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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리의 팬 (Fan of Amoory), UAE 축구의 황금세대와 그들을 동경하는 차세대의 황금세대를 위한 UAE 최초의 스포츠 영화

둘라 2018. 2. 1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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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아무리의 팬 (Fan of Amoory / Aashiq Amoory, 2018

감독/극본: 아미르 살민 알무르리

출연: 주므아 알자아비 (아미르 역), 만수르 알필리 (아미르 아버지 역), 알라아 샤키르 (아미르 어머니 역) 외...

언어: 아랍어

국가: UAE



1. 줄거리

푸자이라에 살고 있는 축구에 빠져있는 한 소년은 자신의 우상인 아무리처럼 프로축구선수가 되어 UAE 국대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고 그를 뒷받침할 재능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는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데....




2. 장르를 확장하고 있는 UAE 영화의 새로운 도전, 스포츠 영화

UAE 영화의 역사는 이제 걸음마를 밟고 있는 단계로 그리 길지 않습니다. 국내에도 아랍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알리 무스타파 감독의 데뷔작 시티 오브 라이프 (2009년)을 첫 장편 영화로 여기니까요. ([영화] City of Life, 두바이에서 얽히고 설킨 세 사람의 운명 참조) 헐리우드나 발리우드의 영화가 UAE 영화시장의 대세를 이루는 만큼 두바이나 아부다비 등지에서 촬영시 제공받는 혜택이나 지원을 받기엔 UAE 영화는 인지도면에서 너무나 미생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감독이나 배우가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감독으로는 이미 세 편의 영화를 제작한 알리 무스타파 감독, 배우로는 거의 모든 UAE 영화에 출연했고 보기 드물게 발리우드 영화에도 출연 경험이 있는 베테랑 배우 만수르 알필리 정도를 꼽을 정도니까요. 그렇다보니 얼마 안되는 UAE 영화들은 대부분 감독 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도 데뷔작인 경우도 많고, 아직은 아마추어 수준이긴 하지만 그 얼마 안되는 영화들 중에서도 익숙한 드라마나 코믹이 아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 (호러, 2013), 진자나 (심리 스릴러, 2015), 선택받은 자 (아포칼립스, 2016), 에어리얼 (SF, 2016)이 그 대표작이죠.


이번에 개봉된 신작 "아무리의 팬"은 축구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 UAE 영화로는 최초의 스포츠 영화로 그 짧은 영화역사상 여러가지 의미있는 시도가 이뤄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UAE 영화로는 최초로 전체 영화의 95%를 야외에서 촬영, 통상 20일 남짓 소요되는 촬영기간의 두 배에 가까운 39일간의 촬영, 그리고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배우들을 대규모로 동원한 축구 장면 촬영까지! 영화 자체로는 그다지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경험을 쌓아나가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3. 알무르리 형제와 주연 주므아 알자아비

이 영화를 오랫동안 기획해서 만든 아미르 살민 알무르리 감독은 2016년 제5회 아랍영화제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2015년작 길 위의 소년 (Going to Heaven)의 감독인 사이드 살민 알무르리 감독의 형제이자 제작자였다가 아무리의 팬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종 영화제에서 13개의 상을 받은 영화 길 위의 소년 술탄역을 맡았던 아역 배우 주므아 알자아비가 또다시 주연으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전작 길 위의 소년에선 주인공 술탄이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에 빠져있다가 할머니의 흔적을 찾아 아부다비에서 푸자이라로 무작정 긴 여정을 떠났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로 주인공 아미르가 프로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에 도전하고자 축구 인프라도 제대로 없는 푸자이라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푸자이라에는 2개의 프로팀이 있는데, 그 중 한 팀은 자신의 연고지에 경기장이 없어서 다른 구단의 홈구장을 나눠쓰고 있을 정도죠)



4. 2010년대 UAE 축구 황금세대와 그를 동경할 어린 세대를 위한 영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아무리는 걸프지역 최고의 재능이자 알아인의 에이스, 그리고 배추머리로 유명한 오마르 압둘라흐만의 애칭이자,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동경하는 아미르가 사용하는 애칭이기도 합니다.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원래 사우디 리야드 출신의 예멘인으로 당초 알힐랄 유스가 발굴한 재능이었지만, 사우디인만 선수 등록이 가능한 상황에서 알힐랄은 오마르 압둘라흐만 형제에게만 사우디 국적을 제안해서 부모가 이 제안을 거절한 사이, 그를 발굴한 스카우터와 친분이 있던 알아인 구단에서 형제의 재능을 높이 사 가족 전체에게 UAE 국적을 제안하면서 UAE 귀화 선수로 그 존재감을 높이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 진출, 1996년 아시안컵 우승 이후 흑역사를 이어나가며 걸프 및 아랍 지역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UAE 국대가 2013년 걸프컵 우승 이후 걸프 및 아시아 축구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마흐디 알리 감독 (현 문창진의 샤밥 알아흘리 감독)이 청소년 대표감독 시절부터 키워온 황금세대의 역할이 컸습니다. UAE 축구의 현재 황금세대는 오마르 압둘라흐만 (1991년생, 미드필더, 알아인)을 위시하여 주인공의 친구들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알리 마브쿳 (1990년생, 공격수, 알자지라), 아흐메드 칼릴 (1991년생, 공격수, 알아인), 알리 카쉬프(1987년생, 골키퍼, 알자지라)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마흐디 알리 감독과 황금세대들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지역예선 초반 파란을 일으키며 28년만의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가 끝내 좌절되면서 UAE 국대감독은 다시 외국인 감독에게 넘어가게 되었죠.


이 영화는 바로 UAE 축구의 암흑기에 발굴되어 축구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월드컵 본선진출엔 결국 실패했지만 2013년 이후 암흑기에서 벗어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 국대를 이끌고 있는 황금세대의 주역 아무리 (오마르 압둘라흐만)와 그들을 키워왔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후 경질된 마흐디 알리 감독에 대한 이야기이자, 아울러 현재의 아무리에 매료되어 2026년 월드컵 예선에 주역이 될 차세대 아무리 (아미르/주므아 알자아비 역)에게 "꿈이 있으면 역경이 있더라도 부딪치고 도전해볼 것"을 권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축구에 재능이 있는 소년이 변두리에서 한단계씩 밟고 올라가며 국대로 성장하여 세계 유수의 선수들과 겨룬다는 이야기 전개는 아랍영화에선 보기드문 소재긴 하지만, 영화 밖으로 눈을 돌리면 아랍지역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축구만화 캡틴 쯔바사 (아랍어판 캡틴 마지드)가 있어서 그리 낯선 소재는 아닙니다. 캡틴 쯔바사는 BBC를 통해 그 영향력이 보도된 바 있고[각주:1], 두바이몰 내 일본 서점 키노쿠니야에는 캡틴 쯔바사 전용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이런 내용을 담고 있기에 UAE축구협회를 위시한 알자지라, 알와흐다, 바니야스, 알아인 등 UAE 구단들이 영화촬영에 적극 협조했습니다. 메시지 전달에만 경도되어 이야기 전개의 핵심이 되는 주인공 아미르와 아버지의 갈등 및 해소과정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전개 등 정작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서는 당연하게도 아쉬운 모습이 있습니다. 출연진 중 가장 경력이 많아 신인급 연기자들이 대부분인 영화 속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만수르 알필리와 알라아 샤키르를 내세웠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주인공 아미르의 부모역으로 나온 만수르 알필리와 알라아 샤키르는 2013년 아랍영화제 개막작 로얄 러브의 출연 배우로 한국을 찾은 바 있습니다. 그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부모역이었지만요. [영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아랍식 신파극, 로얄 러브 (Royal Love) 참조) 


단, 붕어빵에 붕어가 안 들어가 있는 것처럼 영화 아무리의 팬에는 차세대 아무리를 꿈꾸는 아미르의 이야기지만, 그가 동경하는 바로 그 아무리,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직접 출연하지 않습니다.

  1. http://www.bbc.com/news/world-asia-3980146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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