 수 있는 이프타르 세트는 한번쯤은 경험해 볼만 합니다. 각 식음료 매장의 특성을 살려 부페를 내놓는 곳도, 평소에는 개별 상품으로 따로 팔던 음식들을 이프타르 세트라는 이름으로 묶어 비교적 싼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가성비 좋은 세트 메뉴랄까요. 특히 올해 라마단에는 컨템포러리 한/일식당을 표방하고 있는 두바이 W호텔 나무와 컨템포러리 일식당으로 포시즌스 호텔 아부다비 99스시바가 각각 자신들의 메뉴를 패키지로 묶은 이프타르 세트를 내놓았기에 한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프타르 (99스시바 아부다비- 1인당 199디르함)
99스시바 아부다비는 알마르야 아일랜드에 위치한 포시즌스 아부다비 호텔에 있는 컨템포러리 일식당으로 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같은 알마르야 아일랜드에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비슷한 컨셉의 식당 주마에 밀려 아직까지는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시작한 브런치도 주마를 의식한 듯 토요일 오후에만 운영되죠. 가격대가 그리 착한 편은 아니나 입에서 달고 살살 녹는듯한 회맛은 주마보다 오히려 더 낫더군요.
99스시바의 이프타르는 메뉴에 적혀있는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애피타이저로는 참치맛이 인상적인 네기토로 마키를 시작으로
하얗게 뽀얀 국물과 익숙치 않은 묘한 맛이지만 알고보면 미소를 이용했다는 카푸미소국이 나오고...
본메뉴로 들어가면 새끼양 교자와
김치국물로 맛을 낸 매운 참치 타르타르에 밥을 비벼먹을 수 있고, (한국인으로서는 메뉴판에 적인 Kimuchi Sauce란 표현이 눈에 거슬릴 수 밖에 없긴 합니다만..)
매운 크림소스가 맛을 살려주는 새우튀김,
메뉴판에는 튀겼다고 하지만, 먹어보면 산낙지를 먹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매콤한 가지 요리,
애피타이저로 나왔던 참치 대신 연어와 따로붓는 따뜻한 쯔유간장 소스가 들어간 마키,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지만 니기리를 마지막으로 식사가 끝납니다.
그리고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모찌와 커피, 혹은 차가 제공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생각지 못했던 식감 탓인지 가지요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네요.
K-이프타르 (나무 두바이- 1인당 155디르함 (이라 쓰고, 둘이 가도 155디르함이라 읽을 수 있다.))
W 두바이 알합투르 시티 31층에 위치해 두바이 운하와 아라비안 걸프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나무는 2016년 6월 호텔 개장과 함께 문을 열었지만 이프타르 세트는 올해 처음 내놓았습니다. 한식을 베이스로 한 이프타르라고 해서 K-이프타르로 명명한 이번 이프타르 세트는 매리어트 호텔 체인이 올 라마단 프로모션으로 내놓은 라마단 위드 매리어트에 참가하면서 1+1 할인오퍼가 적용되어 나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매리어트는 이 오퍼를 당초 라마단 시작 첫 주에만 적용하려고 내놓았다가 생각 외로 호응이 뜨겁자 오퍼를 라마단 끝날 때까지 연장한다고 이미 회원들에 메일을 돌린 바 있습니다.
K-이프타르 역시 99스시바 이프타르처럼 메뉴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메뉴가 앞서 설명해드린대로 하나하나씩 나오는 99스시바 이프타르와 달리 K-이프타르는 본메뉴가 한상차림으로 나오는 것이 다른 점이었습니다. 일단 애피타이저로는 (한국식) 죽과 함께 (아랍식) 대추야자가 함께 나오는 묘한 조합인데, 짭쪼름한 죽과 달콤한 대추야자가 어우러진 단짠단짠 조합은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가정식 한상차림 컨셉의 본메뉴. 흑미밥과 고깃국을 베이스로
찬 반찬에서 따뜻한 요리까지, 그리고 야채, 생선찜, 갈비 등 다양한 식재료가 한데 어우러진 메뉴가 나옵니다. (찬 구성은 매일 달라진다고 하네요.)
그리고 후식으로는 전형적인 한식 스타일은 아닌 디저트가 제공됩니다. 죽과 대추야자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던 애피타이저와 같은 참신한 후식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들긴 했습니다만...
후딱 먹어치우고 나니 배가 너무 불러 결국 두바이 운하 일대를 산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바이 운하에 있는 관용의 다리 위에선 운하를 따라 흐르는 물길과 함께 두바이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고층건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칼리파,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 제보라 호텔, 두번째로 높은 호텔 JW 매리어트 마르퀴스 두바이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보라 호텔의 첨탑에선 금빛 조명이, JW 매리어트 마르퀴스 두바이 첨탑에서는 은빛 조명이 마치 금은메달인 듯 빛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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