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는 셰이크 칼리파 대통령의 이름으로 공표한 새로운 교통법 (No. 17 of 2017)을 통해 아부다비 도로에 톨게이트를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교통부에서 톨게이트의 설치, 통행료 징수 등을 관장한다고 밝혔을 뿐, 본격 시행시기, 톨게이트의 위치 및 요금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일단 언론을 통해 확인된 것은 앰뷸런스, 군용차, 소방차, 시내외 버스, 오토바이는 면제 대상이고, 이를 위반할 경우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건당 1만 디르함 (약 300만원) 이하, 최초 위반일 기준 1년 내 누적 벌금 2만 5천 디르함 (약 750만원)이라는 어마무시한 과태료를 징수할 것이라는 것뿐. 1
확정된 구체적인 시행내용은 없지만, 아부다비도 현재 UAE 내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두바이의 무인 톨게이트 시스템 살릭 (Salik)을 따라가거나 참조하지 않을까 싶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예전부터 한번 올린다..올린다하다가 결국 귀차니즘 때문에 미뤄왔;;;
"통과할 수 있는", "가로막는 것이 없는", "자유로운", "개방된" 등의 의미를 지닌 아랍어 단어 그 이름을 따온 살릭 (سالك/SALIK)은 교통혼잡으로 악명 높은 두바이의 번화가 셰이크 자이드 로드의 통행량을 줄여보겠다며 두바이가 2007년 7월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무인 톨게이트 시스템으로 우리나라 고속도로 하이패스 보다 진일보한 운영 시스템을 자랑합니다.
일단 너무나도 친숙한 우리나라 톨게이트와는 달라 모르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살릭 톨게이트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예전 디자인은 이랬었는데...
2016년 10월 말 기존의 모바일용 살릭 앱을 로고 변경과 함께 스마트 살릭으로 대폭 업그레이드한 시점을 전후로 새롭게 아이덴터티를 확립하는 의미에서 아래와 같은 디자인으로 변경된 바 있죠.
살릭이 하이패스보다 진일보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를 들 수 있는데,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한 그 이름의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 살릭이 설치된 구간은 대부분 최고제한속도 시속 100km (실제로는 120km)의 고속주행 구간이지만 차선마다 별도의 게이트가 설치된 것이 아니기에 톨게이트를 지나기 위해 속도를 따로 줄일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네... 통행료는 알아서 걷을테니 톨게이트 따위에 굳이 신경쓰지 않고 그냥 달리기만 하시라는 거죠.
RFID (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 주파수 인식) 기술을 활용한 살릭 시스템은 주행 중인 차량이 톨게이트 근처에 접근하면 주파수 판독기 역할을 하는 톨게이트에 달린 센서가 차량에 부착된 태그를 인식한 후 태그에 연계된 계정에서 통행료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기술의 힘이 뒷받침된 진일보한 과금 시스템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질서한 면이 남아있는 이들의 생활 및 운전 스타일을 감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유인 정산소를 설치하면 돈을 내네 마네 실랑이는 물론이요, 정산원을 개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는 운전자, 특히 이마라티를 위시한 아랍인들이 많을테니 이들을 일일이 찾아 과태료 때리기도 귀찮을테고, 무인 정산소를 둔다고 하이패스처럼 강제 감속을 시킬 경우 넘치는 질주본능을 참지 못한 이들로 인한 대형사고가 빈번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할테니까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살릭 태그를 차에 장착하기 위한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없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salik.gov.ae/en)나 주유소, 두바이 이슬라믹 뱅크나 에미레이츠 NBD 뱅크에서 100디르함 (살릭 태그 50디르함+선충전 50디르함)을 내고 살릭 태그를 구입하면 종이로 포장된 패키지를 받게 됩니다. (아래 소개해드리는 패키지 사진은 3년 전 구매한 제 카드입니다.)
패키지를 펼쳐보면...
사용자 설명서, 설치 지침서 등 각종 인쇄물이 있고...
그 속에 가장 중요한 살릭 태그가 있습니다. 앞면...
그리고 뒷면. 뒷면에 경고 표시와 함께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보이죠?
이는 톨게이트 통행료 과금의 핵심이 되는 RFID 태그가 가운데 있기 때문입니다. 톨게이트를 지나치면 이 RFID 태그를 인식하여 과금이 되는 것이죠. 뒷면 스티커를 제거한 살릭 태그의 내부는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습니다.
태그 설치는 앞면에 붙여진 비닐 테이프를 떼어서 앞유리창에다 붙이기만 하면 끝. 설치하기 쉽죠?
마지막으로 모바일 앱을 이용한 편리한 납부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정산소와의 통신을 위해 DSRC (Dedicated Short-Range Communication, 근거리 전용 통신) 방식을 채택한 하이패스와 달리 RFID 방식으로 태그만 필요할 뿐, 별도의 차량용 단말기나 카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살릭은 공식 홈페이지, 혹은 전용 앱 스마트 살릭을 통해 손쉽게 충전할 수 있습니다. UAE는 일찌감치 모바일 정부에 눈을 뜬만큼 컴퓨터에 로그인할 필요도 없이 핸드폰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될 정도로 각종 공과금의 쾌적한 모바일 납부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요금 징수 시스템을 번거롭게 만들면 그 누구보다 이마라티들이 귀찮아하겠죠;;;;) PC를 통해 공식 사이트에 접속하면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용하는데는 앱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스마트 살릭 앱을 로그인하면 최근 충전일과 잔액 현황, 그리고 잔액 내역을 그래프로 보여줍니다. 살릭 통행료는 2007년 도입 당시부터 톨게이트당 4디르함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통행료를 유지해 온 대신 기존에는 몇 킬로 안 떨어진 알바샤, 알사파 톨게이트는 통과시 한 번만 과금, 하루 최다 통행료 과금 상한액 (2013년 이전 24디르함) 등의 예외 조건을 축소하거나 톨게이트를 추가 설치하는 방식으로 변칙 인상하여 현재는 알막툼 브릿지 (목요일 밤 10시부터 토요일 아침 6시까지 무료), 알맘자르 노스와 사우스 (진행 방향으로 두 톨게이트를 한 시간 내 통과시 한번만 과금) 톨게이트를 제외하고는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4디르함씩 과금되고 있으며, 그나마 2018년 1월 1일부터 적용된 VAT과세 대상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잔액 내역 밑에는 위반사항 경고판이 있습니다.
살릭 통행료 충전은 판매점에서 구입한 충전카드의 12자리 번호를 입력시켜 충전을 하거나, 아니면 바로 신용카드 결제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운전하다 다니다 보면 통행료 충전을 깜빡하고 톨게이트를 지나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톨게이트를 지나치면 문자 메세지로 잔액 현황이 날라오긴 하지만 늘상 통지가 오는 것도 아니고, 잔액이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톨게이트를 더 지나치게 되어 잔액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럴 경우엔...
평소 날라오던 잔액 통지 문자 메세지가...
잔액이 부족하니 빨리 충전하라는 메시지로 바뀌게 됩니다.
부족한 잔액을 충전하기 위해 모바일 앱에 로그인하면 위반사항 경고판에 나타난 유예기간 카운트 다운을 볼 수 있습니다. 잔액이 초과한 시간으로부터 일주일 내 (5 근무일 내)에 충전할 경우엔 별도의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5 근무일의 유예기간이 지난 이후엔 충전이 늦어지는만큼 하루에 50디르함씩의 과태료가 추가 부과됩니다. 통행료를 충전시키면 초과 이용했던 통행료는 자동으로 정산되면서 카운트 다운 메세지가 없어집니다.
그 외 살릭을 이용할 때 유의해야 할 점.
1. 살릭 태그는 발급신청시 지정한 차량에만 부착할 것. 태그를 부착 중인 차량의 앞유리를 새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서 다행히 RFID 태그가 파손되지 않았을 경우엔 스티커를 떼었다가 새로 갈은 앞유리에 그대로 다시 붙여써도 됨. (둘라가 그렇게 사용 중임;;;;)
2. 차를 새로 뽑아 살릭 태그가 없는 상태에서 톨게이트를 처음 통과한 날로부터 10근무일 이내에 살릭 태그를 구입해서 부착할 것.
- 살릭 태그 없이 첫 통과일로부터 10일이 지난 후 톨게이트를 통과할 경우 첫번째 통과시 100디르함, 두번째 통과시 200디르함, 세번째 이후 통과시
매 400디르함씩의 과태료 부과
3. 부착한 차량의 번호판이 바뀌거나 등록한 이용자의 핸드폰 번호가 바뀔 경우엔 관련 정보를 반드시 업데이트시킬 것.
- https://www.thenational.ae/uae/transport/salik-traffic-tolls-coming-to-abu-dhabi-1.70181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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